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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룩 KLOOK Feb 01. 2018

오사카 먹방 말고 쿡방, 먹여행대신 쿡여행?

오사카 타코노테츠에서 오리지널 타코야끼 만들기

5화. 먹방 말고 쿡방, 먹여행대신 쿡여행? 오사카에서 오리지널 타코야끼 만들기

- 타코노테츠-


‘타코야끼(たこ焼き)’라는 음식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건 어느 일본 만화에서였다. 액션&성장&로맨틱코미디의복합 장르였는데, 인간 주인공이 다른 세계에서 온 요정(?)과 함께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내용이었다. 제목도 제대로 떠오르지 않지만 거기 등장했던 타코야끼의 그림체만은 생생하다. 그 요정이 인간 세계의 타코야끼에 맛이 빠져, 주인공을졸라 늘 타코야끼를 사 먹었기 때문이다. 홈런볼보단 크고 찹쌀 아이스보단 작은 동그란 볼에 이쑤시개를 꽂아, 한입에 쏙 집어넣는 모습을 보며... 저건 대체 무슨 맛일지 궁금해하곤 했다.


이후에 본 다른 일본 만화나 드라마나 등에서도 타코야끼는 심심찮게 등장했다. 기념일에 특별히 먹는 음식은 아니었고, 마치 순대나 떡볶이 같은 서민적인 음식 같았기에 그 맛이 더 궁금했다. 시장을 다녀오는, 방과 후 동아리 활동을 마친, 여자 친구를 집에 데려다주는, 수많은 캐릭터들이 타코야끼를 사 먹는 걸 보며 왜 우리 동넨 저게 안 팔까 속상한 적도 있었다. 일본 현지에선 만화책의 인물들보다 몇 배는 더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맛보고 있을 거라 생각하니,  침샘이 근질거려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꾹 참았다. 타코야끼를 먹으러 일본 비행기 표를 끊을 만큼 넉넉한 형편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꽃보다 남자의 F4도 아니고.


©Flickr. Jin Kemoole


기다리고 기다리던 타코야끼를 처음으로 내 입 안에 넣던 순간을 기억한다. H 백화점의 식품관에서였다. 정식 오픈 매장이 아니라 잠시 열어 고객들의 반응을 확인하는 팝업스토어 같은 거였는데, 맛없어 보인다고 그냥 가자는 어머니를 굳이 졸라 구매를 했다. 그런데 맛이 없었다. 30원짜리 풀빵 같은 반죽에 콩알만 한 문어 칩이 들어 있는, 밀가루 반죽에 우스터소스와 마요네즈소스만 뿌려 먹는 것 같은 그 맛에 도무지 환호할 수가 없었다. 이게 그리 맛있다고 그렇게 행복한 표정들을 지었었다니... 


지금이야 타코야끼라는음식이 어느 정도 친근한 음식으로 자리 잡았지만(그래서 어머니께서도 가끔 드시긴 하지만), 20년도 더 된 당시엔 분명히 낯선 음식이었다. 가격도 싸지 않았다. 그 작은 8개의 알맹이가 5천 원을 넘나드는 가격이었으니... 어지간히 맛있지 않고서는 큰 만족도를 줄 수 없었으리라.


©Flickr.adactio


그래서 한 동안 타코야끼를 안 먹었다. 그 첫 경험 이후, 한국에선 나름 타코야끼 열풍이 불었지만 전혀 관심이 가질 않았다. 태도의 변화가 생긴 건 어느 푸드트럭 때문이었다. 몇 년 전 근무했던 작업실 근처에 2주에 한 번 꼴로 오는 빨간 트럭이 있었는데, 턱수염을 멋스럽게 기른 꽤 덩치 있는 아저씨가 그 작고 귀여운 빨간 트럭에 앉아 타코야끼를 구워 내는 모습 자체가 하나의 재밌는 광경이었다. 만드는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는 것도 묘미였다. 동그란 틀에 밀가루 반죽을 넣고, 그 안에 파·양배추·잘게 썬 문어를 넣어 능숙하게 구워내는 아저씨의 기술은 동네 주민들의 탄성을 자아낼 만했다. 


헌데 그 아저씨가 갑자기 사라지셨다. 지금도 어느 지역에서 타코야끼를 만들고 계시겠지만, 그래서 그 지역 사람들은 아주 맛있는 타코야끼의 존재를 알게 되겠지만, 난 슬펐다. 아저씨가 만든 만큼 맛있는 타코야끼를 찾아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경험을 통해 난, 하나의 진리를 깨닫기에 이르렀다. 


