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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혜 Nov 07. 2017

팅가팅가~ 탱자탱자~

팅가팅가 : Let's be happy 전 in 인사 1길 컬처스페이스 




아프리카는 우리에게 아직 낯선 세계입니다. 매체 속 아프리카의 모습은 빈곤과 질병, 전쟁 등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이에 따라 부정적인 관념이 만들어지면서 정작 아프리카인들의 고유한 관습이나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는 눈을 감는 일이 벌어집니다. 아프리카. 정말 보이는 것이 전부일까요? 여기, 아프리카의 현대 미술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팅가팅가: Let’s Be Happy 전' 이 열리고 있는 인사 1길 컬처 스페이스를 찾았습니다.



인사 1길 컬쳐 스페이스의 외관



What is 팅가팅가?



‘팅가팅가’는 아프리카 현대미술의 한 장르입니다. '팅가팅가: Let’s Be Happy 전'에서는 팅가팅가 화풍의 창시자인 ‘에드워드 사이디 팅가팅가(Edward Saidi TingaTinga)’의 작품을 비롯해 키스 해링에게 지대한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진 ‘조지 릴랑가(George Lilanga)’ 등 아프리카 대표 작가 총 21인의 작품 200여 점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인사1길 컬쳐 스페이스의 2층 전시실 모습



‘에드워드 사이디 팅가팅가(1932년~1972년)'는 아프리카 현대 미술의 창시자로 추앙되는 탄자니아 출신의 작가입니다. 아프리카의 자연, 동물, 인간의 실루엣 이미지를 강렬하고 선명한 색감으로 표현하는 독특한 화풍을 정립했습니다. 이후 그의 아들과 제자들이 그의 스타일을 이어받아 ‘팅가팅가 스타일’로 왕성하게 활동 중입니다.

 

그의 작품 세계는 특히 유럽지역에서 아프리카 현대 미술의 주류 스타일로 인정받는데요. 영국, 프랑스, 스위스, 독일 등 유럽 전역에서 다수의 전시회를 개최하였고, 일본과 미국에서도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2011년 영국 BBC 방송에서는 팅가팅가 화풍의 동물 캐릭터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어린이 창의력 계발용 애니메이션 ‘팅가팅가 이야기(TingaTinga Tales)’를 제작한 바 있습니다.



                           

 팅가팅가는 한 종의 동물을 반복해서 그리거나 다양한 종의 동물들이 어우러져 있는 형태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하나의 동물이 반복적으로 그려진 모습은 아프리카인들의 사상과 연결되어 있는데요. 이는 본래 우리는 동일한 민족이고 하나의 뿌리로 연결된다는 공동체적인 해석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팅가팅가 그림 속 동물들은 얼핏 슬펴보입니다. 인간으로 보자면 축 늘어진 어깨와 떨군 고개, 유난히 가느다란 다리로 힘없이 걷고 있는 모습입니다. 단순한 배경색 안에 보이는 동물들은 길을 잃고 어슬렁거리는 듯해 야생동물이지만 어딘가 처연함이 엿보입니다.


레오파드 연작 _ 에드워드 사이디 팅가팅가
얼룩말 연작 _ 에드워드 사이디 팅가팅가



'뱀(Snake)'
마음에 지옥을 만들지 말아야 구원에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마음의 병을 키우거나 신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이 진짜 병이다.



뱀_에드워드 사이디 팅가팅가



'쉐타니(Shetani)'
즐거운 삶을 위해서는 인간의 욕구를 긍정해야 한다.



쉐타니_에드워드 사이디 팅가팅가


서구식 표현을 빌리자면 쉐타니는 악마이고 동양식으로는 도깨비입니다. 그러나 탄자니에서의 쉐타니는 악마도 아니고, 도깨비도 아닙니다. 어쩌면 인간의 극대화된 욕망을 담은 인간적인 신일 수도 있습니다. 큰 귀와 튀어나온 입, 그리고 볼록한 배는 인간의 욕구를 긍정하고픈 신의 마음이 인간의 마음과 맞닿아 기괴한 모습으로 드러난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쉐타니는 조상신의 모습을 한 새로 나타나기도 하고, 전설 속 동물처럼 무시무시한 모습으로 나타나 인간을 구원하기도 합니다. 욕구의 긍정은 삶에의 의지와 직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팅가티가의 쉐타니는 영감의 원천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바오밥 나무와 부부'
이 나무가 있다는 자체만으로 두 사람은 정식적 안정감을 가지고
서로를 보듬으며 살아야 한다는 표상을 세우게 된다.


아내의 늦은 귀가를 걱정하는 남편 _ 에드워드 사이디 팅가팅가

                                 

그림 속에서 남편 팅가팅가는 담배를 치우고 부인의 늦은 귀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노을 색이 진해지는 만큼, 아내가 들짐승에게 변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담뱃불의 크기로 나타나고 있는데요. 앞뜰에 거니는 닭들 가운데 어미 닭이 보이지 않는 것도 아내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남편의 마음이 투영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주목할 점이 있다면, 평소에 캐슈넛 나무가 있던 자리에 바오밥 나무가 그려졌다는 것인데요. 이 나무는 부부를 지키는 수호신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교회와 사원 (Churches & Temples)'
그는 누구보다 인간적인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S.T Joseph 교회 _ 에드워드 사이디 팅가팅가


