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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다 김 Mar 03. 2020

미국 요가 선생의 따뜻한 이야기

내 자리가 어딘가요?

매주 화요일, 목요일 첫 수업은 “62+ Yoga”로 62세 이상의 은퇴한 사람들을 위한 Chair Yoga수업이다. 거의 매일 비가 오는 시애틀 겨울에는 아직 깜깜한 시간이지만 Early Bird인 학생들로 교실은 언제나 시끌벅적 꽉 찬다. 학생들은 거의가 이 Senior Center의 멤버들로 센터가 생긴 이래로( 10년도 훨씬 전) 여러 명의 선생들로부터 이런저런 요가를 경험한 학생들로서 이제 세월이 흘러 오래 다니는 학생들 나이가 70대가 되었다. 나는 이년 전부터 이 그룹을 맡아 가르치고 있는데, 남자 학생들이 4-5명 정도 있지만 할아버지 학생들을 제외하고 할머니 학생들은 수업이 끝나면 학생들이 모여 함께 커피를 마시러 간다든가, 브런치를 같이 한다든가, 돌아가면서 집을 방문하여 오랜 시간 수다를 떨다 헤어진다든가, 생일파티를 같이 한다든가 등등으로 유난히 학생들의 유대관계가 매우 밀접하고 돈독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곧 알게 되었다. 할머니들의 말발이 세다 보니 할아버지들은 조용히 요가만 하고 간다. 그러므로 새로운 할머니 학생이 수업에 들어오면 세 가지 현상이 나타난다.


(1)   처음에는 이런 생황을 모르고 열심히 요가만 하고 돌아가다가 어느 날 수업 후에 자기들만의 미팅이 있음을 알고 이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끝내 친교 모임(Socializing)의 적극적 멤버가 되어 같이 어울리게 된다.

(2)   나중에 이런 친교 모임이 자기 몰래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고 소외된 기분을 느끼거나 그 멤버 중에 맘에 안 드는 사람이 있으면 수업에 안 오게 된다.

(3)  그러거나 말거나 수업에 나와서 요가만 하고 간다.


주전에 스티브(Steve)라는 남자 학생이 새로 들어왔다. 대체로 새로운 학생이 오면 내가 자리를 마련해주기 위해 이미 지정석으로 자리 잡고 있는 다른 학생들에게 양해를 구해 공간을 확보하여 사이에 앉힌다. 그런데 이 스티브는 교실에 들어오자 쭈뼛거림이 없이 아주 적극적으로 스스로 자리를 찾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데 스티브가 빈 의자를 보고 밝게 웃으며 앉으니 옆에 수잔(Susan)이 케이트(Kate) 자리라며 못 앉게 한다. 민망하여 다른 자리에 앉으니 또 자넷(Janet)이 엘렌(Ellen) 자리라며 못 앉게 한다. 이번에는 완전 반대쪽으로 가서 앉으려 하니 여기는 여자들이 앉는 자리고 남자들은 왼쪽에 앉는다면서 또 허락을 하지 않는다. 그 모습을 보고 이제 내가 개입을 해야겠다 생각하고 다가가려 하니 스티브가 자기는 여자들이 있는 이 자리가 좋다면서 의자를 뒤로 밀어 뒷줄로 물러나 앉았다. 지금까지 수년 동안 자신의 자리를 고수하며 결코 변하지 않았던 “예약된 좌석”(Reserved Seat)에 웬 낯선 사람이 등장해서 그 룰(Rule)을 깨 부시고 있는 것이다. 잠깐 동안의 정적을 깨고 호탕한 케이(Kay)가 “스티브가 용감하고 재밌다!!” 라며 크게 웃어 제켰다. 이 웃음으로 일단 상황이 마무리되어 수업이 시작되었다.


다음 목요일이 되자 어김없이 같은 시간에 스티브가 등장하여 미리 와 있는 남자 할아버지 학생 닉(Nick)에게 뭔가를 속닥거렸다. 그러고 난 후 둘이 의자를 들고 여자들의 영역이라던 곳으로 가 여자들 사이를 비집고 앉았다. 그동안 말 한마디 없이 조용하게 수업만 받고 가던 닉(Nick)도 이런 변화가 재미있는지 아님, 그동안에도 남녀가 구분되어 앉는 게 좋지 않다고 느끼던 차에 기회가 왔다고 생각해선지 즐거운 표정으로 스티브를 따라 했다. 남자 중의 반이 여자 사이로 끼어드니 케이(Kay)는 더 재밌는지 혹은 이 두 남자에게 관심을 둘 찬스(Chance)가 왔다고 생각하는지 목젖을 보이며 더 크게 웃으며 변화를 반겼다. 어쨌든 스티브가 등장하여 고정 자리가 없어지는 이런 시간들이 몇 주 지나자 십 수년을 고수하며 자기 자리를 지켜왔던 룰이 깨졌다. 이제는 오는 순서대로 자신이 앉고 싶은 자리에 앉는 새로운 변화를 경험하게 되었는데,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옆자리에 앉는 학생들도 바뀌게 되어 새로 온 학생들과도 또 남, 녀도 잘 섞여 앉아 수업 전 일찍 와서 선생을 기다리며 개인사도 털어놓고 오손 도손 얘기도 나누는 시간을 갖고 있다.


