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줄 서서 안 기다려도 되는 홍콩의 맛집들
출장차 홍콩엘 다녀왔다. 8월의 홍콩은 푹푹 찌는 더위로 유명하지만 이번엔 견딜만했다. 올해 서울은 너무나 더웠고, 덕분에 더위를 견디는 훈련을 충분히 하는 행운(?)을 누렸기 때문이다. 정말로 그랬다. 도착하던 날의 홍콩 최고기온은, 서울보다 무려 2도나 낮았다.
그래도 2도의 차이가 대단할 것 같진 않았기에 호텔이 있는 침사추이 역까지 한 번도 지상으로 나오지 않고 이동할 수 있는 AEL(공항철도)을 이용했다. AEL은 택시나 공항버스에 비해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교통수단인데, 생각보다 편하다. 현지 매표소에서 따로 티켓을 구매할 필요도 없다. 한국에서 미리 구매해 휴대폰에 저장한 패스를 사용하기만 하면 된다. 아무튼 AEL 덕분에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아주 시원하게 호텔까지 이동할 수 있었다.
이젠 한여름 더위까지 공유할 만큼 가까운 나라이지만, 이번 홍콩 출장은 꽤 오랜만의 방문이었다. 내게 있어 홍콩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바로 미식! 오랜만에 온 홍콩이니만큼 미식이라는 단어에 부끄럽지 않은 먹방을 찍어보리라! 하고 다짐했던 계획은... 슬프게도 출장 하루 만에 물거품이 돼 버렸다. 그리웠던 맛 집도 많았고 새로이 부상하고 있는 맛 집도 몇 개 조사해 왔건만, 현지에서 바뀐 출장 스케줄은 나의 자유시간을 거의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리스트업 해둔 맛 집들 중 대부분은 포기해야 하는 초유의 사태에서, 나는 냉정한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었다(이게 뭐라고 이렇게 비장미가 흐르는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내가 선택한 곳들은 웬만해선 실패하지 않는, 홍콩의 미식을 처음 경험하는 사람들이 가기에도 괜찮은 맛 집이다. 분초를 다투는 촉박한 자유시간 속에서, 딱히 긴 대기시간을 겪지 않아도 되는 곳이라는 점은 더 큰 매력이다. 나와 같은 상황을 겪을지도 모를 비즈니스 트리퍼들을 위해, 홍콩 필수 맛 집 몇 곳을 공개해 보겠다.
: 홍콩의 미식을 대표하는 음식 3 대장은 누들, 딤섬, 북경오리다. 이 모든 음식을 다 먹어보고 싶은데 시간이 없을 때, 단 한 곳의 레스토랑만 가야 한다면 단연 추천하는 곳이 바로 ‘드래곤 누들스 아카데미(Dragon Noodles Academy)’다.
센트럴에 있는 맛 집인데, 필자는 현지에서 살고 있는 지인의 추천으로 방문하게 됐다. 정말 모든 음식이 다 맛있다. 블로그에 검색해 봐도 잘 나오지 않는 곳으로, 아직까진 한국인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곳이니 남들보다 먼저 경험해보길 추천한다. 심지어 대단히 깔끔하다. 동남아의 현지인 추천 맛집이라 하면 지나치게 허름한 내부와 위생상태를 의심스럽게 하는 주방, 불친절한 종업원들을 으레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이곳은 다르다. 블랙&레드&골드가 어우러진 세련된 내부와 패밀리 레스토랑 수준의 친절한 서버들이 이 곳 음식을 더욱 만족스럽게 해준다.
간편하게 먹기엔 누들 류가 괜찮다. 다른 곳에서 맛볼 수 없는 랍스터 누들이 유명한데, 시원한 국물과 탱탱한 면발이 일품이다. 북경오리 역시 여느 홍콩의 맛 집만큼 준수한 편이고, 특히 수박의 안을 파서 만든 치킨 수프는 꼭 먹어보길 추천한다. ‘이게 무슨 요리지?’ 하던 물음표가 ‘이게 이렇게나 맛있다니!’라는 느낌표로 바뀌는 경험을 하게 될 테니까.
: 클럽과 라운지 바가 즐비한 대로변을 쭉 걷다 보면 나오는 소호거리의 딤섬 맛집이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곳답게 이 곳의 요리는 밸런스가 참 좋다.
겉으로 보기엔 실내가 많이 좁아 보이지만 에어컨이 빵빵한 2층까지 있으니 걱정 말자. 한국 사람들에게도 잘 알려진 워낙 유명한 곳이긴 한데, 종업원들이 불친절하다는 안 좋은 소문이 있다. 필자 및 주변 지인이 방문했을 땐 전혀 그런 느낌을 받지 못했으니 겁먹을 필욘 없을 듯싶다. 딤섬들도 맛있지만 공심채 볶음이나 연잎밥 등의 사이드 메뉴도 맛있다. 개인적으론 블랙 트러플이 들어간 샤오마이(103번 메뉴)의 맛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서울의 가로수길에도 분점이 생겼지만 딤섬은 현지의 것이 가장 맛있는 것 같다.
