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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문제와 미래사회 5강: 세계도시와 지역균형 발전

세계도시와 세계도시체계, 이중 도시, 클러스터와 지역혁신체계

by 지리는 강선생

안녕하세요. 지난주 초여름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정말 더웠습니다. 올여름은 지난해처럼 덥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주와 그다음 주 수업을 이렇게 진행하려고 합니다. 25일부터 시험이 있는 성수고와 춘여고는 다음 주 수업이 휴강입니다. 그리고 29일부터 시험인 춘고는 다음 주 수업을 하고 그다음 주 수업이 휴강입니다. 수업 내용은 똑같이 도시에 대해서 하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여러분들의 시험기간에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것이니까 양해 바랍니다.


오늘은 도시를 본격적으로 수업하기 이전 도시 프리퀄과 같은 내용을 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3주 차, 4주 차에 수업했던 다국적 기업, 경제블록의 내용과 연결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는 세계도시와 지역균형 발전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세계도시와 세계도시체계


다국적 기업이 성장하면 일반적으로 본사를 대도시로 이전합니다. 처음부터 대도시에 본사가 있는 경우도 있고, 원래 성장했던 도시에 그대로 있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 인구 100만 이상의 국제공항이 있고 세계 다른 지역과 연결이 체계적으로 되어있는 도시로 이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서 이 도시를 세계도시로 정의해봅시다. 알파 도시 또는 세계 중심이라고도 불리는 세계도시는 세계 경제 네트워크의 교점 역할을 합니다. 이처럼 세계도시는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인 중추 기능이 집적해 있으며, 세계 경제적 시스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도시를 가리킵니다.


세계도시라는 용어는 미국 사회학자 사스키아 사센(Saskia Sassen) 교수가 1991년 고안해낸 개념입니다. 2001년 출판한 그의 저서 <The Global City: New York, London, Tokyo (글로벌 도시: 뉴욕, 런던, 도쿄)>에도 등장합니다. 사센의 주장에 따르면 세계도시는 기능적으로 대기업 및 다국적 기업의 본사가 집중하여 자본과 정보가 모이는 결절지의 역할을 합니다. 또 국제 금융 기구, 로펌(law firm) 등의 생산자 서비스업이 발달하였으며, 고급 소비자 서비스업도 발달하고 있습니다.


뉴욕, 도쿄, 런던이 주요 세계도시로 언급됩니다. 이 개념이 고안될 당시 일본 경제가 어마 무시할 때였기 때문에 도쿄가 포함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또한 국제 금융, 경제, 정치, 문화, 교통, 연예, 산업, 인구의 세계적 영향력에 따라 세계 도시 중에서도 최상위 도시, 상위 도시, 하위 도시가 분류됩니다. 최상위 도시로는 뉴욕, 도쿄, 런던, 그리고 상위 도시로는 파리, 브뤼셀, 프랑크푸르트, 상하이, 홍콩, 싱가포르, LA, 시카고, 상파울루 등이 언급됩니다.


세계도시의 계층구조는 주로 도시의 지표들을 비교하여 상대적 계층성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세계도시체계는 세계도시를 기능적 특성에 따라 재분류하여 비교함으로써 유용한 분석 틀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녹스는 ① 다국적 기업(세계 500대 기업), ② 국제업무(국제기구), ③ 문화적 중심성(국가 내 수위도) 등 3개의 주요 기능을 중심으로 세계도시들을 재분류하여 고차의 세계도시들 간에 중요한 기능적 차이가 있음을 밝혔습니다.


세계 도시 연구 네트워크(GaWC)에서는 회계, 광고, 금융, 법률의 네 가지 생산자 서비스와의 연결성을 기준으로 세계도시들의 체계를 성립하였습니다. 즉, 최상위 세계도시인 알파 세계 도시부터 베타 세계 도시, 감마 세계 도시로 분류하였습니다. 다양한 연구기관에서 서로 다른 기준으로 세계도시의 체계를 구분하였고, 약간씩 다르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런던, 뉴욕, 파리, 도쿄가 최상위 세계도시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목록에서는 세계도시들의 분포가 서유럽과 북미, 동아시아 권역으로 집중해 있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이는 곧 자본주의 경제에서 세계화의 영향이 불균등하게 작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2. 이중 도시