‘맛있는 걸 평생 먹을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하나다. 내가 직접 그 맛있는 걸 만들 수 있으면 되는 거다.’


이런 식의 주체적인 사고는 연애에도 도움이 된다. 내 구미에 맞는 연애를 하는 방법은, 내가 받고 싶은 사랑을 해 줄 누군가를 찾는 게 아니라 내가 그런 사랑을 하는 방법을 아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 아무튼... 


그래서 난 타코야끼를 직접 만들어 보고 싶었다. 숱한 타코야끼 집을 방문할 때마다 느껴야 했던, ‘나라면 좀 더 맛있게 만들 수 있을 텐데’라는 아쉬움을 해소하고 싶었다. 마침 다음 여행지는 타코야끼의 발상지인 오사카! 현지 맛 집을 찾던 중 눈에 띈 곳이 바로 ‘타코노테츠’라는 곳이었다. 위너와 워너원이 다녀간 이후 더 유명해진 그곳은, 본인이 직접 타코야끼를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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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코노테츠의 특징은 다른 타코야끼 집과는 달리, 자리마다 반구형 팬이 마련돼 있다는 점이다. 종업원이 밀가루 반죽과 건문어를 가져다주면 원하는 만큼 재료를 넣고 타코야끼를 직접 만들어 먹는 시스템으로 유명하다. 타코야끼만 있는 게 아니라 야끼소바와 오코노미야끼 까지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영어를 구사할 줄 아는 종업원이 있으니 만드는 법을 자세히 배울 수 있단 점도 매력이다. 채식 타코야끼, 채식 뷔페는 물론 1시간 30분 동안 무제한 즐길 수 있는, 음료가 포함된 상품도 미리 구매해서 사용할 수 있으니 현지 맛 집으로 유명한 것도 당연한 듯싶었다. 


타코야끼의 고향 오사카답게, 오사카에선 어느 타코야끼 집을 가도 평균 이상의 맛을 낸단 얘길 들었다. 그래서 타코노테츠는 오사카 여행 시 꽤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닐까 한다. 어차피 맛의 차이가 크게 없다면, 우리나라에서 해 볼 수 없는 걸 하는 편이 여행의 묘미일 테니까. 


한국에서 맛있는 타코야키를 만들어 먹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밀가루 반죽과 파 외엔, 가정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게 없어서다. 오사카의 타코야끼가 유명한 이유는, 타코야끼의 주 재료인 문어(たこ, 타코야끼의 타코가 바로 문어를 뜻한다)가 맛있기 때문이다. 냉동 문어가 아닌 생 문어를 특별하게 잘 말린 건문어여야 하는데, 맛있는 건문어를 한국의 가정에서 구한다는 게 쉽질 않다. 거기다 가장 중요한 반구형 프라이팬. 물론 돈을 들여살 수야 있지만, 타코야끼를 해 먹기 위해 그 팬을 구비해놓는다는 게 평범한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만드는 방법도 의외로 까다롭다. 손이 많이 간다. 팬을 포함한 모든 재료가 다 갖춰져 있다고 해도 초보가 하면 모양이 다 깨져버린다. 가장 어려운 건 바로 송곳 사용! 송곳을 사용해서 끊임없이 돌려줘야 하는데, 그게 참 어렵다. 겉은 타는데 속은 제대로 익지 않아 밀가루 반죽 맛만 느껴야 하는 그런 참사가 벌어지는 게 다수이니... 맛있는 타코야끼를 만드는 건 꽤나 험난한 여정이다. 물론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다 보면 분명히 요령이 생기겠지만 그 과정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을 거고. 그러니 현지 맛 집 스텝의 지도하에 직접 만들어 보는 것만큼 좋은 기회는 없으리라 싶다.


만드는 법은 잘 모르지만 먹는 법은 잘 안다. 가장 중요한 건, 타코야끼는 천천히 먹어야 한다는 거다. 만화처럼 한 입에 냠! 하고 먹었다간 입천장이 데기 십상이다. 갓 구워낸 타코야끼는 정말 뜨겁다. 겉은 익었는데 안은 반숙인 상태가 제일 맛있는데, 이 맛을 느끼려면 뜨거움을 감수해야 한다. 역시, 뭐든 쉬운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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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만 한 여행이 있으리.

연애 & 여행 칼럼니스트 김정훈

tvN 드라마 <미생>,

OCN <동네의 영웅> 보조작가,

책 <요즘 남자, 요즘 연애>

<연애전과>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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