: 홍콩엔 누들 맛집이 많다. 그중 가장 유명한 곳은 아마도 양조위의 맛 집으로 알려진 카우키(소고기면과 카레면이 인기), 미슐랭 가이드에 실려 더 유명해진 침차이키(완탕면이 인기), 침차이키의 라이벌격으로 일컬어지는 막스누들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언제나 긴 대기열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이곳들을 방문할 여력이 없을 경우 괜찮게 선택이 될 수 있는 맛집이 '탐자이'다. 이 곳 역시 현지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누들 체인점이지만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든지 하는 경우는 거의 본 적이 없다. 주문하면 음식도 빨리 나온다. 체인점이 맛있어 봤자 얼마나 맛있겠어?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그래도 분명한 건, 맛있다.
햄, 미트볼, 피시볼, 오징어 볼, 두부튀김, 버섯 등 다양한 토핑을 선택해 추가할 수 있고 국물의 맵기를 선택할 수도 있다. 어떤 토핑을 선택해야 할지 애매하다면 슈프림콤보(過橋米線套餐) 고르면 된다. 선택 가능한 17가지의 토핑이 전부 다 들어간 메뉴다. 이걸 시키면 친절한 종업원들은 ‘2인분인데 괜찮겠어요?’라고 되물을 수 있는데, 2인분은 아니고 1.5인분 정도의 양이니 시켜도 큰 무리는 없을 거다.
국물은 칭탕(기본 맑은 육수)(清湯底), 충칭쏸라탕(重慶酸辣湯底), 후난쏸라탕(湖南酸辣湯底), 마라탕(麻辣湯底)의 4개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사천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마라탕 맛의 빨간 국물이고 총칭과 후난은 새콤한 맛이 감도는 흰색 국물이다. 후난은 맵기 조절이 불가능하지만 총칭은 다양한 맵기 조절을 할 수 있으니 기호에 맞게 선택하면 된다. 사이드 요리로는 치킨 윙이 가장 유명하지만, 쏸니바이로우(蒜泥白肉) 이라는 삼겹살 요리도 추천한다. 얇게 썰은 삼겹살과 간 마늘이 특제 소스와 어우러져 기가 막힌 맛을 낸다. 이쯤 되면 맥주 생각이 간절히 날 수도 있겠지만, 아쉽게도 여긴 주류를 취급하지 않는다. 대신 전문점 못지않게 맛있는 밀크티가 있으니 그걸로 만족해야 할 듯.
: 홍콩의 첵랍콕 국제공항엔 두 개의 대표적인 레스토랑이 있다. AEL에서 내려 지하 1층에 들어서면 바로 눈에 들어오는 크리스탈 제이드와 호흥키의 두 곳이다. 두 곳은 바로 옆에 붙어 있는데, 미슐랭 에 등재된 호흥키가 좀 더 인기 있는 것 같긴 하다. 하지만 호흥키의 음식에 대한 만족도는 개인 편차가 상당히 심하고, 크리스탈 제이드의 음식은 대체적으로 무난한 편이다. 홍콩의 전통 죽인 콘지를 먹겠다면 호흥키를 추천하겠지만, 여러 음식을 무난하게 먹어 보려는 사람에겐 크리스탈 제이드를 추천한다.
크리스탈 제이드? 그거 한국에도 있는 체인점 아냐? 라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국의 체인점 음식점도 본토에서 먹으면 그 맛이 몇 배로 상승함을 제대로 보여주는 레스토랑이 바로 크리스탈 제이드다. 그러니 홍콩 시내에서 맛집 투어를 전혀 못했다면, 이곳에서 다양한 음식을 시켜도 좋다.
주의해야 할 메뉴가 있다면 ‘드렁큰 치킨’이란 음식이다. 메뉴판 그림 상으론 참 맛있게 보이기도 하고, 심지어 셰프의 추천이라고도 적혀 있어 한 번쯤 시켜보는 메뉴인데... 한국인의 입맛엔 상당히 호불호가 갈린다. 대신 치킨 수프와 트러플 딤섬은 안심하고 강력 추천이다.
연애만 한 여행이 있으리.
연애 & 여행 칼럼니스트 김정훈
tvN 드라마 <미생>,
OCN <동네의 영웅> 보조작가,
책 <요즘 남자, 요즘 연애>
<연애전과>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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