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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leis Jul 04. 2023

행복을 주는 것

행복을 주는 것이 무엇일까. 여름내 내리쬐던 햇빛이 물러가고 며칠간 우기가 계속되면서 나의 기분상태는 급격히 하락하였다. 하루종일 바쁘게 지내다가 더이상 쓸 에너지가 없는 상태로 침대에 누워 유튜브와 온갖sns를 왔다갔다하다 잠드는 생활의 연속이 나로 하여금 이런 질문에 천착하게 만든 것이다. 도대체 난 뭘 하며 살아야 행복하지. 또는 어떤 방식으로 살아야 행복하지. 내가 행복해하는 행위는 무엇일까.


피아노에 손을 얹고 멜로디를 몇 마디 치기만 해도 금세 행복은 밀려온다. 아끼는 책 (종이책)을 집어들고 집중하는 시간에도 행복은 찾아온다. 나는 내가 책을 읽을때 책장을 손가락으로 어루만지고 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는다. 그 질감, 종이의 질감과 감탄스런 내용의 문장들이 행복을 가져다주는 데 한몫하는 것이 틀림없다.


아침은 또한 행복을 주는 시간이다. 밤새 휴식을 취하고 난 뇌는 신선하고 기대감에 넘친다. 오트밀에 으깬 잣과 약간의 소금을 넣어 만든 잣죽 (남편은 그걸 옷죽이라 부른다)을 큰 컵에 담아 이층으로 올라와 책상앞에서 호로록 마셔가며 인터넷을 기웃거린다. 필요한 물건이나 책을 검색하거나 도서관에서 대출할 책들을 고른다. 다시 내려가 커피를 가져온다. 얼마전 구입한 네스프레소 캡슐 머신은 그렇듯한 퀄리티의 커피를 뚝딱 만들어준다. 갖고 올라오면서 벌써 기대감에 휩싸인다. 첫 모금을 마실때까지 그것은 유효하다. 세상과 사랑에 빠지는 순간이다. 그러나 반쯤 마시다보면 이걸 다 마셔야 하나하는 생각도 슬그머니 올라온다. 이미 그 기대감과 만족은 반감되었고 커피맛에서 어떤 독함?과 지루함이 느껴진다.


커피를 어찌어찌 한잔 끝내고 나면 행복이란 뭘까를 생각하던 신선한 뇌가 무뎌지고 있음을 자각한다. 나는 얼마전 우연히 손댓다가 미칠듯한 희열감에 다시 피게 된 담배 (이번엔 전자담배이다)를 떠올린다. 딱히 피우고 싶지 않지만 왠지 그 옵션을 무시하고 싶지도 않다. 몇 년만의 흡연인데 전자담배라는 사실이 약간의 변명이 되어준다. 무엇보다 담배를 피울 때 그 순간에 온전히 몰입하고 있음에 만족한다. 피운다. 피우는 도중에 처음 다시 피웠을 때의 희열은 이미 사라졌음을 인지하고 약간 슬퍼진다. 무엇때문에 피우는가. 피우는 도중 머리가 살짝 아파오고 다 피우고 나면 가슴이 답답한 기분이 든다. 이걸 쓰는 도중에도 다시 피우러가고 싶어진다. 그리고 다시 커피 생각이 난다. 도파민의 굴레속으로 스스로 빠져들어간다.


이것 저것 궁리하다가 한동안 게을리하던 글쓰기로 돌아왔다. 그러니까 나는 뭔가 답답하거나 할때 글을 쓰게 되는 모양이다. 글을 쓰지 않고서는 이 끊임없는 생각들을 정리할 수 없다. 연속되는 생각을 어디엔가 적어서 해결책을 알아내겠다는 애처로운 몸짓. 


내 행복은 어디서 오는가. 어젯밤 행복은 뭐냐고 남편에게 물었다. 남편은 자기는 행복이 뭔지는 모르지만 뭐가 아닌지는 안다고 했다. 걱정거리가 없는 것이 행복은 아니라고 했다. 또 뭔가 대단한 걸 해야만 행복한 건 아니라고 소소한 것들이 행복을 줄 수도 있다고. 그러면서 자기는 내가 웃을때 행복하다고 했다. 툭 치면 나오는 모범답안이다. 그리고 나를 봤을때 나는 혼자서 방해받지 않고 뭔가를 하고 있을때 행복해보인단다. 정확하다. 나는 아무것에도 방해받지 않고 혼자서 하고 싶은 것에 푹 빠질때 행복을 느낀다. 남편은 그런 사람은 다행이라고 했다. 왜냐면 자신은 남이나 외부 상황에 의해 행복을 느낀다고. 모든게 착착 맞아 돌아갈때 - 예컨대 드라이브를 하는데 날씨도 화창하고 해서 더 기분이 좋을때? 같은 느낌 말이다. 하지만 외부 상황은 자신이 컨트롤하기 힘들다.


행복은 지속적인 게 아니고 소소한 무언가를 함으로서 얻어지는 순간적인 무엇인가. 내가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것은 이 생활이 너무 안정적이고 변화가 없거나 또는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할 만한 정신적 여유가 없기 때문일까.  그 외에도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어쨌든 지금은 정말 손에 만져지는 행복에 쓰는 시간을 더 늘리는 것이 방법인 것 같다. 글을 쓰거나 책을 읽고 피아노를 연주하는 등 마음에 기쁘게 와닿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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