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다 김 Jan 11. 2020

미국 요가 선생의 따뜻한 이야기

마음의 잡동사니 버리기(Decluttering)

11월 마지막 주 목요일인 Thanksgiving day 를 지나면 미국에 본격적인 Holiday Season이 시작된다. 이제 미국에서는 크리스마스 시즌라는 말은 종교적 차별로 사용하지 못하고 12월을 공식적으로 Holiday Season이라고 부르는데, 소비주의(Consumerism) 와 물질주의 (Materialism) 문화가 국경일과 종교적 의미를 완전히 가려버린 연말 연시가 되었다. 이미 지난 얘기지만 National Retail Federation의 2019년  쇼핑예고에 의하면 소비자의 40%가 10월말부터 쇼핑을 시작하겠다고 말했고, 개인당 최소한 $500(약 60만원) 정도를 소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가게마다 Sale한다는 광고가 붙고 많은 인파로 붐비는 쇼핑몰을 뒤로 하고 연말 연시에 나는 도시를 떠나 한적한 산속에서 명상을 하기로 결정 내리고 차를 몰아 달렸다. 연말이라 명상 참가자들이 적을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오히려 정해진 인원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참가하였고, 특히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참여한 것이 다른 때와 사뭇 달랐다.

 그동안 브레이크 없이 액셀레이터만 밟으면서 앞으로만 달리던 미국사람들이 크고 거대한 것을 추구하며 빠르게 가던 템포를 늦추고 작고, 심플하며 슬림한 삶을 즐기게 된데에는 명상이 큰 몫을 했다고 한다.




너무나 단순한 하루 일과, 명상밖에는 할 일이 하나도 없는 시스템에 들어가 핸드폰도, 컴퓨터도, 가구도, 세탁기도, 책도 없는 곳에서 12일 동안 생활을 했으나 아무 불편함 없이 머리 속을 많이 비우고 가벼운 마음으로 명상을 잘 하고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와 보니 그 동안 못 느끼고 살았던 불필요한 것들이 이곳 저곳에서 눈에 많이 띄었다, 옷장에는 입지 않은 옷들이 잔뜩하고, 부엌에는 안 쓰는 그릇들, 창고에는 여러 잡동사니들이(Clutter) 가득하였다. 도대체 이 많은 것들이 다 어디에서 왔으며 언제부터 여기에 자리잡고 있었을까?  기억조차 가물하다. 불필요한 것들을 꺼내 거실에 하나씩 하나씩 놓기 시작하자 금새 발 디딜 틈 없이 가득하다. 잔뜩 쌓인 잡동사니에 앉아 차를 한잔 마시고 있자니 갑자기 웃음이 피식 나왔다. 나도 별 수 없군…ㅎㅎㅎ






요가 고급 과정 자격(Advanced yoga instructor certificate)을 따기 위한 과제 중 하나가 요가 개인지도를 5번 이상하고 수업에 가르쳤던 시퀀스(Sequence)와 매 수업 후 가르친 소감 그리고 모든 수업이 다 끝난 후 학생으로부터 Feedback을 받아 제출하는 게 있었다. 나는 내 그룹 클래스에 오는 80세 된 할아버지, Bob(밥)을 개인지도 대상으로 정했고, 그의 동의를 얻어 일주일에 한 번씩 그의 집에서 5번 요가 개인지도를 하기로 약속을 하였다. 그는 수업이 시작되기 전 인터뷰에서 자신의 몸 상태를 알려줬는데, 허리, 무릎 통증으로 고생하고 있고, 당뇨, 고혈압, 콜레스테롤 약을 20년 전부터 복용하고 있다고 알려주면서 자신의 퇴직 스토리를 얘기해 주었다. 그는 다른 직장을 거쳐 보잉(Boeing)에서 Salesman으로 35년간 일했는데 어느 날 매니저로부터 "이제 나이가 들었으니 집에 가서 쉬라"는 권고를 받고선 깜짝 놀라 “나는 아직 그만 둘 때가 아니다.” 하니 매니저 말이 “올해 68세가 되었으니 이제 그만 가정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남은 인생을 겁게 지내기를 바란다”. 라고 말하며 사표 용지를 주길래 그 날로 직장생활이 끝났다고 한다. 집으로 돌아와 가족과 즐겁게 살려고 했으나  그동안 일만하느라 돌보지 않았던  동갑내기 아내가 바로 치매 증세를 보여 삶의 균형이 깨져버렸다면서  슬픈 표정을 지었다. 가까이 사는 딸이 이 노 부부의 삶을 도와주고 있고,  요가를 하는 시간에는 딸이 와서 엄마를 돌봐주기로 했다 한다.


