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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문제와 미래사회 2강: 세계화의 본질

포디즘과 포스트 포디즘, 세계화와 지역화

by 지리는 강선생

안녕하세요. 일주일 만에 만납니다. 이번 주에는 코로나 확진자 수가 조금 잠잠해지려나 싶었지만 여전히 하루 30만 명대가 지속되는군요. 그래도 다행히 지난주에 코로나 확진으로 출석하지 못했던 학생들이 오늘은 출석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이제 20명 완전체가 다 모인 만큼 본격적으로 수업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시간에는 강의 및 평가 계획에 대해서 이야기했습니다. 강의는 계획서에 나온 내용을 순차적으로 진행을 하되 약간의 순서와 분량이 변경될 수 있습니다. 제가 처음에 예상했던 수강인원은 최대 10명 정도였고, 그 기준으로 발표 수행평가를 계획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인원이 수강 신청하였고, 불가피하게 발표시간을 조금 더 늘려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 주가 지나고 3주 차부터는 해당 주차의 주제와 관련된 진로를 희망하는 학생이 매주 2~3명씩 진로 발표 및 토론을 진행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경영, 경제나 정치, 외교와 같이 주제와 명확하게 관련된 진로를 갖고 있는 학생들은 좀 쉽겠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 예를 들어 교육, 법률, 보건과 같은 진로를 희망하는 학생의 경우는 너무 주제에 연연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래도 해당 주차의 주제와 사례 같은 것으로 약간은 관련을 지어서 발표 준비를 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주차별 주제 및 키워드는 이번 주에 단톡방에 올려놨습니다. 다음 주 주중으로 자신이 발표할 날짜를 정해서 저에게 메시지 보내주시면 다음 주부터 발표를 시작하겠습니다.


지난주에는 사회과학 연구방법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습니다. 계량적 접근, 행태적 접근, 구조주의 접근, 포스트 구조주의 접근에 대해서 수박 겉핥기식으로 '아 이런 개념이구나!'정도로만 알아봤습니다. 저의 얕은 지식으로 완벽하게 설명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강의 첫 부분에 이 내용을 배치한 것은 바로 앞으로 수업을 진행하면서 설명할 많은 개념들의 기초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혹시라도 더 제대로 알고 싶은 학생들은 개인적으로 좀 더 학습해보기 바랍니다. 혹은 자신의 전공과 관련 있든 없든지 발표주제로 이 것들에 대해 보다 심도 있게 조사해서 진로 탐구 발표시간에 주제로 정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포디즘과 포스트 포디즘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이 개념들을 배우기에 앞서 조절 이론에 대해서 먼저 언급해보겠습니다. 조절 이론은 1970년대 프랑스 학자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경제 이론입니다. 이론에 따르면 자본주의 사회는 단선적이고 객관적으로 발전해나가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투쟁의 결과로 발전, 유지된다고 봅니다. 이는 좁은 범위의 국가로 한정 지어 볼 수도 있고, 넓은 범위의 전 세계로 확장시켜 볼 수도 있습니다. 즉, 국제관계, 생산방식, 금융관계, 경쟁 양태, 노사관계 등의 주요 부분들이 어떤 형태로 서로 맞물리느냐에 따라 세계적 체계든 국가적 체계든 변화해나간다는 것입니다.


조절 이론은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선진 자본주의 경제를 '포디즘'이라 규정하였습니다. 포디즘(fordism)의 어원은 미국 중부 디트로이트에서 시작된 자동차 회사 포드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초기 자동차 공업은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기보다는 가내 수공업 형태로 소규모로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자동차왕 헨리 포드는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빠르게 움직이며 소고기 해체 작업이 이루어지는 과정에 착안하여 이를 자동차 생산에 적용했습니다. 여기서 조금 더 발달된 형태로 공정의 적재적소에 하나의 작업만 하는 노동자를 배치하여 효율적이면서 빠르게 생산이 이루어지도록 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포드의 T1은 비록 한 가지 색상의 동일한 디자인과 기능이었지만 대량생산을 성공적으로 이룰 수 있었고, 자동차의 대중화를 이끌었습니다. 포드는 자동차 업계의 최고가 되었고, 덩달아 포드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다른 회사에서 일하는 노동자에 비해 2~3배 높은 임금을 받으면서 일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오죽했으면 밤사이에 포드 공장에 몰래 담을 넘어와서 노숙하다가 날이 밝으면 포드 자동차 직업인 것처럼 일하고 급료를 받아가는 사람도 생겼다고 합니다. 아무튼 포드의 이런 획기적인 생산 시스템은 곧 다른 회사들에도 적용되었고, 노동자들은 많은 월급을 받으며 안정적인 중산층으로 성장했습니다. 이들의 소득은 다시 소비로 이루어지고 이런 소비는 다시 기업의 이익으로 순환되었습니다. 바로 대량 생산, 대량 소비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지요.


