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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룩 KLOOK Aug 17. 2017

[2화/레터스 투 줄리엣]
로미오와 줄리엣의 베로나

감히 말씀드리자면, 베로나는 정말 아름다운 도시입니다. 낮에도 밤에도 늘 로맨틱한 기운이 몽글몽글 솟아오르는 곳이죠. 비단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이 주는 여운 때문만은 아닙니다. 구름 한 점 없는 한 낮이면 아디제강으로 쏟아지는 눈부신 태양과, 밤이면 찬란하게 빛나는 에르베 광장의 조명들. 그리고 금방이라도 애니메이션에서 튀어나온 듯한 각양각색의 건물이 주는 아름다움도 한 몫 할 거라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이탈리아까지 걸리는 시간이 직항으로 12시간 정도는 되니, 당장 베로나를 구경하러 갈 수는 없겠죠. 그래서! 베로나의 정취를 당장 느껴보고 싶을 때 추천하고 싶은 영화가 있습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아닙니다. 그 원작보다, 베로나의 아름다움만큼은 오히려 더 잘 드러나는 영화죠. ‘맘마미아’로 스타덤에 오른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주연한, ‘레터스 투 줄리엣(2010)’이란 로맨틱 코메디 영화입니다.


레터스 투 줄리엣, 줄리엣에게 보내는 편지라니. 제목부터 참 달콤한 영화죠. 그 분위기 그~대로, 오프닝 크레딧 에서부터 러브러브&하트하트 한 기운이 물씬 느껴집니다. 사랑하는 이들의 키스를 주제로 한 다양한 예술 작품 및 사진들이 등장하거든요(심지어 새와 물고기의 키스까지...) 영화의 줄거리는 대략 이렇습니다.

아래 내용에는 영화 줄거리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를 원하시지 않는 분은 '스포일러 끝!'까지 스크롤을 내려주세요.


‘뉴요커’라는 잡지사에서 자료조사원으로 일하는 소피(아만다 사이프리드 분)는 작가 지망생입니다. 그녀는 결혼을 앞둔 남자친구와 함께 베로나로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자기 일이 늘 우선순위인 남자친구와 따로 떨어져 여행을 하기로 한 소피. 베로나의 관광 명소인 ‘줄리엣 하우스’에서 전 세계에서 찾아온 여성들이 줄리엣에게 편지를 남기고 가는 모습을 구경합니다. 그러다 돌담 틈에 끼여져 있던, 50년 전에 쓰여졌지만 지금껏 아무에게도 발견되지 않았던 편지 한 통을 발견하죠. 작가지망생인 우리의 소피는 그 편지에 답장을 씁니다. 그리고 며칠 후, 편지 속 주인공인 클레어가 손자 찰리와 함께 소피 앞에 나타나죠. 소피의 편지를 통해 반세기 만에 첫사랑을 찾기로 결심한 클레어와 그의 손자 찰리, 그리고 소피는 클레어의 첫사랑을 찾기 위한 여정을 떠납니다. 에 나선다. 그리고 당연히(?) 결말은 소피와 찰리의 운명 같은 사랑으로 이어지죠.


※스포일러 끝!


이 영화 참 재밌습니다.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사랑스런 모습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게 베로나라는 배경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가슴 뛰는 사랑을 하고 싶은 사람이 보면 딱 좋을 것 같은 영화입니다.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베로나로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혹시나 모를 여러분의 여행을 위해, 베로나의 핫스팟 몇 군데를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 아디제 강

이탈리아 북동부를 흐르는 아디제 강은, 아르노 강의 지류로서 베로나를 관통하고 있습니다. 스위스 남부에서 발원해서 알프스를 거쳐 흐르고 있는데, 지금의 베로나가 있을 수 있게 다양한 자원을 제공해준 셈이죠. 물이 참 반짝반짝하고 맑아서, 이른 아침부터 래프팅과 플라잉 낚시로 휴식을 즐기는 시민들이 많습니다. 아디제 강-피에트라 다리-산피에트로 언덕을 잇는 코스로 관광을 하면 좋습니다. 특히 람베르니 탑이나 피에트라 다리 위에서 보는 아디제 강의 풍경은 정말 장관이거든요.
높은 곳이 싫다면, 아디제 강 주변을 그저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긴 합니다. 그 어느 관광지보다 아디제 강을 따라 걸으며 봤던 풍광을 최고로 꼽는 관광객들이 많더라고요.




2. 브라광장

베로나 역을 나서면 바로 보이는 게 브라광장입니다. 베로나 여행의 시발점이자 베로나 사람들의 휴식처라고 할 수 있죠. 베로나를 둘러싸고 있는 건축물들은 대부분 고대 로마시대에 베네토 지방에서 생산되는 석회암을 섞어 만들어진 성벽들인데요, 이런 건축물들이 만들어준 멋진 광장입니다. 베로나 하면 떠오르는 광장이 바로 브라광장과 에르베 광장인데요, 헷갈리신다면 아레나 원형 경기장과 시청사 궁전건물이 있는 곳을 찾으시면 됩니다. 그곳이 브라광장입니다.




