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천년꽃차 대표를 만났다. 오십 중반쯤 된 인상에 작고 다부진 체격을 가진 사람이었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사업에 대한 신념과 자부심이 남다른 사람이었다. "우린 직접 생산한 백 퍼센트 국내산 꽃만을 선별해요. 인공적인 첨가물 없이 정성껏 가공하죠. 까다로운 유기농 인증도 통과했고요. 우리 제품을 접한 분들은 두 번 세 번 계속 재구매합니다. 이런 꽃차는 구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약 사십 분가량 인터뷰를 하고 매장 곳곳을 사진 촬영했다. 매장을 나오기 전 목련차 선물 세트를 하나 사는 것도 잊지 않았다. 대표는 텀블벅, 와디즈 펀딩 내용을 카카오톡으로 보내겠다고 말하며 '잘 부탁한다'라고 덧붙였다. 귀가해서 이른 저녁을 먹은 다음, 머그잔에 뜨거운 물을 붓고 목련 꽃잎을 우렸다. 물속에서 노란 목련 꽃잎이 느리게 용해되는 모습을 지켜본다. '일 년에 한번 목련을 채취하고... 불순물과 표피를 일일이 수작업으로 제거하고... 원적외선을 하고... 덖음과 식힘을 사십 분 정도 반복하고... 품질이 좋은 것들만 골라서 포장하고...' 그 길고 지난한 과정을 거쳐서 내게 온 것이랄까, 목련꽃의 여정이랄까, 역경이랄까, 하여튼 그런 생각들이 미미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목련꽃차를 마시면서 인터넷으로 효능에 대해 검색해 보니, 비염과 기관지 완화에 효과가 있단다. 한의학에서는 목련꽃차를 일컬어 맛이 맵고 성질이 따뜻해서 '신이화(辛夷花)'라고 부른다고. '맛이 맵다고?' 한결 진해진 꽃물을 후후 불어가며 마신다. 순하고 담백해서 도무지 매운 성질을 알 수가 없다. 본래의 매운 맛도 꽃잎과 함께 용해되었나보다, 라고 멋대로 생각한다. 차를 마실수록 몸이 따뜻해지는 걸 느낀다. 그렇게 용해되어 남김없이 사라지고 싶은 저녁이다.
2021. 11.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