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물어보세룩 2화
A : 대접받는 기분을 최고로 맛볼 수 있는 일본식 코스요리입니다.
지난달, 이부스키에 있는 료칸에 다녀왔다. 뜨끈한 검은모래로찜질로 유명한 이부스키엔 수많은 료칸이 있었지만 내가 정한 곳은 ‘슈스이엔(秀水園)’. 그곳을 선택하는 데엔 1초의 망설임도 없었다. 료칸 전문가들이 선정한 '일본 료칸 & 호텔 100선'의 요리 부문에서 약 30년간 부동의 1위를 차지한, 일본에서 가이세키 요리가 가장 맛있기로 유명한 료칸 이었기 때문이다.
과연 명불허전이었다. 재료의 선도도, 플레이팅도, 맛도 단연 최고. 한 접시 한 접시 정성스레 준비된 요리가 서빙 될 때 마다 마치 제대로 된 예술품을 구경하는 듯 한 기분까지 들어버렸다. 정갈한 전통복장과 그에 어울리는 친절한 미소로 무장한 종업원의 환대 역시, 정말 ‘제대로’ 손님 대접을 받는 즐거움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대접받는다.’ 라는 건 존중받는 느낌을 준단 얘기다. 때때로 우린 우리가 지불한 돈에 비해 형편없는 음식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음식점을 방문하게 되고, 그럴 때 느끼는 불쾌감의 꼭대기엔 ‘손님으로써 존중받지 못한다.’는 문장이 펄럭이고 있을테니까. 하지만 가이세키 요리를 먹는 동안엔 그런 힘든 등정따윈 전혀 떠올릴 필요 없다. 각 료칸(혹은 레스토랑)에 따라 맛은 다를 수 있지만, 손님으로서 최고의 대접을 받는다는 기분만은 공통적임에 분명하다.
가이세키 요리는 에도시대에 처음 등장했는데 초기엔 연회 후에 먹는 간단하고 검소한 형식의 요리였다고 한다. 하지만 시대가 변할수록 점점 더 화려해져서, 오늘날엔 더욱 다양한 잔치의 코스 요리 적 성격을 띠게 됐다고 한다. 현재 가이세키 요리를 구성하고 있는 메뉴는 다음과 같다.
가장 먼저 제공되어 식욕을 돋우는 요리다. 쓰키다시(つき出し) 혹은 오토오시(お通し)라고 부르기도 한다. 맛의 조화를 이루는 두세 종류의 귀한 음식과 함께 식전주가 제공된다.
무코우즈케는 사시미(회) 등의 날생선, 혹은 식초로 양념한 요리인 스노모노(酢の物)가 제공된다. 오무코우(お向こう)라고도 한다.
스이모노는 맑은 장국을 말한다. 무코우즈케와 거의 동시에 제공되는 것이 보통이다.
산, 바다, 밭의 진미를 한데 먹을 수 있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요리. 다양한 맛을 내는 음식들의 조화로 입이 즐거움은 물론, 계절감을 나타낼 수 있도록 담아 눈까지 즐겁게 한다. 실질적인 메인요리라고 생각하면 된다.
고기나 생선을 구워 제공하는 요리. 튀김이나 찜이 제공되기도 한다.
채소를 주 재료로 한 조림 요리다. 채소 2~3가지만을 사용하거나, 채소를 베이스로 육류를 조금 더해 조려 제공된다.
차왕은 담백하게 조리거나 쪄서 만든 음식에 소스를 곁들여 먹는 요리. 추운 계절에는 따뜻한 음식이, 더운 계절에는 차가운 음식이 제공된다.
코돈은 푸른 잎 채소를 데쳐 간장으로 무친 히타시모노(浸し物), 스노모노, 무침 요리인 아에모노(和え物)를 각각 작은 그릇에 담아서 제공한다.
토메왕은 마지막 음식이라는 뜻 이다. 가이세키 요리에서는 술과 안주를 먹은 후 마무리로 밥과 국, 쓰케모노를 제공하는 것이 보통이다. 식사 후에는 계절 과일, 혹은 계절 과일로 만든 디저트를 낸다.
음식은 머리로 외우는 것이 아니다. 입으로 받아 들여야 하는 것. 료칸에 묵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가이세키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레스토랑에서도 얼마든지 맛 볼 수 있다. 심지어 이런 가이세키 요리를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쿠킹 클래스도 있다. 물론 한국이 아닌 일본에서다. 도쿄의 신주쿠엔 와규를 메인으로 하는 가이세키 쿠킹 클래스가 있다. 일본의 전통 요리니 일어로만 가르치는 거 아냐? 라는 걱정할 필요 없다. 영어를 구사하는 강사가 상주하니 얼마든지 편히 쿠킹 클래스를 즐길 수 있다.
연애만 한 여행이 있으리.
연애 & 여행 칼럼니스트 김정훈
tvN 드라마 <미생>,
OCN <동네의 영웅> 보조작가,
tvN 드라마 <아는와이프> 보조작가,
책 <요즘 남자, 요즘 연애>,
<연애전과>의 저자,
TV조선 <연애의 맛>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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