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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leis Sep 25. 2023

감미로운 감정

가슴속에 감미로운 감정이 들어차는 날이면 도무지 뭘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아침에 꿈을 꾸었고 그것이 어떤 감정을 지속시켜 삶에서 이루어내야 할 것들을 상기시킨다.

1층으로 내려가보니 딸아이는 바닥에 천과 프린트한 도안을 대 놓고 가위로 열심히 자르고 있다.

배경음악은 jyp의 걸그룹 노래이다.

신이 나는 음악이지만 나의 마음결과는 맞지 않는다.


오늘은 별로 아침을 거하게 차려 먹고싶지 않아서 그저 오트밀크를 데운 컵에 에스프레소를 내려 한잔 마신다.

너무 맛있다.

먹다보니 식빵도 꺼내고 버터도 올리브도 꺼낸다.

바나나도 먹는다.

역시 사람은 먹고 살아야돼.

하지만 마음속엔 여전히 감미로운 감정이 들어차 있다.

그 채로 아들의 아침인 볶음밥을 만든다.

신나게 볶다가 뭔가 흥이 떨어져 살펴보니 가스불이 아주 약하게 나오고 있었다. 분명 강으로 틀었는데, 이상하다.

아하 가스가 떨어진 거다.

재택근무중인 남편에게 보고한다.

그는 차를 끌고 편의점으로 가서 가스를 사와 채워넣는다.

또 신나게 볶는다.

갑자기 어떤 노래가 떠올라 검색했더니 암연이란 노래다.

암연

들어본다.

딸아이가 참 담담하게 부른다고 한마디 한다.

그러게 담담하고 오리지널답게 부른다.

오리지널답다. 별로 더하려고도 빼려고도 않고 부른다는 뜻인가.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잘 들었다.

그러고나니 다섯손가락의 새벽기차가 떠오른다.

이 무슨 의식의 흐름인가.

다섯손가락, 새벽기차

그리고 공일오비의 노래를 박선주와 윤종신의 호소력짙은 목소리로 듣는다.

이 노래들이 유행할 즈음엔 난 별로 가요에 관심이 없었던 모양이다.

익숙하지만 연관된 아무 기억이 없다.

가슴속에 흐르던 감미로운 감정은 아직도 유지되고 있다.

나는 이 감정을 가지고 뭘 해야할지 생각해보고 있다.

나는 곡을 들을 수도 연주할 수도 작곡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이런 감정은 글로도 그림으로도 춤으로도 그 무엇으로도 표현되지 않고 오직 음악으로만 표현될 수 있을지 모른다.

나에겐 음악이고 다른 이에겐 또다른 예술의 형태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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