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즐거움
아름다운 글에 영감받는 일은 드물지 않다. 프루스트와 롤랑 바르트, 최근엔 미셸 푸코에 의해서 그렇다. (왜 모두 프랑스 작가들인지..) 미셸 푸코의 <상당한 위험> 이란 책에서 글쓰기에 대해 푸코가 말하는 방식과 그 내용이 너무 아름다워 나도 모르게 감탄을 거듭하며 당장이라도 그런 글을 쓰고 싶다고 느낀다. 하지만 그렇게 쓰려면 평소에 그렇게 사유해야한다. 아름다운 글을 읽는다고 당장 그렇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미셸 푸코의 <상당한 위험> 이란 책에서 내가 오늘 감명받은 부분은 바로 이런 부분이다.
"우리는 또한 더 이상 얼굴을 갖지 않기 위해, 자신의 글쓰기 아래 스스로를 묻어 버리기 위해 글을 씁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우리가 종이 위에 쌓아 놓는 이 미세한 흔적들 안에서, 실존과 신체의, 모든 실체를 글쓰기와 펜이라는 신비한 운하를 따라 흘러가도록 만들려는 시도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종이의 흰 표면과 만년필 촉 사이에 존재하는 부서지기 쉬운 지점, 장소이자, 드디어 고정되어, 결정적으로 확정되며, 오직 타인만 읽을 수 있는 것이 되어 버린 하나의 표지가 기입되는 순간, 즉각적으로 사라지는 순간이자, 바로 그렇게 굳어 버린, 스스로를 의식할 모든 가능성을 잃어버린, 이 미세한 떨림, 이 미소한 긁힘 속에만 존재했을 때에만, 스스로를 정당하다고 느낄 것입니다."
스스로를 정당하게 느낄 것이다. 그 지점이 내가 크게 공감하는 부분이다. 글로 모든걸 다 표현할 수 없으면서도 그 안에 있어야 한다고 느끼는 그것이 계속해서 글을 써야한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그 무엇이기 때문이다.
"나는 자신을 이런 기호로의 이행 속으로 사라지게 만드는 이런 일종의 시련, 소거가 바로 글쓰기에 의무라는 특성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휘몰아치듯 글쓰기의 즐거움에 대해 말하다가 푸코는 그 절정으로 치닫는 듯 하다. 즐거움이란 없는 의무라도 그것 없인 더 큰 불안과 방황에 빠진다면 그 법에 복종하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 아니겠냐고. 어디서 온지 모르는 이러한 의무, 나르시시즘적이며 압도적인 이 법에 복종한다는 것이 다름아닌 글쓰기의 즐거움이라고 푸코는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