비록 1929년 경제대공황으로 잠시 주춤하긴 했지만, 세계 2차 대전 이후 1970년대까지 약 30년 간 포디즘은 장기 호황을 맞이합니다. 기업은 매출을 많이 올려서 이익을 남기고 그 이익은 노동자에게 돌아갑니다. 노동자들은 수입의 상당 부분을 소비하고 그 소비는 다시 기업으로 가는 선순환 구조가 계속해서 이어집니다. 이러한 포디즘을 축척 체제라고 부르는데, 이러한 축척 제제에 상응하는 것이 바로 조절 양식입니다. 국가나 기업이 항상 잘 나갈 수는 없죠. 만약 경기 침체가 온다면 여기서 정부가 개입합니다. 정부 지출을 늘려 경기를 부양합니다. 루스벨트의 뉴딜 정책 들어봤죠? 후버댐 건설. 국가가 지출을 늘려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것이죠. 혹은 예를 들어 어떤 국가의 자동차 산업을 육성시키기 위해 국가가 대규모 도로 같은 사회간접자본(SOC)에 막대한 투자를 합니다. 그럼 그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의 수요가 늘어날 것이고, 자동차 산업은 활황을 이룰 것입니다. 또한 도시의 중심과 도시의 외곽이 도로가 연결되어 교외화가 촉진되고, 이는 다시 교외 지역 개발로 이루어져서 다시 국가의 부는 증대되겠죠. 많은 사람들이 교외 지역의 새집으로 이사를 가면 당연히 새로운 가전제품과 가구를 구매할 것이고 이는 또다시 소비의 선순환으로 이어지는 것은 덤이고요. 이렇게 정부가 국가 경제, 기업에 관여해서 좌지우지하는 것을 큰 정부, 케인스주의라고 합니다. 즉, 포디즘이라는 축척제체와 케인스주의라는 조절 양식은 1970년대까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면서 장기호황을 지속하고 있었습니다.


1970년대 후반, 포디즘의 생산성 감소와 함께 장기호황에도 위기가 찾아옵니다. 이러한 위기의 원인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적절한 R&D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비슷비슷한 제품이 우후죽순 출시되었고, 이런 천편일률적인 제품들에 소비자들은 점점 질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소비는 줄어들었지만 지속적인 대량생산으로 재고는 늘어만 갔고, 보관비용도 덩달아 증가합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신흥공업국들의 등장으로 원자재의 수요는 늘어났고 따라서 원자재의 가격도 급등합니다. 또한 컨베이어 벨트에서 대량으로 찍어내는 생산라인의 경직성도 위기의 한 요인입니다. 포디즘의 생산방식은 단순하고 지루한 노동을 강요하고 이러한 환경 속에서 무한정 생산성을 높이지 못하고 창의성을 발휘하는데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겠죠. 이 와중에 노동자들의 임금은 매년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생산비용은 증가하고, 강력한 노조와 기업 간의 대립도 한층 심해져만 갑니다. 소득이 증가하고 생활환경이 개선되면서 이전에는 신경도 쓰지 않았던 인권, 안전, 환경에 대해서도 기업은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기업이 단순하게 이익에만 초점을 맞출 수 없고 가치 측면도 고려해야 하고, 이는 모두 비용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이러한 포디즘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축척 제제를 포스트 포디즘이라 합니다. 포스트 포디즘은 포디즘의 가장 큰 문제를 경직성으로 봤고, 이러한 경직성을 극복하기 위해 유연성을 강조하였습니다. 즉, 포디즘처럼 한 명의 노동자가 한 업무에 전념하는 것이 아니라 다방면의 기술을 겸비하는 노동의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포스트 포디즘에서는 이러한 기능적 유연성뿐만 아니라 수량적 유연성도 강조합니다. 1970년대 후반부터 급등한 생산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정규직 근로자보다는 기간제, 시간제 근로자를 고용하고, 기업의 주요 업무가 아닌 일들은 임시직, 하청, 아웃소싱을 활용하여 역시 비용을 감소시킵니다. 강경했던 노조와의 대립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기업은 보다 유연한 방식으로 쉬운 해고를 가속화합니다. 즉, 유연성이라는 말은 기업에게는 비용의 감소, 변화에 대처하기 쉬운 가벼운 기업 조직을 만들 수 있었지만,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일부 핵심 엘리트 노동자들을 제외하고는 고용의 불안정성을 가져다주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노동의 유연성은 다방면의 기술을 겸비한 혹은 엘리트 노동자의 핵심 노동자와 기간제, 시간제, 임시직과 같은 주변 노동자로 분리되는 이중노동 시장을 불러왔고, 이는 자연스럽게 중산층의 몰락과 소득의 양극화를 야기했습니다. 이러한 포스트 포디즘이라는 축척 체제에 상응하는 조절 양식이 바로 작은 정부를 강조하는 신자유주의입니다. 신자유주의는 기업의 경쟁을 강조하고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합니다. 또한 포스트 포디즘에서는 더 이상 상품의 가격으로 경쟁하지 않습니다. 그 대신 제품의 스타일, 디자인이 훨씬 중요한 선택의 이유가 되고, 기업 브랜드에 있어서 혁신, 신뢰가 중요합니다.