팅가팅가에게 종교는 신앙의 대상이고 그 주체는 인간입니다. 아프리카 조각이나 그림에 사람이 유난히 많은 것은 아프리카 문화가 지극히 인간적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대목입니다. 수많은 신들이 있지만 그 한가운데 인간이 있습니다. 종교보다는 신, 신보다는 신앙, 신앙보다는 인간이 존재 이유로 작용하는 곳. 그곳이 아프리카입니다. 팅가팅가는 기독교 묘지에 묻혔고 그의 아내는 이슬람 묘지에 묻혔지만 그들 사이에 이별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영원한 안식처는 서로의 마음속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낮은 천장의 화이트 큐브 공간에서 전시되고 있는 팅가팅가 작품들



아프리카 현대 미술 대표 작가들




전시가 열리고 있는 '인사 1길 컬처스페이스'는 1964년 건축된 빠고다 가구 공장을 재생 건축한 공간입니다. 2층 전시실의 우편은 팅가팅가 이후 아프리카 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들로 구성되었습니다. 조지 릴랑가를 비롯하여 두츠, 압두나 카사, 아세파, 카툰 등의 작품이 선보이고 있었는데요. 화이트 큐브에서 벗어나 재생 건축의 공간미를 강조한 아트테리어가 관람하는 재미를 더했습니다. 전시장 곳곳에 녹아있는 빈티지한 감성과 생동감 넘치는 작품들의 조화가 눈을 즐겁게 했습니다.


세네갈의 작가 은도에 두츠 (Ndoye Douts)의 작품
케냐의 작가 조셉 카툰(Joseph Cartoon의 작품.
세네갈의 작가 은도에 두츠 (Ndoye Douts)의 작품. 빈티지한 전시 공간과의 조화가 인상적이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최요한 예술감독은 “일반 대중들에게 아직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 아프리카 현대미술 작품들을 보다 쉽게 보여질 수 있도록 노력했다”라며, “아프리카 미술의 근본은 ‘놀이’라고 한다. 이에 이번 전시 모토 또한 ‘아프리카 미술을 통해 즐겨보자’로 정하고 기획에 힘썼다. 많은 분들이 전시를 관람하는 동안에는 현재의 바쁨은 잠깐 멈추고 바로 이 순간을 행복하게 ‘팅가팅가’ 즐기길 바란다”라고 기획 의도를 밝혔습니다. 


탄자니아의 작가 조지 릴랑가 (George Lilanga)의 작품


조지 릴랑가 (George Lilanga)는 서구 미술계에 가장 널리 알려진 아프리카 작가로 미국의 낙서 화가 키스 해링(Keith Haring)에게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는 전통을 중시하면서도 전통에 집착하지 않는, 즉 마콘데(Makonde)족의 조각과 팅가팅가(Tinga Tinga)의 그림에 영향을 받았는데요. 여기에 그만의 독창적인 작품 활동을 하면서 아프리카 현대미술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작품이 우선인 듯,
공간이 우선인 듯한 새로운 도전!



3층 전시실 또한 독특한 아트테리어를 선보이고 있었습니다. 좀 더 넓은 공간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모습이었는데요. 전시 공간 내 색유리를 통해 쏟아져 들어오는 햇빛이 아프리카 현대 미술의 컬러감을 강조하는 듯이 보여 인상적이었습니다. 3층 전시실에서는 헨드릴 릴랑가, 주베리, 음쿰바, 오마리 등등 여러 아프리카 작가들의 작품이 선보이고 있었습니다. 후반부에는 관람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체험 공간이 마련되어 눈길을 끌었습니다. 


탄자니아의 작가 헨드릭 릴랑가(Hendrick Lilanga)의 작품 모습


헨드릭 릴랑가(Hendrick Lilanga)는 그의 외할아버지 조지 릴랑가로부터 가르침과 영감을 받아 “릴랑가 스타일(Lilanga Style)”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그의 화폭은 힘차고 자유분방한 분위기가 가득합니다. 순수함일까요, 열정일까요? 작가의 심성을 고스란히 담아낸 회화가 마치 춤을 추듯 노닐고 있습니다.



전시 공간 내의 아트 설치물.
색유리를 통해 들어오는 빛과 작품들의 조화.


이번 전시는 아프리카 현대 미술을 이끄는 작가들이 한데 모인 축제의 장이었습니다. 출품된 작품들이 뿜어내는 에너지는 대부분 밝으면서 살아있는 듯 역동적이었습니다. 또한 이번 전시에서는 작품이 품고 있는 의미와 공간이 갖고 있는 특성이 잘 어우러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단순한 미술 관람 이상의 체험을 할 수 있는 보기드문 전시회라는 생각이었습니다. 특히 작품을 통해 드러나는 아프리카인들의 삶을 대하는 태도가 특별한 느낌을 안겨주었는데요. 신보다 인간을, 현실보다 삶 그 자체를 긍정하는 메세지, 놀이와 유머, 어린아이 같은 마음 등등 많은 현대인들이 놓치며 살아가는 것들에 대해 말하고 있었습니다.



직접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체험 공간


                      

 ‘팅가팅가: Let’s Be Happy‘ 전시회는 오는 2018년 1월 28일까지 개최됩니다. 연중무휴로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관람할 수 있습니다. 성인 1만 2천 원. 현장에서는 관람객들이 참여하며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상시 운영됩니다. 매월 마지막  수요일 '문화가 있는 '에는 50% 할인된 가격으로 관람할  있습니다
 문화가 있어서 즐거운 일상, 이번 전시회를 통해 생활이 곧 예술이 되는 아프리카의 여유로움을 만끽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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