이러한 세계도시에는 서두에서 밝혔듯이 다국적 기업의 본사가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다국적 기업에게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금융, 보험, 회계, 부동산, 홍보, 보험, 컨설팅과 같은 생산자 서비스업이 발달합니다. 지난 시간에 배웠던 것처럼 기업은 성장하면서 점차적으로 본질적인 분야에 집중하고 그 외에 다양한 기능들을 외주, 아웃소싱을 합니다. 이러한 생산자 서비스업을 금융(Financial), 보험(Institute), 부동산(Real estate)의 앞글자를 따서 F.I.R.E로 부르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생산자 서비스업은 고소득인 경우가 많습니다. 고학력에 고소득, 그리고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의 이런 '영&리치'들은 과거 교외지역을 선호하였던 포디즘 시대의 중산층에 비해서 도심 근처에 거주하는 것을 보다 선호합니다. 이 내용은 다음 시간에 도시에 대해서 공부할 때 더 본격적으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무튼 세계도시에는 이런 고소득자인 생산자 서비스업 종사자와 다국적 기업 본사 직원들도 살고 있지만, 이 사람들에게 음식, 숙박, 교통 등의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소비자 서비스업 종사자들도 역시 살고 있습니다. 백종원 같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반적으로 소비자 서비스업 종사자들은 생산자 서비스업 종사자들에 비해 소득이 적습니다. 아무래도 대체 가능한 직업이기 때문이겠죠. 이렇게 생산자 서비스업 종사자들과 소비자 서비스업 종사자들이 함께 살고 있는 세계도시는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집니다. 이런 도시를 이중 도시(Dual city)라고 부릅니다.


즉, 고차 생산자 서비스업의 성장과 더불어 이들 고급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고급 소비자 서비스업이 증가하였고, 이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저소득계층과 제3세계 이민자들이 대거 세계도시에 유입되면서 세계도시는 계층적, 경제적, 인종적으로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양상은 문화적 측면으로 이어져 과거와 같은 중산층 중심의 대중문화와 소비행태는 점차 사라지고, 새로이 개발된 고급문화 행태가 성황을 이루게 되며 이는 포스트모던적인 도시경관을 통하여 구체적으로 표출됩니다. 이러한 과정은 공간적인 측면에서 기존의 도심 부근 낙후지역이 새로운 고소득층을 위한 공간으로 재개발되는 도심 재활성화(gentrification)로 이어집니다.


그 결과 게토나 고급 주택가와 같은 계층별로 분리된 공간을 만들어내며 이러한 공간적 양극화를 통해 이중 도시의 성격을 띠게 되는 것입니다. 즉, 급격히 상승하는 지가를 감당할 수 있는 고소득층이 도심으로 회귀하며 젠트리피케이션을 야기했으며, 지가를 감당하지 못하는 저소득층의 거주지는 경제적, 인종적, 문화적으로 고소득층과 분열되는 사회적 패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양극화된 사회계층들은 한 도시에서 기능적으로 결합되어 있으면서도 서로 상이한 소비양식과 문화양식을 지니게 되고, 서로 다른 주거지역에 거주하게 됩니다. 고소득 전문직은 높은 소비문화 수준을 충족시키는 고급주택, 대형 쇼핑센터, 문화공간 등이 조성된 이른바 상층 도시에 거주합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임시직, 일용직 등 저소득층이 거주하는 하층 도시는 실업과 빈곤 그리고 가정해체 등의 문제가 확대·심화되는 악순환을 겪습니다.



3. 클러스터와 지역혁신체계


한 도시 내에서도 이러한 양극화 현상이 발생하지만, 국가 전체의 스케일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발생합니다. 즉,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는 양질의 일자리와 좋은 교육환경을 갖추고 있는 반면, 강원도 산골은 그렇지 않죠. 그로 인해 대도시는 사람을 더욱 끌어들여 인구가 증가하는 선순환이 지속되고, 반면 촌락은 사람을 배출시켜 인구가 감소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됩니다. 일자리가 사람을 부르고 사람이 많은 곳에 서비스업이 발달하고 그 서비스업은 다시 사람을 불러오는 것이지요.


이렇게 점차 지역 불균형이 심해지면서 자연스럽게 균형발전에 대한 논의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지역 발전에 대한 학술 이론 두 가지가 클러스터와 지역혁신체계입니다.


클러스터란 기업과 관련기관이 상호 관련성을 가지고 지리적으로 집중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금까지의 집적의 개념은 투입비용의 최소화에 역점을 둔 데 비해서 포터는 새로운 집적경제의 주안점으로 동적인 학습과 시스템 전체로서의 비용과 혁신의 잠재적 가능성을 들고 있습니다. 따라서 클러스터에서는 기업들 간의 상호 학습을 통한 암묵적 지식의 교환이 활발하고, 사회적 하부구조, 즉 지원기관 및 기업활동을 지원하는 제도적 기반이 존재합니다. 기업들은 동일한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도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합니다. 또한 클러스터는 지역에서 동일하거나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기업들이 협력을 통해 상생을 추구하는 경쟁 모델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집합적 비전을 공유하고 추구하는 느슨한 결합체의 성격을 가집니다.


지역혁신체계는 지역 내의 혁신환경을 구축하는 발전 전략으로서 다양한 클러스터를 구축합니다. 이는 학습과 혁신을 기업 내부 차원에서 접근하던 전통적 관점을 넘어 다양한 수준의 각종 기관들의 연계로부터 이해하려는 것입니다. 이처럼 지역혁신체계의 핵심은 특정한 지역의 환경요소가 산업적 혁신에 큰 영향을 주며, 이 혁신적 요소들 간의 긴밀한 네트워크와 상호작용을 통해 혁신이라는 시너지 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쿡에 의하면 지역혁신체계는 지역경제의 혁신능력을 증가시키기 위하여 적절한 환경적 조건들, 즉 기업, 연구기관, 대학, 혁신 지원기관, 중앙 관련부서, 은행, 그리고 지방정부 등이 지역에 내재된 제도적 환경을 통하여 체계적으로 상호작용적 학습에 참여하는 체계를 의미합니다.


