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생각보다 우리의 가까웠다.
앞에서 말했던 중고로 구입했던 애플워치가 산지 1년이 넘게 지난 시점에서 분실/도난 신고가 되어있는 것을 발견한 나는 판매자에게 연락을 시도하려 했다. 하지만 역시나 판매자는 이미 당근에서 탈퇴한지 오래였고, 내가 연락을 취할 방법은 그때 송금했던 계좌밖에 없었다.
계좌번호로 1원송금이라는 방법이 있다. 송금 메세지에 하고 싶은 말을 써서 보내는 방법인데, 나는 총 4원을 보내며, 애플워치 분실신고 연락처000 연락안하면 신고라는 메세지를 보냈고 역시나 연락이 없었다.
그럼 이제 나는 이 분실/도난 신고된 물건을 안고 살아야하는데, 사실 그냥 내가 쓰기에는 크게 문제가 없긴했다. 하지만 이것은 기본적인 신뢰의 문제...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당연히 거짓말인 말을 하고 제품을 판 판매자에게 굉장히 화가 났다. 아니면 제때 환불 요청을 하던지, 찾아가던지 제대로 처리 못해서 이 앞으로 팔지도 못할 이 애물단지 물건을 몇 십만원 싸게 산 것도 아니고 고작 5만원때문에 선택한 내 자신에게 화가 났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가를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임남택 변호사님의 나의 아이폰 찾기가 해법을 주었다. 통신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면 된다는 것이다. 이미 나와 같은 사례가 중고폰 거래에는 흔한 일이었고, 통신사에는 이런 내용을 말해봤자 풀어주지 않기 때문에 소송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잘못을 한 것은 판매자였기에 판매자에게 책임을 묻고 싶었지만, 연락처도 신상도 모르고 계좌번호 하나 아는 상태로 뭔가를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통신사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기로 했다.
소송은 전자소송 포털을 통해서 진행할 수 있다고 해, 공인인증서를 가지고 사이트에 들어가 출처의 글을 참조해서 소송 제기를 했다. 법률용어가 좀 생소하긴 했지만 방법 자체는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청구취지와 청구원인 작성이 문제인데, 나는 해당 문서의 작성은 ChatGPT에게 맡겼다.
내가 사용한 프롬프트는 다음과 같다.
아래의 상황을 참조하여 법원에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 청구의 소를 제기하기 위한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을 작성하고, 해당 청구원인을 증빙할 수 있는 증거로 제출해야 할 자료를 알려줘
원고 : 나
피고 : 통신사
상황 : 나는 '24년 2월 당근마켓에서 직거래를 통해 애플워치 울트라2를 80만원에 구매, 구매 후 워치를 개통하려 하였으나 안되어 판매자에게 문의 결과 약정 끝나면 자동으로 풀릴 것이라 안내 받음. 그 후 기다렸으나 통신사를 통해서 분실/도난 신고가 되어있는것을 확인함. 이것은 통신기능이 있는 애플워치 울트라2에 대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통신사에 소송을 제기함
이렇게 작성된 소장을 추가 요청등을 통해 좀 다듬은 뒤 통신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때 앞에서 말했던 박스의 중요성이 부가되는데, 내가 정당한 거래에 의해 소유권을 취득했다는 근거가 되는 것이 바로 박스이다. 원래 박스가 있던 말던 그렇게 신경쓰는 편이 아니었는데, 나중에 휴대폰이나 워치, 테블릿같이 통신이 가능한 기기를 구매할 때는 꼭 박스를 챙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인생처음 민사소송을 이렇게 겪어볼지 몰랐는데, 소송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서 더 놀랐다.
법을 최대한 준수해서 법원과는 최대한 멀어질 수록 좋다고 한다.
하지만 인간인 이상 나처럼 판단실수 등으로 법의 도움이 필요할 때도 있는데, 알고보니 한국의 법은 생각보다 우리와 그렇게 멀리 있지 않은 것 같아서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최근에는 ChatGPT등 생성형 인공지능의 발달으로 프롬프트만 적당히 잘 집어넣으면 법률적 용어 및 판례등을 참고하여 마치 개인 변호사처럼 나를 도와주기에 더 좋아진 것 같다.
소송 제기 시 참고한 글 : https://blog.naver.com/naverlaw/223725359458
* 변호사님 덕분에 잘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