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물어보세룩 1화
A : 엔트리/라이트 급 스시가게를 비교했을 땐 일본이 우세합니다. 하지만 미들급과 하이엔드급 스시야에선 그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 것 같아요.
스시의 맛은 ‘얼마나 신선하고 맛있는 재료를’, ‘얼마나 숙련된 셰프가 쥐어주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런데... 라이트? 미들? 권투도 아닌데 무슨 얘기냐고?
흔히 스시야(스시를 먹을 수 있는 레스토랑)의 등급을 나눌 때 쓰는 말이다. 그리고 이 등급은 편의상 가격으로 나누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때의 가격은 샤리(초와 간이 되어있는 밥)와 주재료인 네타(스시 위에 올라가는 다양한 재료)에의 재료비에 기인하는 것이 기본이다.
하이엔드급 스시야 - 점심 7만원~20만원, 저녁 기준 18만원~35만원.
미들급 스시야 – 점심기준 3~7만원, 저녁 10~15만원.
라이트/엔트리급 스시야 – 1인당 1~2만원에서 먹을 수 있는 가게.
엔트리급 스시야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ㅇㅇ초밥’ 과 같은 가게를 떠올리면 된다. 보다 많은 대중들이 부담없이 스시를 접할 수 있게 하는 엔트리급의 특성상, 당연히 가격대는 낮고 그에 따른 재료의 종류나 신선도도 그 윗단계의 스시야에 비해선 모자라다. 미들급 이상의 스시야에선 각 스시야를 대표하는 스시 전문 셰프가, 자신만의 네타박스를 갖고, 개개인의 기호에 맞게 초밥을 쥐어 준다. ‘오마카세(주방장 마음대로’라는 메뉴가 존재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같은 생선을 사용한다해도 셰프가 누구냐에 따라 스시의 맛이 달라지는 것이 미들급 이상의 스시야의 매력이니까.
스시는 일본의 대표적인 전통요리다. 각종 생선살과 초에 절인 밥을 기본으로 김, 파, 시소, 유부 등 다양한 식재료를 사용해 만드는 스시는 그 종류만도 어마어마하다. 우리나라에선 스시와 초밥이란 단어를 혼용 해 쓰곤 하는데, 당연한 말이지만 스시가 곧 초밥이다. 초밥이란 단어의 첫 등장은 1940년대 쯤 이라고 한다. 생선을 밥 위에 얹어서 먹는다 하여 초밥이라고 불렀는데, 김기림 이라는 시인이 1947년에 잡지 '학풍'에 기고한 '새말의 이모저모'라는 글을 보면 초밥이 신조어로 취급받고 있는 기록이 나온다.
농담반 진담반으로, 가격대가 저렴한 스시를 초밥으로 비싼 초밥을 스시로 부르는 사람들도 꽤 있다. 인도-일본-태국 등 해외의 카레는 커리로, 3분 카레는 카레로 부르는 것 같달까? 개인취향의 문제를 나무랄 순 없겠지만 초밥 보단 스시라고 부르는 게 정석이긴 하다. 이제는 국제적 고유명사가 된 스시(Sushi)라는 단어를 우리만 굳이 초밥이라고 부르기엔 애매한 지점이 있다.
참 대단하다. 전 세계에 스시라는 단어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스시 마케팅을 공들여 한 결과니까. 단순한 바이럴 마케팅 뿐 만이 아니다. 실제로 세계 유수의 도시에선 다양한 초밥집들이 성행하고 있고 미슐랭 스타를 받은 스시집도 한 둘이 아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배달 어플리케이션엔 아예 스시 메뉴가 따로 있을 정도고, 커플들이 기념일에 가는 제법 멋스러운 레스토랑이나 중요한 접대를 해야 하는 레스토랑의 리스트엔 반드시 스시집이 포함 된다. 이렇게 스시의 대중화가 진행된 현재, 우린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여전히 일본 현지의 스시가 더 맛있을까?
여기에 제대로 대답하기 위해선 ‘얼마나 다양한 한국의 스시집을 방문해 봤는지’에 대한 질문이 선행되어야 할 듯싶다. 한국에서 맛없는 스시만 먹어놓고, 무턱대고 일본이 맛있다고 평가내리면 안될 테니까. 그렇다고 이제부터 모든 사람들이 그 해답을 얻기 위해 스시집 방문에 용돈을 쏟아 부을 수는 없을 터.
스시를 꽤 좋아하는 필자의 경험상 엔트리급 스시야, 그러니까 인당 1~2만 원 정도로 먹을 수 있는 캐쥬얼한 초밥집(회전초밥을 포함한)들은 일본이 훨씬 맛있었던 것 같다. 물론 일본 내에서도 지역 및 가게마다 편차가 있겠지만 어쨌거나 한국의 동 가격대 가게들에 비해선 그렇단 얘기다.
그 이유는 가격대에 따른 재료 수급 때문이다. 스시의 기본이 되는 재료 수급의 문제 상 엔트리급에선 한국이 일본에 비해 한참 모자랄 경우가 많다. 특히 회전초밥 가게가 그렇다. 거의 공산품 수준의 스시를 맛봐야 하는 한국의 회전초밥집과는 달리, 일본에서는 제법 괜찮은 재료를 사용하는 회전초밥 체인점들이 몇 있다.
하지만 미들급 이상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최근 한국에서도 일본 현지의 스시 맛 못지않은 만족도를 누릴 수 있는 미들급 이상의 스시야들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나고 있다. 하이엔드급에선 당연히, 말할 것도 없다. 일본 현지의 하이엔드급과 별반 차이가 없다. 아주 특별히 현지에서만 공급 가능한 생선을 사용하는 스시가 아니라면.
그럼 굳이 일본 여행을 가서 스시를 먹어보지 않아도 되지 않겠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No’ 다. 당연히 여행의 기본상 그 맛이 더해지기도 하고, 또한 현지의 몇몇 스시야엔 우리나라에서 경험할 수 없는 다양한 재료들을 새롭게 해석한 스시들도 무궁무진하다. 그러니 경비만 충분하다면 일본여행 시 한 끼는 회전초밥과 같은 엔트리급을, 한 끼는 미들급 이상의 스시야를 경험해 보길 오히려 추천한다.
색다른 경험을 하고 싶다면 스시를 직접 만들어 보는 쿠킹클래스를 경험해 보는 것도 좋다. 직접 스시를 쥐어 보는 건 스시의 본고장 일본에서 즐길 수 있는 독특하고 즐거운 액티비티이기 때문이다. 특히 도쿄에 있는 ‘도쿄 쿠킹 썬 (Cooking Sun Tokyo)’ 이라는 쿠킹 스튜디오의 클래스가 인기 있는데, 스시의 다양한 재료 및 양념에 대해 배우고 직접 만든 스시를 클래스원들과 함께 먹을 수 있게 미소된장도 제공이 된다.
연애만 한 여행이 있으리.
연애 & 여행 칼럼니스트 김정훈
tvN 드라마 <미생>,
OCN <동네의 영웅> 보조작가,
tvN 드라마 <아는와이프> 보조작가,
책 <요즘 남자, 요즘 연애>,
<연애전과>의 저자,
TV조선 <연애의 맛>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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