첫 수업이 시작된 날 그 집에 딸이 아직 도착을 못했기에 잠시 시간이 있어 집을 들러보게 되었는데 사방팔방 벽마다 빽빽하게 액자가 걸려 있었다. 무슨 액자인가 하고 가까이 가서 보니 마치 식물도감에서 잘라온 듯한 전혀 모르는 식물들의 빛 바랜 사진들이었다. 도대체 예술성도, 교육적 가치도 없는 이 사진들이 아주 멋진 액자에 담겨 왜 벽마다, 방마다 빼곡하게 걸려 있는지 정말 미스터리였다. 내가 한참을 쳐다보고 있자 Bob이 다가와 자기 아내가 생물 선생이었는데 특히 식물들을 좋아해서 아이들이 아주 어렸을 때 이 많은 액자를 만들어 걸어놓았다 한다. 지금 큰 아들 나이가 52세인데 아직도 그 액자가 걸려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가 아주 오래된 서랍장을 열어 손때가 잔뜩 묻은 낡은 원피스 입은 금발머리 작은 인형을 꺼내 보여주었는데 누우면 눈을 감고 일어나면 눈을 뜨는 바비 인형(Barbie doll)이었다.

80세된 할아버지가 왜 이렇게 아주 오래된 인형을 갖고 있는 것일까?

이 인형은 자기 아내가 5살 때 놀던 장난감인데 (1940년대) 시집올 때 가져왔고 지금까지 잘 보관하고 있다면서 아내를 쳐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나는 갑자기 머리끝이 서는듯한 서늘한 느낌을 받으며 한 발짝 물러났다. 요가 한 시간을 마치고 집밖으로 나가기 위해 부엌을 통해 Garage문을 열고 나가는데 발 디딜 틈 없이 Garage에 플라스틱 큰 박스들이 가득하였다. 박스에는 두꺼운 사인펜으로 안에 들어있는 내용물들이 적혀 있었는데, 바닥부터 천정까지 한 줄의 박스가 모두 “Video”라고 적혀 있었다. 지금은 전혀 쓸모 없는 VHS 비디오 테잎들이었다. 그리고 그는 1963년에 사살된 John F. Kennedy의 암살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와 책만 즐겨보고 있었다.

아, Bob은 80된 나이로 2000년대에 존재하고 있지만 완전 과거에 묻혀 살고 있었다!!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그가 느끼는 불안감, 두려움은 과거의 끈을 놓지 못하는 강한 집착, 애착이 큰 원인이 되고 있었다.




잡동사니들을 치우는 것을 영어로 디클러터링(Decluttering) 이라고 하는데, 집이나 일터에 불필요한 물건을 잔뜩 쌓아놓고 사는 것은 사실 정신 건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한다. 많은 연구들이 Decluttering은 걱정, 불안감을 줄이고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증진하며 시간을 절약하고 생산성을 높인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 “잡동사니” 라는 게 사실 따지고 보면 넘쳐나는 풍요물(Overabundance of Possessions) 이고 결국은 물건들인 것이다.

Clutter= Things

그럼, 이 잡동사니들이 어떤 이유로 내 주변에 자리잡고 있는 것일까?


첫째는 완벽주의(Perfectionism)다.

이해가 잘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완벽주의자들은 자신이 완벽하게 해결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예 손을 대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삶에서 완벽할 수 없기에 오히려 완벽주의자들이 신체적, 정신적, 감정적 잡동사니들을 너무 많이 끌어안고 산다는 것을 아는가?


둘째는 회피성(Avoidance)이다.

우리는 어떤 일에 압도되거나(Overwhelmed), 지루하다고 느끼거나 그것을 마치려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고 예상되면 최소 저항이 느껴지는 방법을 택하는 경향이 있다. 그럴 때 사용하는 방법이 회피(Avoidance) 이고 그로 인한 행동은 자꾸 미루기(Procrastination)로 나타난다.


셋째는 우유부단함(Indecisiveness)이다.

“지금 사용하지 않지만 혹시 앞으로 쓰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결정을 못 내리게 한다. 예를 들어 내가 멋지게 입고 다녔던 과거의 스키니 바지, 그러나 지금은 맞지가 않다. 만약 내가 살을 빼서 예전으로 돌아간다면…그래서 옷장 맨 위에 자리 잡은 지 벌써 수년 째다.   





다음은 정신적 잡동사니를 살펴보자.

