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다 김 May 26. 2020

미국 요가 선생의 따뜻한 이야기

미국 요가 선생의 진실

한국에는 몇 개의 대학에 ‘요가학과’가 이미 오래전부터 개설되어있어 대학에서 매우 전문적인 수업을 받고 자격증을 딴 후에 요가 강사가 되기도 하고, 또 많은 요가원이나 요가 스쿨에서 요가 자격증 반을 따로 개설하여 요가 강사를 배출하기도 한다. 내가 알기로는 한국의 많은 요가 선생들이 자기 계발을 위해 혹은 수련의 깊이를 더하기 위해 베트남이나 발리 그리고 인도에 직접 가서 수련을 하고, 그곳에서 국제 자격증을 따는 경우도 흔하다고 들었다. 건강에 관심이 매우 지대한 한국인들은 웰빙(Well- Being)의 개념이 이미 삶 깊숙이 자리 잡고 있고, 각종 미디어에서 요가나 필라테스 강사의 직업의 선호도나 이미지가 매우 긍정적으로 비치고 있어 많은 젊은 한국 사람들이 요가 선생이 되어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고 한다. 즉, 대체로 한국의 요가선생들의 교육적, 지적 수준은 상당히 높은 편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고등학교만 나와도 요가 선생을 할 수 있고, 강사과정을 제공하는 요가 원들을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강사과정 기간도 짧게는 3주에서 1년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제공되고 있어서 자신이 원하기만 한다면 현재 자신의 일과 병행하며 얼마든지 자격과정을 마칠 수 있다. 그러나 직업의 안정성과 수익성에서 젊은 사람이 풀타임으로 계속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데 그것은 수입과 체력의 한계 때문이다.


요가가 미국에 들어와서 수행보다는 일종의 운동(Exercise)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에 요가 선생들도 수업시간에는 육체적 노동이 요구돼 하루에 몸에서 견딜 수 있는 시간만큼만 일을 할 수밖에 없고, 대부분 수업시간 수에 따라 수입이 주어지기 때문에 수입이 제한되게 된다. 물론 어떤 선생들은 포즈를 보여주기보다는 주로 말로만 가르치는 경우도 있지만 자기가 만족할 만큼의 수입을 얻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 동안 말을 해야 하고 학생들에게 집중해야 하며 정신적 육체적 에너지 소모가 많으므로 쉬운 일이 아니다. 요가 1시간을 수업하는 것은 책상에 앉아 3시간 일하는 에너지 소모량과 맘먹는다는 보고도 있다.


그러므로 프리랜서로서 요가를 가르치는 사람들은 거의 안정된 소득의 배우자가 있거나 자신의 메인 잡(Main Job) 외에 세컨드 잡으로 일을 한다고 보면 된다. 그러므로 요가 선생만을 해서 집을 샀다든가, 자식들을 사립학교 보낸다든가, 자녀들 결혼비용을 도와줬다든가, 럭셔리 크루즈 여행을 다녀왔다든가 하는 얘기를 지금까지 들어 본 적이 없고 그것을 기대할 수도 없다. 결론적으로 요가 선생을 해서 여유로운 삶을 살겠다 생각한다면 미안하지만 빨리 다른 길을 찾으라고 말하고 싶다. 참고로 요가 선생들의 페이는 시간당 $25-$150까지 편차가 있으며 지역과 경력에 따라 다르고 학생수에 관계없이 플랫(Flat)하게 하는 곳도 있고, 학생수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도 있다. 학생수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엔 요가 센터와 2:8, 3:7, 4:6 등으로 나누며 자기 비즈니스와 같은 개념이라서 학생수가 많아지면 수입은 커질 수 있다. 또 미국에서는 요가 개인지도를 받는 사람이 많아 개인지도만을 전문으로 하는 선생들도 있고, 요가원을 직접 운영한다든가, 요가 선생들을 배출하는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진행하여 비즈니스로 접근한다면 상황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시애틀에서 요가 선생 자격을 위한 트레이닝을 받을 때 마이크로 소프트, 보잉, 의사, 간호사, 라디오 DJ, 카운슬러, 심리 치료사, 학교 교사, 카이로 프랙터, 비즈니스 CEO 등등의 정말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이 요가강사 과정을 받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이와 같이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요가 강사과정을 밟는 이유는 직접 강사가 될 의도는 없지만 요가를 좀 더 깊이 있게 공부하고자 하는 이유도 있고, 사이드 잡(side job)으로 시간 날 때 요가를 가르쳐보고 싶어서, 자신의 신체적 불편함을 스스로 해결하고자, 자기 직업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그리고 백업플랜으로 나중에 은퇴한 후에 써먹으려고 하는 등등의 다양한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나는 그동안 세미나나 워크숍, 그리고 내가 일하는 요가원에서 많은 요가 선생들을 만나봤는데 그들의 대부분은 원래부터 요가 선생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요가 선생을 천직으로 알고 계속하는 사람은 거의 못 봤다. 거의 대부분의 요가 선생들이 다른 일을 하다가 어떤 계기로 요가를 접하게 된 후 요가 선생이 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나를 가르쳤던 요가 선생들도 조경학과, 피아노 전공자였고, 미국에서 내 요가 스승인 트레이시 역시 마이크로 소프트사 직원이었으며 나 역시도 그렇지 않은가? 고등학교에서 화학 선생, 대학에서 한국어 강사를 하다가 마침내 요가 선생이 됐으니 말이다. 내가 알고 지내는 요가 강사 동료들은 피지컬 테라피스트(Physical Therapist)를 하다가, 변호사(Lawyer)를 하다가, 컴퓨터 프로그래머를 하다가, 영양사로 일하다가, 안경사로 일하다가, 침구사로 일하다가 요가를 알게 됐고 마침내 전업으로 혹은 파트 타이머(Part timer)로 즐겁게 요가를 가르치며 생활한다.