지역혁신체계의 구성요소는 크게 상부구조와 하부구조로 구분됩니다. 하부구조란 혁신을 위한 구체적인 지원체제를 의미하는 것으로 도로, 공항, 통신망과 같은 물리적 하부구조와 대학, 연구소, 금융기관, 교육훈련기관, 지방정부 등과 같은 사회적 하부구조로 나누어집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이들 사회적 하부구조들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이들이 지역 내에서 혁신활동을 위해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되는가의 여부입니다. 상부구조란 조직과 제도의 문화, 분위기, 규범 등을 의미합니다. 이런 상부구조의 요소들은 신뢰와 협력의 문화를 지속시킬 수 있는 통제와 조정력을 잘 발휘하게 합니다. 따라서 상부구조의 발달 정도에 따라 사회적 하부구조의 효율적인 운영 여부가 결정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클러스터는 경제주체들 간의 네트워크 특성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지역혁신체계는 혁신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제도와 정책에 초점을 맞춥니다. 클러스터는 지역혁신체계가 지역적으로 구현된 실체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쨌든 이 두 이론 모두 수도에 집중된 불균형 발전을 극복하고 지역을 발전시키기 위한 전략적 이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이 두 이론 모두 '혁신'을 강조합니다. 현재 수도권을 제외하고 전국에 퍼져있는 혁신도시의 혁신이 바로 여기서 나온 것입니다. 혁신도시는 쉽게 말해서 수도권의 과밀화를 억지하고 지역을 균형 발전시키기 위해서 수도권의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한 도시입니다. 예를 들어 강원도 원주에는 한국관광공사, 대한 석탄공사,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굵직한 공공기관들이 입지 해 있습니다. 이렇게 공공기관이 이전하면 거기서 근무하는 직원들도 당연히 그 도시로 이동을 하게 되고, 안정적인 구매력을 가진 인구의 유입은 그 지역의 소비자 서비스업은 물론 생산자 서비스업을 성장시키고 지역 GDP의 상승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물론 혁신도시로 이사한 공공기관 직원들이 그 지역에 완전히 뿌리내리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즉, 주중에는 혁신도시에 거주하지만 금요일 퇴근하자마자 바로 기존에 살던 서울, 수도권으로 가버려서 주말은 텅텅 비는 유령도시가 되어버리는 것이죠. 이는 혁신도시뿐만 아니라 정부종합청사가 있는 세종특별자치시의 경우도 비슷합니다. 최근에는 인프라가 많이 구축되어서 인구도 꾸준하게 늘고 있지만, 초창기 세종은 금요일 오후 6시만 되면 수많은 사람들이 서울로 향하는 통근버스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장면이 연출되곤 했습니다.


이처럼 지역이 자연스럽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뿌리내림, 착근성이 필요합니다. 지역혁신체계의 상부구조, 지역의 문화, 분위기, 규범 등이 자연스럽게 무르익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아무리 기업을 옮기고, 연구소를 옮기고, 대학을 새롭게 이전해서 기계적인 집적을 이룬다고 하더라도, 그 속에서 서로 화학적인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면 그런 지역을 발전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실리콘 벨리에 입지 한 수많은 IT기업들은 1960년대부터 자연스럽게 그곳의 분위기를 들이마시면서 성장했습니다. 스탠포드 대학의 수많은 학생들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그런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기업들이 도전적으로 사들입니다. 그리고 다양한 연구소와 금융기관과 같은 사회적 하부구조가 이를 뒷받침해줍니다. 기업이 성공하여 규모가 크면, 다시 새로운 생각을 가진 도전자들은 다른 영역으로 분사 창업(Spin-off)하거나 더 혁신적인 기업으로 이직하기도 합니다. 실리콘 벨리의 이러한 자유롭고 혁신적이며 도전적인 분위기가 지금의 실리콘 벨리를 만든 것입니다.


따라서 미국의 수도권이라고 할 수 있는 뉴욕, 보스턴, 워싱턴 DC와 같은 전통적인 동부지역이 아니라 오클랜드, 산호세, 팔로알토와 같은 서부지역의 실리콘 벨리가 발전할 수 있었던 원인을 도로, 공항, 대학, 연구소, 기관 등의 하부구조로만 분석하고 분위기, 문화와 같은 상부구조를 보지 못 한다면 근본적인 지역균형발전을 이루기 어려울 것입니다.




오늘은 세계도시와 세계도시체계, 클러스터와 지역혁신체계에 대해서 공부해봤습니다. 다음 주에는 본격적으로 도시에 대해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도시는 제가 가장 재밌게 공부하였고, 가장 자신 있기도 한 분야입니다. 다음 주부터 약 2주간 도시의 의미, 경제, 문화에 대해서 다채로운 이야기를 펼쳐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다음 주에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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