두려움(Fear), 죄책감(Guilt), 걱정(Worry), 후회(Regret) 등등의 부정적 생각과 감정 잡동사니들은 우리가 인생을 즐기고 현재에 존재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Moving Forward)을 방해하는 요소들이다.

그럼, 이런 쓰레기들을 마음 속에 쌓아놓게 하는 원인들로는 뭐가 있을까?


 첫째, 나쁜 습관이다.( Bad Habit)

우리 모두는 각자 자신만이 아는 또는 알고도 못 고치는 나쁜 습관들이 있다.

안 씻고 자기, 늦게까지 안 자기, 거짓말 하기, 약속 안 지키기, 일 미루기, 남 험담하기, 남 탓하기, SNS에 빠져있기, 남의 얘기에 줏대 없이 흔들리기, 게으름, 변명하기, 심한 말 해서 상대방 상처주기, 자기 연민에 빠져 있기, 무력감 등등은 나에게 도움을 주고 좀 더 생산적인 일들로 부터 나를 멀어지게 하여 마음 속에 쓰레기를 쌓게 한다. 그러므로 이런 나쁜 습관을 알아차렸다면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좀 더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것들에 관심을 기울여서 마음의 근육(Mental Muscle)을 길러야 한다.


둘째, 파괴적 인간관계이다.( Toxic Relationship)

내 에너지를 고갈시키는 부정적 인간관계를 한 번도 경험하지 않았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학교, 직장에서나 심지어 가정에서도 나에게 상처를 주는 부정적 사람이 있다면 안보는 게 상책이지만 그럴 수 없다면 더 이상 내 인생에 끼어 들지 않도록 주인의식을 갖고 마음 수련(Mentally Strong)을 통해 해결해 나가야 한다. 왜냐하면 이런 파괴적 인간관계는 나의 마음속에 원치 않는 쓰레기를 계속 쌓이게 하기 때문이다. '


이런 마음 속 쓰레기를 없애는 방법 중 한가지가 명상(Meditation)인데 명상을 하다 보면 자신의 우선순위(Priorities)가 선명해짐으로써 혼란스러움(Confusion)이 줄어들게 된다. 그리고 좀 더 자신에게 집중하게 되면서 주변에 시선이나 의식을 뺏기는 일이 줄어들게 된다. 이것은 멘탈 디클러터링 ( Mental Decluttering) 에 큰 도움이 된다.


또한 명상이라 하면 내려놓는 것, 버리는 것, 내면으로 들어가는 것, 궁극적으로는 깨달음으로 가는 것이라 말할 수 있는데 이 명상 측면에서 “마음의 잡동사니”가 어디에서 오는지 추적해 보면  


첫째, 과거를 붙잡고 있는 것(Holding onto the past)이다.

그것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물건에 대한 기억과 추억, 스토리로 인한 일종의 집착(Attachment)으로 과거를 놓아버리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이다.

우리가 과거의 기억이나 추억을 잊어버리자는 것이 아니라 이 물건들을 놓아 버림으로써 과거를 흘러가게 하고 좀 더 현재(Living more in the present)에 집중해서 살자는 얘기다. 과거는 잊지 않지만 과거 속에 파묻혀 살아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둘째, 미래에 대한 두려움 이라고 말할 수 있다.(Fear of what might happen in the future)

혹시나~~ 하는 마음이 여행갈 때 지나치게 짐을 많이 싼다든가, 다 읽은 책들을 몇 년 째 책장에 꽂아 놓는 것, 집 차고에 타지 않은 오래된 벤츠(Benz)를 세워두고 차 위에 다 읽은 신문 등을 계속 쌓아놓는 행위들은 어쩌면 미래를 확실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나 두려움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역시 우리를 현재에 살지 못하게 하는 하나의 원인이 되고 있다.


자, 그럼 오늘 자신의 방을 한 번 둘러보자.

현재에 집중하며 살고 싶다면 하나씩 하나씩 과거의 집착과 미래의 두려움으로 쌓인 물건들을 버려보기로 하자. 이것은 나를 자유케하는 과정이다.(It’s a liberating process.) 오직 버림으로써 우리는 온갖 헝클어진 마음상태로부터 벗어날 수 있고 모든 잡동사니들을 버렸을 때 우리는 비로소 자유( I’m freed)가 되는 것이다.

과거는 역사이고 미래는 불확실 것, 그러므로 자꾸 사서 채우지 말고 오히려 버리고 또 버려서 작고 단순하게 삶을 꾸려가고, 현재에 일어나는 것에 만족하고 감사하며 살아가도록 같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