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가서 구경해야 할 예원의 5가지
100%, 75%, 50%, 25%, 그리고 0%. 어느 정도 준비를 하고 떠나는 여행이 재밌느냐에 대해 객관식으로 투표를 했는데, 50~75% 사이라는 주관식 결론이 나왔다. 개인적으론 모든 여행에 대한 준비를 그 수치적 범주에 넣을 순 없단 생각이다. 어떤 여행은 준비를 거의 안 해도 재밌고, 준비를 아주 철저히 해야 하는 목적지도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확실한 팁 하나는 있다. ‘가고자 하는 랜드마크’에 대한 지식은 웬만하면 알고 가는 편이 그곳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식사를 해결해야 하는 맛집 같은 행선지는 굳이 철저히 조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 현지인들을 통해 알게 된 생소한 맛집을 가도 즐겁고, 길을 걷다 마음 내키는 곳에 방문해도 그 나름대로의 즐거움이 있다. 하지만 랜드마크는 좀 다르다. 특히 역사적인 가치를 갖고 있는 랜드마크라면, 그곳에 대한 지식을 미리 공부하고 가는 편이 좀 더 재밌는 관광을 즐길 수 있다.
최근 소개한 상하이의 예원도 마찬가지다. 예원에 대한 만족도가 높지 않은 관광객들의 대부분은, 그곳을 그저 ‘큰 정원’ 정도로 알고 간 사람들이다. “나무와, 돌과, 물이 조금 있을 뿐... 하지만 사람은 미어 넘치는 그곳을 왜 극찬하는 거지?” 라는 지인의 평을 실제로 들어본 적도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이 누군가의 효심에 의해 만들어진 것임을 알고 간다면 어떨까. 그냥 지나쳤던 다리에도 상당히 재밌는 건축 의도가 숨어 있었단 걸 알았다면. 예원 곳곳에 위치해 있는 하늘로 솟은 뾰족한 기와가 중국 남방 지역의 특징이란 것과 사자성어인 ‘점입가경’이 예원에 있는 젠루자징(渐入佳境)이란 것도 알고 갔더라면? 아마도 그 지인은 좀 더 재밌게 관광을 했을지도 모른다. 하다못해 독특한 포즈의 의미 있는 사진을 한 장 더 건졌을는지도.
상하이의 유일한 정원인 예원은 중국 명나라의 고관 반윤단이 아버지 반은을 위한 효심으로 지은 정원이다. 아버지를 기쁘게 하기 위해 반윤단이 직접 연못을 파는 등의 노동(?)을 하여 약 20여 년 만에 만든 정원인데, 중국 역대 공원의 아름다움을 골고루 갖추고 있는 지금의 모습이 400년 전 그대로는 아니다. 아편전쟁 시 한 번 폐허가 됐었지만 복원작업을 거쳐 1961년에 공개됐다. 차차 좋은 지경으로 들어간다는 뜻의 ‘점입가경'의 유래가 된 곳답게, 상당히 아름다운 건축물들이 많다. 하지만 예원은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많을 뿐 아니라, 그 크기가 상당히 커서 전부 다 둘러보는 데만 해도 몇 시간이 걸린다. 그러니 내부의 핫스팟을 어느 정도 숙지하고 가는 것이 좋다.
연못이 아니다. 찻집이다. 예원 상장 앞, 그러니까 구곡교 옆에 위치한 호심정은 1784년 행상인 집회소가 1855년 찻집으로 탈바꿈한 것이 지금에 이르고 있다. 해외 유명인사들이 방문해 사인을 남겨놓은 곳으로도 유명한데, 생각보다 찻값이 비싸다는 인상을 받을 수도 있지만, 예원의 전경이 두루 보이는 자릿세라 생각하면 아깝지 않다. 1층은 차용품 또는 기념품을 판매하고 2층에서 차를 마실 수 있는데, 차를 주문하면 두부와 떡 같은 군것질거리도 함께 제공되니 관광하느라 떨어진 당을 보충하기에도 좋다. 위치상 예원을 구경하기 전에 먼저 들러야 할 것 같지만, 예원 구경을 마치고 나서 방문할 것을 추천한다.
예원의 입장권을 사기 전에 지나가야 하는 다리다. 아홉 번 꺾어진 다리라는 뜻의 이곳은 실제로 직각으로 아홉 번 꺾어진 형태로 만들어져 있다. 이런 형태는 귀신이 정원을 넘보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여기에서 귀신이란 중국의 대표적인 귀신인 강시를 칭하는 것으로, 반씨 일가에 죽임을 당한 억울한 사람들이 강시가 되어 나타날 것을 대비해 만들어진 곳이다. 어릴 적 강시영화를 떠올려 보면 알겠지만, 강시는 직선으로만 움직일 수 있고 지그재그로는 못 움직인다. 그래서 꺾어진 다리를 건너다 물에 빠져 정원까진 못 들어오게 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단 설이 전해진다.
양산당은 예원의 초입에서 구경할 수 있는 건물인 삼수당(세개의 벼이삭이라는 뜻, 풍성한 수확과 길운을 의미)의 뒤편에 위치해 있다. 인공호수를 두고 대가산과 마주 보도록 지어진 2층 누각으로, 예원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그 말인즉 이곳에서 가장 많은 사진을 찍게 된단 얘기!
양산당의 입구에는 한 쌍의 철사자가 있다. 숫사자의 발밑에 있는 구슬은 우주를 뜻하는데, 우주 전체를 주무르는(?) 권세를 보여주는 것만 같다. 암사자는 새끼와 함께 있는데, 새끼는 어미 발가락을 입에 물고 있다. 중국에는 원래 사자가 없어 상상 속의 동물이었는데, 상상 속의 사자는 젖을 발가락으로 먹인다고 믿었기에 이런 형태가 만들어진 것이라 한다.
양산당에 앉아 있으면 보이는 대가산은 인공적으로 만들어 낸 석가산이다. 현존하는 인공산중 가장 오래된 산이기도 한데, 명나라 때 원형이 유지된 유일한 유적이기도 하다. 윈난에서 무려 2만 2천여 톤의 무강석을 가져와 12m 높이로 쌓아 올렸다고 하니, 그 규모와 정성을 짐작할 수 있다(물론 이 모든 작업을 반윤단이 하진 않았다. 장인을 시켜서 했다). 기묘한 암석들이 모여 있는 형태가 상당히 인상 깊은데, 그것들 자체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듯한 인상을 준다. 산치고 너무 낮은 거 아냐? 라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상하이 주변이 워낙 평지라 멀리까지 조망하기에 충분했다고 한다.
예원에 있는 돌중 가장 유명한 돌인 옥령(Yu Ling Long)은 무려 1,000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송나라 Huizong 황제의 유산으로, 구겨진 형태가 돌 같지 않게 머리부터 발끝까지 이어진 엄청나게 비싼 돌이라고 한다. 수석에 관심이 없는 일반인들도 이 돌의 모양을 보면 그 자연스러운 주름에 흠뻑 빠져든다. 꼭대기에서 물을 부으면 모든 구멍을 통해 물이 흘러내리고 반대로 아랫부분에 향을 피우면 돌에 있는 모든 구멍에서 향 연기가 피어오른다고 하는데, 실제로 시험해 보지는 말자.
연애만 한 여행이 있으리.
연애 & 여행 칼럼니스트 김정훈
tvN 드라마 <미생>,
OCN <동네의 영웅> 보조작가,
tvN 드라마 <아는와이프> 보조작가,
책 <요즘 남자, 요즘 연애>,
<연애전과>의 저자,
TV조선 <연애의 맛>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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