3. 아레나 극장(Arena di Verona)

브라 광장에서 가장 유명한 건물 중 하나인 원형경기장, 아레나 극장입니다. 꼬마 콜로세움이라고도 불리는 이 곳은 이탈리아에서 세 번째로 큰 원형경기장이라고 해요. 아우구스투스 통치시대였던 1세기에 세워진 고대 검투사들의 경기장인데요, 베로나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투란도트와 같은 오페라를 상영하는 공연장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1913년 경부터 공연이 이뤄졌다고 하는데요, 노천 원형극장의 절묘한 음향시설은 모든 공연자와 관람자를 만족시키는 구조라고 합니다. 생사를 넘나드는 혈투가 벌어졌던 곳에서 오페라라니... 참 오묘한 매력이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오래전엔 4층 규모로 더 높이 지어졌지만, 12세기에 일어난 베로나 대지진으로 인해 4층은 소실이 됐다고 합니다.
아레나 극장은 3만여 관람객을 수용할 수 있는데요, 매년 6월에서 9월에는 오페라 축제가 열린다고 하니 그때 방문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계절이 바뀔 때 마다 새로운 공연이 열리고 있으니, 홈페이지(http://www.arena.it/arena/it)에서 보고 싶은 공연의 일정을 검색해 봐도 좋겠네요. 이 곳의 좌석에도 등급이 있어서 쿠션이 있는 1등석도 있다고 하는데... 가격은 엄청나겠죠?




4. 베키오 성(Castel Vecchio)

카스텔 베키오, 베키오 성은 1355년 아디제 강변에 지어진 성입니다. 브라광장에서 5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죠. 베로나의 영주였던 스칼리제리(Scaligeri)가의 권위를 상징하는 성인데요, 정원에 아름다운 조각들이 가득한 고풍스런 성입니다.
건설 기간이 무려 20년 동안이나 걸렸다고 하는 베키오성은, 현재는 아름다운 작품을 전시해 놓은 미술관으로 사용되고 있어요. 전시된 작품들은 르네상스 시대와 그 이전의 것들이 많은데요, 성주들의 대대로 사용한 유물과 보석 등이 꽤 많이 전시 된 편입니다.
하지만 베키오 성의 진짜 매력은 외부의 성벽에 있습니다. 붉은 벽돌로 이뤄진 성벽길이 해가 내려앉는 초저녁 하늘색과 어우러져 정말 아름다운 매력을 뽐내거든요. 이 베키오 성은 베키오 다리 건너편에서 가장 잘 보인다고 하니, 사진을 찍으려면 그곳으로 가는 것도 좋은 생각 같습니다. 아무렇게나 들어갈 수 있는 건 아니고요, 8:30~19:30 (월요일 13:30~ )로 입장시간이 정해져 있습니다. 베로나 카드가 있으면 무료지만 카드가 없다면 6유로를 주고 들어가야 하고요.




5. 에르베 광장

개인적으로, 브라광장 보다 더 로맨틱한 광장이 에르베 광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곳은 특별히 주소를 찍고 걷지 않아도 걷다보면 결국 마주치게 되는 광장이거든요. 마치 만날 운명은 어떻게든 만나게 된다는 그런 느낌?
브라광장에도 맛집이 많지만, 이곳에도 맛있는 젤라또 가게와 레스토랑이 즐비해 있습니다. 쇼핑하기에도 좋아요. 특히 우리나라에서 팔지 않는 intimissimi 라는 속옷브랜드 매장은 여성 관광객들이 꼭 들러보는 곳이라고도 하네요.




6. 줄리엣의 집

베로나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명소라고 할 수 있죠. 단테 동상이 있는 시뇨리 광장을 지나 이리저리 걷다보면,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곳이 보입니다. 집으로 들어가는 입구엔 사랑고백을 해 놓은 메모들이 가득차 있는데요, 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편지에 일일이 답장을 해주는 베로나 시 공무원도 실제로 존재하는 직업이라고 합니다.
거의 모든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는 ‘줄리엣 동상’은, 확실히 오른쪽 가슴이 더 반짝반짝하게 닳아져 있습니다. 이 동상의 오른쪽 가슴에 손을 얹고 사진을 찍으면 좋은 사랑이 찾아온다는 이야기 때문이죠. 입구의 메모도 그렇고, 동상도 그렇고... 미신을 미신을 믿는 건 전 세계가 공통적이란 게 재밌는 풍경 같습니다.
아! ‘줄리엣의 발코니’에 올라가서 줄리엣 기분을 내 보려면 약 6유로 정도를 지불해야 하니까, 이건 선택적으로 하면 될 것 같네요. 이 발코니 만큼은 로미오와 줄리엣이 함께 동행을 해야 의미가 있을 것 같긴 합니다. 혼자서 올라가서 셀카봉으로 사진을 찍는 건... 호텔 테라스에서 찍은 것과 비슷한 사진이 나올지도 모르니까요.




베로나로 떠나기 전에

밀라노와 베네치아는 잘 아시죠? 베로나는 그 둘 도시 사이에 있는 근교도시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도시가 워낙 작아서, 밀라노와 베네치아 여정 사이에 놓고 당일치기 코스로 관광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네요. 그게 가능한 이유가 바로 베로나로 향하는 기차가 20~40분 간격으로 늘 있다는 점 입니다. 이탈리아에서는 유레일 패스를 갖고 있어도 거의 모든 구간을 필수적으로 예약해야 하지만, 베네치아-베로나 구간은 예약을 하지 않아도 시간만 잘 맞추면 이용할 수 있거든요.
밀라노나 베네치아 어디에서 출발을 하더라도 기차로 1시간 반, 차로 1시간 정도의 거리에 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역의 정확한 명칭은 VERONA PORTA NUOVA 역이구요. 아, 베로나를 좀 더 편히 둘러보려면 15유로짜리 베로나 카드를 사는 것도 좋습니다. 시내 교통과 17개의 무료입장권을 겸할 수 있어요.




그러고 보니 2화 연속 편지와 관련된 영화를 고르게 됐네요.
다음 주엔 편지앓이 하지 않는 걸로!






연애만한 여행이 있으리.
연애&여행 칼럼니스트 김정훈
tvN 드라마  <미생>,

OCN <동네의 영웅> 보조작가,
책 <요즘 남자, 요즘 연애>,
<연애전과>의 저자




로맨틱한 여행도 클룩(klook)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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