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보지 말고, 하루쯤은 나를 위해 맘껏 놀기
‘어른스럽다.’ 라는 말을 딱히 좋아하지 않는다. 그건 무언갈 잘 견뎠을 때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웃고 싶을 때 웃지 못하고 울고 싶을 땐 눈물을 참고... 그렇게 슬픔은 견디고 기쁨은 감추는 사람을 보며, 우린 어른스럽다는 칭찬(?)을 종종한다.
지을 수 있는 표정의 개수만 많아진 어른은 별로다. 하나의 표정을 짓더라도 솔직한 아이가 훨씬 좋다. 이렇게 불필요한 감정노동을 기피하려는 내게, 누군가는 ‘어른이’란 별명을 붙여줬다. 어른이라... 그러고 보면 한국말은 참 어려운 것 같다. 넌 참 어른이야. 라는 말에 따옴표를 어떻게 붙이느냐에 따라 어감이 달라지니까. "너는 '어른이'야." 혹은 "너는 '어른'이야."
어른은 서럽다. 노화가 진행되는 것도, 그럴수록 체력이 약해지는 것도 눈물이 난다. 그렇게 수명의 끝을 향해 열심히 달려가는 중인 우리에게 가장 아이러니 한 건, 온전히 나를 위해 할애하는 시간은 점점 더 줄어들고 남을 위해 노력하는 시간만 늘어난단 것이다. 여행도 마찬가지. 나의 만족을 위한 여행을 떠날 여유를 가진 어른이 몇이나 될까? 연인을 위한, 부모님을 위한, 나아가 자식들을 위한 여행을 하다 보면 내 만족은 캐리어 지퍼 속 어딘가에 갈무리해둘 수밖에 없다.
뭐 그것 역시 새로운 형태의 행복이라 볼 수도 있겠지만,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그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여행지가 있다. 싱가포르의 센토사 섬이다.
싱가포르는 가족여행지로 많은 사랑을 받는 나라다. 물가가 좀 비싸긴 하지만 그만큼 깔끔한 도시 분위기와 다양한 액티비티, 편차 없이 적당한 기후 등은 가족여행지의 베스트로 손꼽히기에 충분하다. 그러한 싱가포르의 매력들 중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랜드마크가 바로 센토사 섬이다.
싱가포르 본 섬에서 남쪽으로 약 800m 떨어진 곳에 있는 센토사 섬은 1970년대까진 영국의 군사기지였는데, 이후 싱가포르 정부의 지원으로 관광단지가 조성되었다고 한다. 케이블카와 모노레일 중 하나의 탈 것을 정해서 들어갈 수 있는데, 개인적으론 케이블카가 특별한 경험이라 생각한다. 무난한 방법을 택하려면 MRT 하버프런트 역과 연결된 비보시티 쇼핑몰에서 센토사 섬으로 들어가는 모노레일을 타면 된다. 물론 싱가포르에도 교통카드 및 다양한 패스들이 있으니, 미리 모바일을 통해 구매하길 추천한다.
‘센토사’는 말레어로 ‘평화와 고요함’을 뜻한다. 그 별칭에선 그저 아름답기만 한(특별히 재밌는 액티비티 없이 심심한) 섬을 떠올릴 수밖에 없겠지만, 섣부른 오해는 금물이다. 동양 최대의 해양수족관인 언더워터월드를 비롯하여 음악분수, 오키드 가든 등 볼거리가 상당하다. 그뿐인가. 번지점프와 스카이브리지, 야간루지 등 즐길 거리 또한 넘쳐나는 곳이 바로 센토사섬이다. 그중 꼭 해봐야 할 세 가지의 액티비티를 소개하려 한다. 아이-어른 너나 할 것 없이, 하루쯤은 맘껏 놀 수 있게.