이처럼 포디즘이라는 축척 체제가 포스트 포디즘으로 바뀌면서 그에 따라 조절 양식도 케인스주의에서 신자유주의로 큰 정부에서 작은 정부로 변화하였습니다. 또한 제품의 가격이나 품질과 같은 표면적인 요소에서 제품의 디자인, 신뢰, 혁신 등으로 그 중요성이 전환되었습니다. 이를 문화적 측면에서 보면 모더니즘에서 포스트 모더니즘으로의 변화라 할 수 있습니다. 아무튼 이러한 포스트 포디즘으로의 전환 시점과 제조업 중심에서 지식 정보 산업으로의 전환 시점은 그 맥을 같이 합니다. 물론 정보화 사회에서는 정보 통신 기술을 발달로 사람들의 생각이 오히려 획일화되는 측면도 있지만, 어쨌든 유행, 트렌드가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전 세계로 확산됩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취향, 니즈를 만족시키기 위해 기업들은 소품종 대량생산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생산방식을 전환하였습니다. 또한 이러한 대량 생산 시스템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재고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시스템도 필수적이었습니다.


이 시점에서 새롭게 주목받은 생산 시스템을 두 가지 소개해보겠습니다. 첫째, 일본의 J.I.T 방식입니다. 적기 생산방식(Just-in-time)은 재고를 쌓아두지 않고서 필요할 때 적기에 제품을 공급하는 생산방식입니다. 즉, 팔릴 물건을 팔릴 만큼만 생산하는 방식으로 재고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고,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에 대응하면서 적은 비용도 유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작업자의 다기능화, 즉 기능적 유연성이 담보되어야 합니다. 작업자가 생산 작업과 품질 관리 업무도 함께 담당하여야 하는 것입니다. 또한 이러한 적기 생산 방식은 부품공장과 생산공장이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어야 하기 때문에 한 곳에 집적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일본 아이치현 코로모 시는 도시 전체가 수만 가지의 자동차 부품들을 생산하는 공장과 이를 조립하여 자동차를 생산하는 도요타 공장이 들어서며 아예 도시의 이름을 도요타로 바꾸었습니다. 이처럼 적기 생산방식은 일본의 도요타 자동차에서 활용한 방식으로 린(lean) 생산 방식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둘째, 이탈리아의 장인 생산 방식입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제3 이탈리아라는 지역을 알아봅시다. 제3 이탈리아는 1980년대 이후 등장한 이탈리아 북동부와 중부의 8개 주를 포함하는 산업지역을 지칭합니다. 이탈리아는 전통적으로 북서부는 산업지역, 남부는 농촌지역으로 구분되었습니다. 이와 대비하여 제3 이탈리아는 1980년대 이후 새로운 산업지역으로 등장하여 급성장한 지역입니다. 북서부 산업지역은 전 세계적으로 보편화된 포디즘 방식으로 대량생산체제를 갖추었는데 반해, 제3 이탈리아는 경공업 위주의 전문화된 중소기업들이 서로 긴밀하게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고, 이들의 주도하에 지역적 토대를 갖추며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루어내고 있었습니다. 여기에서는 구두, 섬유, 의류 등의 분야에서 단 하나의 상품으로 각각 전문화하고 있으며, 이 제품에 디자인, 기술, 서비스 등을 집약하여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의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전문화된 지역적 특화 산업의 발달로 제3 이탈리아의 제품은 국제적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습니다.


