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친구와 함께하는 상상
나는 나의 친구, A의 부엌에서, 조리실에서,
빨갛게 익은 채로 수확된 완숙 토마토의 부드러운 살결에 칼로
십자모양을 내어 물이 끓고 있는 냄비에 퐁당퐁당 담근다.
처음에 친구는 나에게 물안경(수경)을 쓰고 한 양동이나 되는 (!!)
양파를 썰 것을 권했지만 나는 그것말고 다른 일을 원했기에
토마토에 십자내기를 할당받게 된 것이다.
부드러운 야채를 다듬는 일은 내 뇌에는 휴식을 주고
최근 말썽이 잦은 내 손목에는 상대적으로 무리가 덜한 훌륭한 일감이다.
나는 양평에서, 그녀의 작업대에서 토마토를 하염없이,
라텍스 장갑을 낀 손으로 조물거리다 햇살이 너무 좋다고
생각될 때는 잠시 앞치마 차림으로 바깥에 나와 앉을 것이다.
그리고 친구와 오랫동안 담소를 나누겠지.
그렇게 그녀는 약선요리의 대가가 되고
나는 양평에서 유유자적 글감을 얻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