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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혜 Dec 04. 2017

피아노, 열정을 말하다

피아니스트 조재혁 리사이틀 in 신세계 백화점 의정부점




지난 11월은 만추의 여운을 즐기기엔 지나치게 추웠습니다. 날씨로 보나 분위기로 보나 한겨울에 가까웠는데요. 일찍 찾아온 추위는 싫어도 연말에 가까울수록 풍성해지는 공연 소식만큼은 반가운 것 같습니다. 11월 '문화가 있는 날'에는 신세계 백화점에서 마티네 콘서트가 열렸습니다. 피아노 클래식, 시네마 클래식, 애니메이션 OST 콘서트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관람객들을 맞이했는데요. 저는 신세계 의정부 지점 문화홀에서 열린 피아노 리사이틀을 취재했습니다. 


신세계 백화점 의정부 지점




신세계는 2014년 3월부터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에 마티네 콘서트(낮 공연)를 열고 있습니다. 문화융성위원회와 협약을 체결한 후 연간 10억 원을 투입해 고품격 클래식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관객들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데요. 다문화 가족, 주부 고객들을 비롯하여 저녁 관람이 쉽지 않은 분들이 문화생활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입니다. 



마티네 콘서트는 신세계 백화점 6개점 문화홀에서 진행됩니다. 문화가 있는 날 당일 백화점 문화홀 데스크에서 선착순(1인 2매)으로 티켓을 나눠주는데요. 무료 공연이지만 연주자들은 정상급입니다. 피아니스트 손열음, 박종훈, 조재혁, 첼리스트 양성원, 송영훈, 바리톤 서정학 등 국내 대표 음악가들이 무대에 서고 있습니다. 11월 29일 문화가 있는 날, 신세계 백화점 의정부 지점에서는 피아니스트 조재혁 리사이틀이 열렸습니다. 



조재혁 피아니스트는 '감성과 지성을 겸비한 매력적인 연주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만 5세에 피아노를 시작하여 맨해튼 음악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그 후 북미와 유럽에서 꾸준한 연주활동을 펼쳐왔습니다. 국내에서는 청중과의 소통에 정평이 나있는 연주자로 통하는데요. 클래식 음악을 연주하고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곁들이는 `라이브 렉처(Live Lecture) 콘서트의 아이콘`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어려운 클래식 음악도 그의 부드러운 목소리와 차분한 설명을 들으면 쉽게 이해가 간다는 게 클래식 팬들의 중론입니다.   



신세계 문화홀은 전문 공연장으로서 인테리어와 음향, 조명, 무대, 객석 등의 첨단 공연 시스템을 두루 갖추고 있었습니다. 의정부점 문화홀은 350석 규모의 공연장이었는데요. 평일 낮 공연임에도 꽉 들어찬 관객석을 볼 수 있었습니다.



마티네 공연의 특성답게 주로 중장년층의 주부 관람객들이 많았습니다. 조재혁 피아니스트의 팬을 자처하는 분들도 많이 볼 수 있었는데요. 이처럼 클래식에 관심이 많은 애호가 분들이 예술의 전당이 아니라 백화점의 문화홀에서 문화생활을 즐기는 모습이 신선하고 보기 좋았습니다.



리사이틀 프로그램은 바흐의 이탈리안 콘체르토 BWV 971,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No.23 '열정', 쇼팽의 스케르초 2번 내림 나단조, 드뷔시의 기쁨의 섬, 쇼팽의 피아노 소나타 3번 나단조로 구성되었습니다. 먼저 바흐의 이탈리안 콘체르토가 연주되었습니다. 조재혁 피아니스트의 과장 없는 섬세한 스타일이 잘 드러나는 연주였습니다. 페달을 거의 밟지 않는 고(古) 음악의 전통적인 연주 기법 또한 인상적이었습니다.



연주와 연주 사이마다 친절하고 위트 넘치는 해설이 진행되었는데요. 단순히 곡을 설명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적극적으로 관객들과 소통하며 공감을 이끌어내는 모습이었습니다. 연주가이자 해설가, 방송인으로서 폭넓은 음악 활동을 펼치며 쌓아 올린 역량이 드러나는 순간이랄까요. "어려운 클래식 음악도 그의 조곤조곤한 설명을 거치면 귀에 쏙쏙 들어온다"라는 세간의 말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프로그램 중  가장 큰 기대를 모았던 연주는 단연 베토벤이었습니다. 조재혁 피아니스트는 지난 11월 15일 음반사 소니에서 베토벤의 3대 피아노 소나타를 담은 솔로 앨범을 발매했는데요. 이번 리사이틀 프로그램에 피아노 소나타 제23번 '열정'이 수록되어 있었습니다. '열정'을 비롯한 베토벤의 3대 피아노 소나타는 조재혁 피아니스트가 어린 시절부터 아껴온 레퍼토리라고 합니다. 이 날 열정 소나타를 들으며 베토벤의 낭만적인 선율과 폭발적인 진행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쇼팽 스케르초 2번을 연주하는 조재혁 피아니스트


프로그램의 후반부에는 쇼팽과 드뷔시가 번갈아가며 연주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쇼팽 스케르초 2번과 쇼팽 피아노 소나타 3번을 들을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조재혁 피아니스트는 젊고 격정적인 쇼팽의 곡을 안정적인 내공으로 연주했습니다. 연주도 연주였지만 이 날 공연장을 찾은 관람객들의 집중력과 몰입도가 대단해서 마지막 건반이 울릴 때까지 숨을 쉬는 것조차 조심스러웠습니다.     




앙코르곡이었던 베토벤 비창 소나타 2악장을 끝으로 리사이틀의 막이 내렸습니다. 조재혁 피아니스트는 현재 예술의 전당의 간판 음악회 시리즈인 <11시 콘서트>의 호스트를 맡아 활약하고 있는데요. 최근 새 앨범을 출시하며 연주 활동 또한 활발히 이어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보여줄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피아니스트였습니다.  




이번 피아노 리사이틀은 마티네(낮 공연)에 대한 편견과 우려를 깨끗이 날려버리는 좋은 사례였습니다. 오는 12월 27일 '문화가 있는 날', 신세계 백화점 의정부 지점에서는 '시네마 클래식' 공연이 열릴 예정입니다. 20세기 영화음악의 살아있는 전설, 존 윌리엄스와 엔니오 모리꼬네의 히트곡들을 클래식 스트링 버전으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신세계 백화점의 문화가 있는 날 공연은 선착순 무료(1인 2매까지)로 입장 가능합니다. 더욱 자세한 사항은 신세계 백화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문화가 있어서 즐거운 일상, 고품격 클래식 공연을 가까운 백화점에서 부담 없이 즐겨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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