일본의 적기 생산방식과 이탈리아의 장인 생산방식의 성공사례는 곧 다른 국가로 퍼져나갔습니다. 이 두 지역은 사례는 어쩌면 포디즘의 대량생산체제라는 세계화의 거대한 흐름에 역행하고 지역과 산업의 특성을 온전히 반영하여 그 나름대로의 성공방식을 만들어내는 일종의 지역화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포디즘과 포스트 포디즘, 어찌 보면 좀 생소하고 딱딱한 주제를 다루었으니 이제 조금 말랑말랑하고 친숙한 주제로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바로 세계화입니다. 세계화의 정의 및 역사, 언제부터 세계화가 이루어졌는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는데, 근대 국가의 성격이 확립된 베스트팔렌 조약 이후부터라는 설도 있고, 산업혁명과 시민혁명 이후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교통, 통신의 발달로 세계가 점차 하나가 되고 가까워지는 과정 속에서 이 세계화란 말이 대중적으로 쓰이게 된 시점은 1962년 캐나다의 철학자 마셜 매클루언의 기고문부터라고 보는 것이 정설입니다. 그는 전 지구가 하나의 마을과 같아진다는 의미에서 '지구촌'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고, 이 용어는 세계화의 물결은 더 이상 막을 수 없는 하나의 흐름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세계화는 국제 사회에서 국가 간 상호 의존성이 증가함에 따라 인류 문명이 단일한 체계로 수렴하고 있는 현상으로 정의 내릴 수 있습니다. 이런 세계화의 유형을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누어서 설명해보겠습니다. 첫째, 국제화로서의 세계화입니다. 세계화 이전의 국가들은 스스로 필요한 것을 스스로 생산해서 소비하는 자급자족부터 시작했을 것입니다. 그러다 점점 인접 국가들과 교류를 늘려갔고, 교통의 발달로 교역량 역시 급격히 늘어나면서 국가는 필연적으로 자신의 국가에게 가장 적합한 것을 집중적으로 발전시키면서 생산하였을 것입니다. 그러면서 본국에 부족한 혹은 타국의 것이 더 나은 것들은 수입을 하고, 반대로 본국이 우월한 것들은 수출을 하며 교환이 점차 활발해졌을 것입니다. 즉, 다국가 간 자원의 이동 및 교환이 활발해지고 상호의존성이 심화되는 세계화를 의미합니다.


둘째, 자유화로서의 세계화입니다. 이는 정치적 자유화 개념보다는 시장적 자유화의 개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시장경제가 형성되고 다국의 시장 간 자유로운 교류가 이루어지고, 또한 이들을 중재하는 WTO와 같은 국제적 무역기구가 설립되면서 자유무역이 확산되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20세기 후반 자본주의 진영과 공산주의 진영의 냉전체제가 막을 내리면서 시장경제체제의 전 세계적 확산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셋째, 보편화로서의 세계화입니다.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세계 시민들 간 공통적이고 공유된 지식이 발생하였습니다. 그에 따라 문화적, 경제적, 법적, 정치적 양식들이 비슷해졌고, 국제 표준이 형성되고 적용되었습니다. 시장경제는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전 세계적으로 표준화된 시스템이 되었고, 맥도널드의 빅맥을 찾아볼 수 없는 나라 역시 북한 같은 폐쇄적인 국가를 제외하고는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각 국가별 물가지수를 비교하기 위해 '빅맥 지수'를 사용할 정도입니다.


넷째, 서구화로서의 세계화입니다. 전 세계가 서구 문화, 그중에서도 특히 미국의 대중문화 중심으로 흡수 및 동화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이런 서구화로서의 세계화는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도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영화, 음악, 스포츠와 같은 매개체로 세계의 대중들은 미국 문화를 소비합니다. 그로 인해 지역 문화는 쇠퇴할 수 있습니다. 물론 최근에는 아시아의 문화 그중 한국의 문화가 크게 인기를 끌면서 K-문화 콘텐츠가 주류 문화로 자리잡기도 했습니다.


