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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다 김 Feb 09. 2018

 비니 요가를 경험하다

미국 시애틀에서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요가를 가르친 지 어느덧 9년이 되어간다. 처음 자격증을 따고 요가 강사 자리를 찾기 위해 인터넷을 뒤지고 이력서를 작성하던 그때에는 내가 어느새 중견 요가강사가 되어 요가 책도 펴내고 여러 명의 열렬한 광팬을 가지리라고 결코 상상하지 못했다. 정말 나에게 가르칠 수 있는 기회가 와 주기만 한다면 하느님을 잘 믿겠다고 하느님과 트레이딩(trading)을 하고 싶었을 정도였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나는 현재 5군데 요가원에서 그룹지도를 하, 몇 명의 개인지도를 하면서 조금씩 더 요가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다. 지금부터 이 공간을 통해 현재 내가 있기까지의 과정과 나의 요가 티칭에 관한 따뜻한 이야기들을 펼쳐 보고자 한다.

사람들을 만나 나를 소개할 때 " 요가 선생"이라 하면 한국 사람들과 미국 사람들의 반응이 아주 다르게 나타난다.  한국 사람들은 우선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거의 같은 말을 한다." 오, 그래서 날씬하군요.." 나는 이 말에 결코 동의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는 보통 미국인들에 비하면 쪼끔 날씬한 편에 속하지만 한국 사람 체형으로 보면 전혀 날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내키에 맞는 아랫배도 약간 나온 평범한 체격일 뿐이다. 그러나 여기에 사는 한국 사람들은 아직도 요가하면 '다이어트, 뷰티, 몸매 성형'이라는 강한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어선지 "요가하면 살이 빠지냐" 뱃살이 고민이다" "팔뚝살을 빼고 싶다" 등의 얘기들을 묻곤 한다. 그러면 대화가 오래가질 않고 금방 끝나 버린다. 그러나 미국 사람들에게 '요가선생'이라고 소개를 하면 '건강한 사람'이라는 이미지 혹은 하나의 잡(job) 카테고리로 접근을 한다. 그리고 이런 질문을 한다. " 일주일에 몇 시간을 요가하니? 네 얼굴이 건강해 보인다. 학생들은 나이스(Nice) 하니? 어디에서 가르치니? 등등..  그렇다 나는 이 말에 동의하며 이런 대화를 즐긴다.  왜냐하면 나는 흠잡을 데 없이 건강한 사람이고 내 직업과 가르치는 학생들에 대해 할 말이 무진장 많으니까...


내가 한국에서 요가를 할 때 항상 들었던 말이 " 좀 더 열심히 한다면.."이었다. 이 말은 좀 더 열심히 수련한다면 내 능력보다 좀 더 높이 , 좀 더 깊이 아래로 , 좀 더 강한 스트레치를, 좀 더 척추를 강하게 할 수 있을 거라는 의미를 담았다. 요가원에서 내 마음은 평화를 잃고 남들을 쳐다보며 흔들렸다. 그래서 좀 더 유연하기 위해, 좀 더 근육을 강하게 하기 위해 끈질기게 매달렸다. 나의 수련은 의식을 집중한(Mindfulness) 움직임이 아니라 오히려 폼에 집중한 의식 없는(Mindless) 움직임에 불과했다. 그 결과는 예측한 대로 나타났다. 나는 몸 이곳저곳에서 아픔과 통증을 경험했고 이러한 통증은 "내가 더 열심히 하지 않아서.."라고 굳게  믿었기에 스스로를 자책했다. 내 몸에 붙어 있던 통증은 태평양을 건너 미국까지 따라와서 나를 괴롭혔다.


나는 미국에 와서 운명처럼 비니 요가(ViniYoga)를 만났다.  미국에서 요가 선생을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고 계획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늦은 나이에 미국에 정착해서 살려고 하니 언어, 문화, 사회적 규범 등의  큰 갭(gap)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쉽게 극복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다 한국에서 요가했던 경험이 있었기에 몸도 마음도 좀 쉴 수 있는 레퓨지(Refuge)가 필요해서 찾아간 곳이 우연하게도 "정통 비니 요가원"이었고 그곳에서 경험한 비니 요가가 현재 내 인생의 후반기를 같이 갈 동반자가 된 것이다.

 

비니 요가는 한국에서 경험했던 요가와 많이 달랐다. 요가에 대해서 많이 안다고 생각했는데 비니 요가는 상당히 다른 경험이었다. 동작의 움직임이 아주 조심스럽게 그리고 천천히 움직였고, 호흡의 사용은 지금까지의 어떤 요가 수련보다 훨씬 더 내면에 집중하게 했다. 내가 나를 돌보는 느낌, 전혀 경쟁적이지 않은 분위기 , 각 포즈에 대한 강사의 사려 깊은 지도 등에서 마침내 나는 요가 매트에서 충분히 이완할 수 있었으며, 현재 몸과 마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를 알아차리게 됐다. 그동안에 했던 요가에 대해 어떤 불만이 있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비니 요가의 경험이 나에게는 "바로 이거야!!"하는 느낌을 주었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나는 비니 요가의 매력에 점점 빠져 들었고 드디어 강사가 되기로 결심하였다. 오랜 시간의 훈련과 강사 과정을 통해 요가와 나 자신을 점점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모든 사람들은 각자 유니크(unique)한 몸 구조로 인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신체적 한계가 있으며, 수련을 할 때 우리 몸의 한계를 존중(Respect) 해야 한다는 것이다. 힘들게 몸과 투쟁하지 않고 물 흘러가듯 쉽게 하는 동작들에서 내 몸이 더 잘 변화되고 조화를 이룬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한 내 옆사람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나는 수련 중에 내 몸이 쉬고 싶다는 사인을 보낼 때는 언제든지 쉬는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학생들에게도 그렇게 하도록 권한다.

내가 수업을 할 때 늘 하는 말이 있다.


네 몸이 하는 말에 귀 기울여라. 지나치게 몸을 푸시하지 말아라. 네 몸의 느낌을 따라라!!

( Listen to your body talk. Don't push your body too hard. Do whatever you feel good!!)


나는 오늘도 수업을 하기 전에 깊은 명상을 한다. 불필요한 생각들을 버리고 내 마음을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서, 몸과 마음에 에너지를 축적하기 위함이다. "요가 선생으로서 어떻게 학생들을 도울 것인가?"라는 질문은 내가 얼마나 진짜 참나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가의 개인 성장 과정이 반영된 결과로 말을 해주기 때문이다.

추운 겨울  새벽수업에서 비니요가를 하는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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