루지는 무동력의 작은 카트를 직접 운전하는 액티비티다. 고카트와 터보건 썰매가 반반 섞인 형태의, 바퀴가 세 개 달린 썰매를 타고 트랙 위를 누비는 재미가 일품이다. 조작법도 간단하다. 속도를 높이려면 핸들바를 밀면 되고, 브레이크를 잡으려면 핸들바를 당기기만 하면 된다. 그 어떤 동력 없이 중력에 의해서만 속도감을 느낄 수 있어, 단순하면서도 짜릿한 액티비티로 인기가 좋다.
루지는 전 세계의 단 6개 지역에서만 만날 수 있는데 그중에서도 싱가포르 센토사섬의 루지가 가장 유명하다. 드레곤 트레일, 정글 트레일, 쿠푸쿠푸 트레일, 익스페디션 트레일 중 원하는 코스를 선택할 수 있는데, 주간과 야간 모두 즐길 수 있다. 이것도 나름 운전이고 하니 주간을 선택하는 관광객들이 많지만, 트랙에 불빛이 반짝이는 야간 주행의 맛도 기가 막히다. 주간만큼이나 환한 코스 이므로 걱정할 필요도 없다.
요즘은 현장에서 예약할 필요 없이 미리 모바일로 예약을 하는 게 보통이다. 현장에서 모바일 바우처만 보여주면 되고 할인율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혹여 미리 구매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당일 현장에서도 예약 가능한 상품들이 많다. 이때 기왕이면 1회권 보단 2회권을 구매하길 추천한다. 경험상, 한 번 타고 내려오면 무조건 한 번은 더 타고 싶은 마음이 들 게 분명하니까. 심지어 두 번째 탑승 시엔 긴 대기줄을 기다릴 필요 없이 좀 더 빠르게 탑승할 수 있다.
마담 투소라는 명칭이 생소한 사람들이 많을 듯싶다. 간단히 말해 ‘세계적인 스타들이 전시돼 있는 밀랍인형 박물관’이다. 센토사섬의 마담 투소는 아시아의 최대 규모다. 스포츠 선수, 할리우드 배우, 가수, 역사적 인물 등 전 세계의 다양한 유명인을 그대로 재현한 밀랍인형과 장난스러운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추억을 남길 수 있다.
센토사 섬의 마담투소엔 밀랍인형들만 있는 게 아니다. 생생한 사운드와 냄새까지 재현한 스피릿 오브 싱가포르 보트(The Spirit of Singapore Boa)가 있다. 그걸 타면 싱가포르 곳곳을 여행하는 듯한 3D 영상을 체험할 수 있어 아주 특별한 경험이 될 듯싶다. 스피릿 오브 싱가포르를 타고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모든 걸 구경했다면, 이젠 마블의 영웅들을 만나볼 차례다. 마블 4D 체험관에 가면 마담투소와 같은 밀랍인형으로 아이언맨, 스파이더맨 등이 재현돼 있음은 물론이고 4D 영화 관람까지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마블의 영화를 다이내믹한 4D로 체험하긴 쉽지 않으니, 센토사 섬을 방문하면 꼭 들러보길 추천한다.
루지만큼이나 인기 있는 액티비티가 메가 짚이다. 안전장치를 착용하고 짚라인을 따라 허공을 가로질러 내려오는 액티비티인데, 센토사 섬의 메가 짚라인은 3개나 있어 친구나 가족과 함께 타기에도 적당하다. 숲과 바다를 가로지르는 메가 짚을 타고 내려오며 싱가포르의 정글과 모래사장의 장관을 고스란히 눈에 담는 기분은 정말이지 기가 막힌다. 누구의 눈치도 볼 것 없이 허공을 향해 고함을 지르며 일상 속의 스트레스를 맘껏 풀어보자.
연애만 한 여행이 있으리.
연애 & 여행 칼럼니스트 김정훈
tvN 드라마 <미생>,
OCN <동네의 영웅> 보조작가,
책 <요즘 남자, 요즘 연애>
<연애전과>의 저자
싱가포르 여행 준비할 때도 글로벌 액티비티 예약 플랫폼, 클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