다섯째, 탈국경화로서의 세계화입니다. 이제 더 이상 물리적, 지정학적, 공간적 의미의 장벽과 국경의 의미가 희미해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물론 아직 현실적인 국경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자유무역의 확대, 인터넷 정보 문화의 범람과 확산을 통해 그 영향은 점차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또한 유럽 연합 같은 경우는 쉥겐 조약을 통해 회원국 간의 이동은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고 그냥 국가 내 지역을 이동하는 것처럼 이동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탈국경화로서의 세계화를 통해 국경의 의미는 새롭게 정의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세계화는 경제적, 과학기술적, 사회문화적, 정치권력적으로도 세계 각 국의 상호 의존성이 심화되어 민족 국가의 경계가 약화되고 세계 사회가 경제를 중심으로 통합해 가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세계화가 이루어지기 위해 가장 중요한 조건은 바로 교통과 통신의 발달입니다.


"타이베이 시민이 미국에서 디자인되어 중국에서 생산된 아이폰을 들고, 독일산 이어폰으로 케이팝을 들으며, 남미 커피콩으로 만든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영국 여행을 하며 가서 사 온 핸드백에는 일본에서 만든 물건과 프랑스에서 만든 물건을 담고 있으며, 방글라데시 사람들이 만든 신발을 신고, 퇴근 후 인도에서 온 요가 강사의 학원을 간다." 이러한 라이프 스타일은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광경입니다.


세계화의 영향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정치 분야에서의 세계화는 유엔의 등장으로 나타났습니다. 이후 유럽 연합, G7, WTO 등 다양한 초 국가적 기관들이 등장하여 국가의 기능을 대체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자화 된 외교로 전 국가 간의 상호 견제를 통해 전쟁의 위험이 줄어들고 지구 온난화 같은 글로벌 위기에 대해 공동으로 협력하여 대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경제 분야에서의 세계화는 무역 자유화와 금융부문에서의 자본이동의 확대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FTA, WTO, 그리고 최근 CPTPP(포괄적 점진적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에 세계 경제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또한 경제 분야의 세계화를 위해 매년 스위스 다보스에서 세계 경제 포럼(WEF)이 개최되고 있습니다. 한편 이러한 경제 분야에서의 세계화는 빈부격차를 심화시키기도 합니다. 그래서 경제 분야는 반세계화 시위가 가장 자주 일어나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세계 경제 포럼에 반대하여 열리는 세계 사회 포럼(WSF)이 있습니다.


문화 분야의 세계화는 다른 나라의 문화매체를 접하거나 다른 나라로 문화매체가 퍼져나가는 것을 말합니다. 특히, 인터넷의 발달로 문화 분야의 세계화가 가속화되며 각국의 소프트 파워가 중요시되고 있습니다. 사회 분야의 세계화는 사회적으로 시민 사회의 역할이 커지게 되는 것으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그린피스 같은 NGO단체가 지구온난화, 원자력 발전소, 후쿠시미 원전 등에 관심을 기울이며 활동하는 것을 예를 들 수 있겠습니다.


지역화에 대해서도 알아보겠습니다. 흔히 지역화를 세계화의 반대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도 있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세계화(Globalization)가 전 세계 국가들이 여러 분야에서 보편성을 띄는 것이라면 지역화(Localization)는 특정 지역이 지난 독특한 특성이 독자적 가치를 지니게 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때 반대의 개념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세계화로 인해 전 세계가 동질화되는 과정 속에서 지역이 지닌 독특한 특성이 더 부각되고 가치가 높아진다는 점에서 볼 때 단순히 지역화를 세계화의 반대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즉, 교통의 발달로 세계 각 국가로 여행을 가는 것이 보편화되었지만(세계화), 만약 전 세계가 내가 살고 있는 곳과 동일하다면 굳이 여행을 다닐 필요가 없겠죠. 각 국가의 독특한 특성(지역화)을 경험하기 위해서 우리는 여행을 다니고 그곳에서 새로운 경험을 향유합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세계화와 지역화는 함께 이해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세계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각 지역은 자신의 고유한 특성을 살리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러한 노력을 통해 지역의 부를 증대시키는 것이죠. 그런 지역화 전략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지리적 표시제입니다. 지리적 표시제는 어떤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 음식, 제품이 그 지역의 특성을 반영하고 있는 경우 그것에 가치와 권리를 부여하는 것을 말합니다. 흔히 지역 이름과 제품을 붙여서 말하는 것들입니다. 예를 들어 보성 녹차, 이천 쌀, 순창 고추장 같은 경우입니다. 세계적으로 대표적은 사례로는 샴페인입니다. 샴페인은 우리가 흔히 무언가를 축하할 때 터뜨리는 술로 화이트 스파클링 와인을 말합니다. 그런데 이 술이 유명해진 것이 원래는 프랑스의 샴페인 지방(프랑스어로 샹파뉴)이었습니다. 이곳의 스파클링 와인이 유명해져서 그 지역 술을 그 지역 명을 따서 샴페인이라고 불렀고, 이것도 곧 고유명사가 된 것입니다.


