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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leis Jul 04. 2023

옷 고르기의 피곤함

+ 문명의 피곤함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피곤함을 느낀다
지금은 이른 아침
일어나서 무엇이 피곤했나 적어본다
왜냐면 나는 지금 아주아주 정신적으로 피곤한 상태인것 같기 때문이다.


일단 눈을 떴다. 창을 가린 블라인드 주위로 어슴푸레 햇빛이 비쳐 들어온다. 남편의 알람은 울리지 않았고 그는 자고 있는 듯 하다. 같은 침대를 쓰고 있기에 그를 깨우지 않으려 한다. 그는 불면증이 있다. 아침에 더 잘 자는 타입. 어차피 나도 별로 몸을 일으키고 싶진 않다. 눈을 질끈 감아본다.

그런데 금방 알람이 울릴거라 생각했던 것과 달리 알람은 울리지 않은채로 한시간쯤 흐른다.
이럴줄 알았으면 작정하고 잠이나 더 잘걸 후회하는 순간 남편이 기척을 한다. 깼나보다.
나는 이때다 하고 일어난다. 화장실을 먼저 쓴다.


세수를 마치고 옷을 입을 차례다. 옷방으로 간다. 옷을 쭉 둘러본다. 내 기분과 맞지 않는 옷 뿐이다. 상하의가 서로 조합이 맞지 않거나 계절에 맞지 않는다. 엄마가 보내준 옷들, 딸이 버리려던 옷들도 섞여있는 나의 옷장은 언젠가는 입겠지, 언제 입으면 꽤 괜찮아보이기도..하며 버리지 않고 모아둔 옷들이 약 절반인것 같다. 뉴질랜드에 와서 옷을 잘 사지 않았다. 여긴 한국만큼 많은 옷가게가 없다. 옷을 사러 다니는게 재미가 없다. 그래도 꾸역꾸역 옷을 입어본다. 상의와 하의가 맞지 않아 피곤하다. 상의가 내 죄없는 상체를 부풀려준다. 밑에 입은 검은 레깅스는 운동안한 내 다리를 더 새다리로 만들어준다. 오늘은 내 다리가 왠지 노인의 그것같단 생각을 한다. 노인을 비하하려는 마음은 없다. 그저 내가 노인이 되면 그럴것 같다는 다리다. 근육도 힘도 없어보이는 갸냘픈 다리. 좋다. 언제나처럼 별로 맘에 들지 않고, 냉장고바지천같은 천이라 시원한 통이 넓은 바지를 입어본다. 다리는 추워하지만 선택지가 없다. 두꺼운 츄리닝 바지들은 왠지 나태해보인다. 그리고 딱맞는 흰색 티셔츠 (딸이 버렸지만 너무 새거라 킵해두었던)를 입는다. 역시 너무 딱붙나 하는 마음에 서둘러 가디건 하나를 꺼낸다. 가디건은 간신히 버튼이 잠긴다. 내 상체가 문제인가 넉넉하지 않은 가디건을 산 것이 잘못인가 생각해본다. 남편은 어느새 다 씻고 옷을 입는다. 그런데 !! 남편은 언제나처럼 편안하게 위에는 티셔츠 아니면 셔츠, 밑에는 청바지다. 그리고 잠바하나를 걸치면 땡 ! 언제나 같은데 언제나 괜찮다. 왜지? 왜야?? 그냥 체형이 축복받은 거야?? 남자라서 굴곡이 적어서인가? 아니면 내가 모르는 어떤 감각과 노력 패션 센스로 용케 캡슐 옷장인가 미니멀리즘 옷장인가 그것을 구현한 건가? 아니면 신경쓰지 않고 그저 있는 것을 입겠다는 내면의 힘이 이 모든것을 가능케 한 것이야?


나는 패배자의 기분으로, 그래. 오늘은 이만하면 잘 입었어 하며 빨래감을 들고 노트북과, 핸드폰, 책과 볼펜을 가방에 넣고 일층 거실로 내려온다.
빨래를 세탁기에 넣고 돌린다. 창문을 열고 아침을 준비한다. 오트밀과 우유를 전자렌지에 돌린다. 커피를 내린다.
여기까지 쓰고 보니 애초에 이 글을 쓰게 했던 그 피로가 기억나지 않는다. 뭐였지.


아..일기다. 일기. 노트북을 열고 에버노트에 들어가 이 모든 하소연을 쓰려했다. 에버노트 로그인하는데 어제도 10여분 이상 헤멨는데 오늘도 마찬가지 상황이었다. 그래서 브런치에 로그인하는데 분명 어떤 이유가 있는 것이 분명하게도 잘 되지 않는다. 이것도 어제 겪었던 일인데. 음...에버노트와 브런치 어찌어찌 둘다 로그인하여 들어간다. 이 모든것은 내가 컴퓨터를 잘 다룰 줄 모르는데 기인한다. 나도 안다. 하지만 피곤하다. 피로함, 문명의 피로함, 옛날같으면 내 일기 정도는 그냥 종이에 썼겠지. 쓰고 싶으면 바로 돌입할 수 있었겠지.. 그러나 이제 돌아갈수 없다. 그러기엔 문명의 편리함에 너무 젖어있다. 유튜브로 음악을 듣는데 클래식 음악 중간중간 광고가 나온다. 유튜브 프리미엄을 써본적도 있는데 일단 나는 영어로 광고가 나오는 것이 내 영어실력에 그나마 이로울것 같다는 이유로 프리미엄을 해지했다. 피로함. 뭔가 구독을 하면 매월 돈이 나가고 내가 그걸 쓰지 않으면 해지해야하고 이 모든 관리가 너무 피곤하게 느껴진다. 옛날같으면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음악이 담긴 LP 나 CD 를 턴테이블이나 씨디플레이어에 넣었겠지. 하지만 내가 어디서 Cortot의 Chopin 음반을 LP 로 구하겠는가? 그래서 나는 다시 돌아갈 수 없다. 게다가 음악 취향이 좀 방대해야지, 거의 모든 장르의 다양한 음악을 좋아한다.


웬만큼 썼다. 이만하면 나의 피로의 근원을 밝힌 셈이다. 다시 읽어보고 해결방법을 찾아야겠다. 에버노트의 일기들을 어딘가로 옮겨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로그인 이외에도 에버노트의 메뉴들이 너무 많다. 나는 그저 일기를 쓰고 싶을뿐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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