스티브는 은퇴 전에 날씨와 기후 변화, 자연환경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일을 해 왔고, 그것을 통해 돈을 벌고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고 한다. 그는 변화(Change)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있었는데 변화가 불편하고( Uncomfortable) 때로는 문제를 일으키는(Problematic) 것 같지만 자신의 컴포트 존(Comfort Zone)을 벗어나지 않는다면 우리는 절대로 앞으로 나갈 수 없다고 했다. 덧붙이기를 이 작은 공간에서 앉는 위치를 바꾸는 것은 아주 조그만 변화지만 그것은 우리를 발전(Improve)시키고 강하게(Strengthen) 하며 열린 시각(Open eyes)으로 세상을 볼 수 있는 또 다른 기회라면서 계속 같은 자리에 앉아 수업받는 것을 원하지 않았는데, 그의 시도는 매우 긍정적인 결과를 낳았다.






이 글을 쓰고 있자니 얼마 전에 만난 대학 동창의 얘기가 생각난다. 그녀는 현재 미시간 주의 작은 교회의 담임 목사로 사역하고 있는데, 대 도시에서 부 목사로 있다가 2년 전에 담임 목사로 발령이 나서 가게 되었다고 한다. 그 마을은 95%가 백인으로 구성된 작은 시골 마을인데 교회 멤버들이 나이 많은 매우 보수적인 성향의 사람들이라는 얘기를 듣고 부임을 했다 한다. 조상 대대로 이 교회를 다니고 있는 이 마을 신도들 앞에 젊은 아시안(Asian) 여자가 목회자로 나타났으니 그들에게는 너무나 획기적이고 받아들이기 힘든 놀라운 변화였을 것이다. 이 친구가 교회에 도착하여 보니 모든 것들이 수대를 거쳐 정해진 자리에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중의 일부는 일의 효율성을 위해 마땅히 자리를 옮겨야 하는 것들이 눈에 띄었단다. 가장 눈에 거슬린 것은 피아노의 위치였다고 한다. 그래서 교회 멤버들에게 피아노를 반대쪽으로 옮기자는 제안을 했는데 큰 눈을 더 크게 뜨고 어깨를 들썩이며 이 피아노는 자신의 선대 때부터 그 자리에 있어왔다며 절대 반대를 하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설득하고 또 하고 하여 피아노를 반대쪽으로 옮기는데 일 년이 걸렸다면서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한 가지 좋았던 점은 그들이 언제나 정해진 자리에 앉아서 예배를 보기 때문에 그날 누가 왔는지 누가 오지 않았는지를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럼, 왜 사람들은 같은 자리에 앉는 것을 좋아하는 걸까?

비행기를 타거나 학교에서 수업을 받을 때 사람들이 늘 같은 자리를 예약하고 같은 자리에 앉는 것은 심리적으로 편안하고 낯선 것에 대한 심리적 취약함(Vulnerable)을 덜 느끼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 가지 재미있는 실험 결과가 있는데, 이탈리아의 볼로냐 대학(University of Bologna)의 심리학자 마르코 코스타(Marco Costa)는 31명의 신입생이 포함된 47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4주간 교실 두 개에 카메라를 설치하여 학생들이 매일 어디에 앉는지를 추적했고 의자는 학생 수보다 더 많이 놓아 선택의 폭을 넓혔다. 한 달 동안 녹화했던 비디오를 분석해 보니 학생들은 매일 같은 자리를 선택해 앉았음을 알 수 있었다. 실험 결과에 대한 질문에 학생들은 매일 같은 자리에 앉음으로써 자신의 주변을 통제할 수 있었고, 심리적 방해를 덜 받음으로써 학습 능률을 높일 수 있었다고( Achieve academic and personal goals) 답을 했다 한다.


또 한 가지 앉는 것에 대한 재미있는 이론은 영향력 있는 자리(Power Seat)에 대한 심리적 고찰이다. 우리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그룹 세팅(Group Setting)에 노출되는데 쉽게 얘기해서 가족들이 모여 식사하는 사각 테이블에서 엄마 아빠가 나란히 옆에 앉아 밥을 먹는지 아님 반대쪽에 앉아하는지를 보며 무의식적으로 파워 시트(Power Seat)의 의미를 배우고 익히게 된다는 것이다. 긴 직사각형 테이블의 회의장에서 짧은 쪽의 테이블에 앉아 긴 테이블 쪽 마주 보고 앉은 사람들을 바라보는 자리를 선택해 앉았다면 자신이 묵언적으로(Unspoken message) 참가자들에게 주는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한다.  


(1)   I’m the leader.( 나는 리더다.)

(2)   I’m in control.( 나는 통제력이 있다.)

(3)  I’m here to intimidate.(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참가자들에게 힘을 행사할 수 있다.)

이 무의식의 메시지가 처음에는 분명하게 느껴지지 않지만 여러 번 이런 경험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파워풀한 에너지가 자신 주변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한다.  

만약 정사각형이나 라운드 테이블일 경우 power seat로서  자신의 힘과 에너지를 전달하려고 한다면, 의자를 다른 사람들에 비해 살짝 뒤로 빼서 앉든가, 옆 자리가 비었다면 빈 의자를 치움으로써 묵언적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자, 이제 다음번 그룹 미팅에서 혹은 고객과 앉을 때 내가 어디에 앉을 건지 또 누가 어디에 앉는지를 한 번 눈 여겨보자. 누가 어디에 앉는가 혹은 내가 누구 옆에 앉는가에 따라 힘의 역동성(Power Dynamics)을 곧바로 느끼게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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