둘째, 장소 마케팅입니다. 지역이 소득을 얻는 방법은 특산물도 있지만 보다 발전된 형태가 바로 관광입니다. 국내든 국외든 지역들은 관광 활성화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 지역을 매력적으로 관광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까 고민합니다.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지역의 경우에도 방법이 있습니다. 우리 지역을 차별화할 수 있는 것들을 만들면 됩니다. 바로 랜드마크입니다. 랜드마크는 지역을 상징하는 건축물이나 조형물로 파리의 에펠탑,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이 대표적입니다. 춘천의 소양강 처녀상도 있겠네요. 이와 같은 랜드마크를 보러 많은 사람들이 그 지역을 찾아갑니다. 또한 지역은 축제를 열여서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니도 합니다. 앞서 언급한 지리적 표시제의 농산물이나 음식을 곁들이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죠. 춘천 닭갈비 막국수 축제가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축제들이 너무 우후죽순 생기다 보니까 차별성이 없어지고 그저 그런 시시한 축제가 되어버리기도 합니다. 결국 지역의 독특함이 포인트인데 그게 사라져 버린 축제는 더 이상 가치가 없는 것이지요.


셋째, 지역 브랜드화입니다. 이제 지리적 표시제와 장소 마케팅을 아우르는 마지막 치트키가 있습니다. 바로 지역 자체의 브랜드를 만드는 것입니다. 나이키, 애플과 같은 로고와 함께 멋들어진 표어도 있으면 좋겠죠. 'I♥NY'이 대표적인 지역 브랜드입니다. 뉴욕 하면 여러분은 어떤 모습이 떠오르나요? 자유의 여신상과 높은 마천루, 월스트리트, 탐임 스퀘어 등 멋진 모습이 떠오를 테죠 아마. 하지만 1970년대까지 뉴욕의 모습은 지금과 달랐습니다. 극심한 빈부격차와 그로 인한 지저분한 거리, 특히 지하철 역 안은 아주 가관이었죠. 제멋대로 그려진 그라피티와 각종 욕설이 도배되어 있었고, 범죄는 끊이지 않았습니다. 어떤 지역의 경찰이 유명하다는 것은 그 지역의 범죄율이 높은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NYPD가 유명하죠. 뉴욕을 모티브 한 배트맨의 고담시는 또 어떻고요. 그래서 1970년대 뉴욕 시장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환경 정화작업을 합니다. 원래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더러운 곳에 쓰레기를 더 버리잖아요. 하지만 깨끗한 거리에는 선 듯 쓰레기를 버리기가 어렵죠. 그 점을 노렸습니다. 우선 더럽혀진 거리를 깨끗하게 하고 각종 그라피티로 어지러운 벽들을 깨끗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화룡정점 'I♥NY'을 새겨 넣었죠. 결과는 대 성공이었습니다. 범죄율은 급격하게 감소하였고, 뉴욕 사람들은 저 말처럼 정말 뉴욕을 사랑하고 자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I♥NY'은 다른 국가 도시들로 퍼져나갔습니다. 우리나라도 지역 브랜드가 있죠. 로맨틱 시티 춘천, 헬시 시티 원주, I SEOUL U와 같은 도시 브랜드가 유명합니다.


자 오늘은 조절 이론으로서의 포디즘과 포스트 포디즘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각각의 축척 체제는 케인스주의와 신자유주의라는 조절 양식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포스트 포디즘의 생산방식은 적기 생산방식과 장인 생산방식에 대해서도 알아봤습니다. 마지막으로 세계화와 지역화에 대해서도 알아봤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경제의 세계화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즉, 경제의 세계화의 주체라고 할 수 있는 다국적 기업과 다양한 자유무역협정, 그리고 지역경제블록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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