그럼, 왜 요가 선생을 하는가?

그건 자신이 요가를 정말 좋아하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이 있을 때 우리는 어떤 일을 선택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요가는 잘하지 못해도 정말 자신이 좋아하지 않으면 결코 오래 할 수 없는 일이다. 왜냐하면 요가는 큰돈을 벌 수도 없을뿐더러, 다른 운동과 달리 요가 선생 자신이 요가다워야 하고, 요가 냄새가 나야 하며, 수업 내내 학생들과 신체적, 정신적 상호작용(Interaction)이 일어나는 일종의 수행이기 때문이다.

또한 일을 좋아한다는 것은 일을 재미있게 즐긴다는 뜻이고 그 즐김의 에너지가 학생들에게 전달되기 때문에 학생들은 요가 스킬이 뛰어난 선생보다는 즐겁게 일하는 선생을 더 좋아하는 것이다.




요가의 선인들은 요가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먼저 눈에 보이는 신체 부조화에서 오는 밸런스를 찾음으로써 힐링이 되는 신체적 치유와 건강한 몸을 도구로  요가를 시작하게 해서는 요가의 깊이가 깊어지면 점점 요가의 궁극 목적인 나를 찾고, 진리를 알며, 지혜를 얻어 마침내 평화, 축복, 감사를 느끼는 깨달음으로 유도를 하였다. 사실 요가에는 8단계 과정이 있는데 우리가 하는 신체적 운동은 요가 3단계에 해당하는 것으로 마지막 단계인 신과 하나 되는 축복(Bliss), 평화(Peace) , 감사 (Gratitude), 즐거움(Joy)을 얻기 위한 과정 중 하나인 것이다. 그러나 그런 상태까지 도달하는 요기들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그저 간단하게 생각해서 어제 보다, 오늘보다 더 나은 사람(Better person), 더 강한 사람(Stronger person) 이 되는 것만 해도 엄청 건지는 거 아니겠는가?



옛날에 깨달은 자가 있어서 자신의 깨달음의 진수를 제자들에게 전수하고자 하였다.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 스승에게서 깨달음을 배우고자 몰려들었다. 그러나 계속 가부좌 자세를 하고 앉아 수행을 하자니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저리고 무릎도 통증이 심해 많은 사람들이 도중에 포기하고 돌아가자 이 스승이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는 우선 오래 앉아서 수행할 수 있는 몸을 먼저 만들어야겠다 해서 지금의 신체적 요가 수련이 생겨났다고 한다. 즉 요가의 최종 목적인 평화, 축복, 감사, 환희, 신과의 일체감을 체득하기 위한 집중, 명상을 잘하려면 우선 건강하고 내 몸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부실한 몸과 무질서한 상태에서는 명상도 깨달음도 얻을 수 없는 건 당연하지 않겠는가? 또 내 몸을 모른다면 어떻게 밸런스를 맞출 수 있으며 눈에 보이지도 않는 에너지 균형을 얻겠다는 것인가?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서 몸을 단련시키고 수련을 통해 산란된 마음이 없어지면 집중력과 통찰력, 지혜가 생겨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요가의 신체적 수련은 물 위에 떠 있는 작은 얼음에 불과하고 요가 수행은 깊이를 측정할 수 없는 수면 속에 잠긴 큰 빙산에 비유할 수 있겠다.




한국에서 몸이 아파 시작한 요가가 이곳 낯선 땅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 수 있게 해 주었고, 어둡고 컴컴했던 동굴에서 빠져나와 이방인이 아닌 미국 주류 사회의 주인으로 살 수 있게 해 주었다. 요가에 미쳐 살았던 수년 동안의 결과로 2018년에는 요가 책도 발간하였다.


“살면서 미쳤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면

당신은 단 한 번도 목숨 걸고 도전한 적이 없었던 것이다. – W. 볼튼

(If you’ve never been called crazy, then you’ve never really challenged yourself)


아버지 살아계실 때 술이 취하면 언제나 흥얼거렸던 “회전의자” 가사 중 “빙글빙글 도는 의자, 회전의자에, 주인이 따로 있나, 앉으면 주인이지” 가 있다. 전문성과 주인의식, 열린 마음이 있으면 영어가 좀 부족해도 이곳 미국에서 돌아가는 회전의자에 앉아 주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자, 이제부턴 나의 부족한 결핍을 채우려 하기보다는 내가 가진 장점을 더 발전시키려는 방향으로 노력해서 우리나라 한국이든 세계 어디에 살든 주인으로 살아봅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