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 먹고 20kg를 뺄 수 있다고?!

쥬비스 필요 없는 100일 지리는 다이어트

by 지리는 강선생

1. 발단


무엇이든 시작이 어렵다. '공부와 다이어트는 내일부터'라는 말이 이를 증명한다.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축복받은 DNA를 갖고 태어난 사람을 제외하고 우리 모두는 모든 순간 다이어트를 꿈꾼다. 현재의 나, 너, 우리는 과거의 완벽했던 모습으로 돌아가기를 꿈꾸며, 혹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상상 속의 완벽한 몸으로 확 바뀌기를 간절히 바란다. 하지만 그런 갈망을 갖고 있더라도 이 '다이어트'라는 것을 시작하는 데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 그것은 아마도 우리의 일상과 가까이 있으면서도 또한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도 먼 무언가 일지 모른다.


나 역시 올해 초까지는 그랬다. 현재의 몸 상태를 도저히 인정할 수가 없었다. 스스로 생각하는 나의 모습은 6년 전 20kg의 지방 덩어리들이 붙기 전의 모습이었다. 그래서 한동안은 지금의 내 모습을 도무지 인정할 수 없어서 옷을 하나도 살 수가 없었다. '언젠가는 돌아가겠지, 돌아가겠지' 되뇌었지만 정작 별다른 노력은 하지 않았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것은 현재의 모습이 너무도 싫고 예전처럼 변하고 싶으면서도 지금의 그 익숙한 모습에서 변화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느꼈다. 그것은 아마도 편하고 익숙한 현재의 상황에서 변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일 것이다. 그래서 항상 사람들은 어떤 변화를 하고 싶을 때 강렬한 자극이나 계기를 찾는 것 같다. 그로 인해서 내가 변하여야 하는 정당성을 가질 수 있고, 만약 그 계기가 보다 다급하고 더욱더 격렬할수록 변해야만 하는 동기가 더욱 강해 질 테니까.


"같이 사는 사람도 좀 생각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2022년 1월 7일 저녁 와이프가 정색을 하며 말했다. 물론 내가 전날 과음을 해서 실수를 했고, 그로 인해서 그녀는 극도로 화가 나있는 상태긴 하였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맞는 말인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분명 거실 앞에 걸려있는 결혼사진 속에 있는 사람은 분명 나여야 하는데 내가 아니었다. 뒤이어 내 귀로 꽂히는 말들도 모두 맞는 말이었다. 당시에 나는 분명 겉으로는 거창한 계획을 그럴싸하게 말하고 있지만, 정작 실천에 옮기는 것은 거의 없는 상황이었다. 그 약간의 실천마저도 정신없이 허우적거리면서 겨우겨우 마감시간을 맞춰서 그저 '미션 컴플릿' 할 뿐이었다. 지금의 내 상태는 나 스스로 봐도 이건 도저히 용납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무언가 강렬한 변화가 필요한 순간이었다.



2. 목표


상식적으로 뚜렷한 변화를 위해서는 구체적인 목표와 계획이 필요하다. 그런데 나는 MBTI 성향 중 계획 세우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극단의 P성향이다. 그렇지만 또한 존재하지 않는 무의 상태에서도 무언가를 뚜렷하고 선명하게 상상하고 그것을 이루어낼 수 있다고 믿는 극단의 N성향이기도 하다. 계획이 없으니까 구체적인 목표는 세워질 수가 없었지만, 강렬한 동기가 생겼고 이미 머릿속에는 -20kg가 감량된 나의 모습이 너무도 선명하게 그려졌다. '오케이 좋았어!' 이거면 됐다. 바로 그 순간부터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에 옮겼고, 현재 나의 정확한 상태에 대해서도 점검해봤다.


일단, 2022년 1월 7일 현재 나의 몸무게는 98kg. 약 2년 동안 근력운동을 한 것도 아니고 아닌 것도 아닌 어정쩡한 몸상태. 지난여름 700km를 걸었고, 가끔씩 맨몸 스쿼트를 해와서 하체 근육 상태는 그래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체지방률은 재작년 가을쯤 몸무게가 92kg 정도 나갔을 때 인바디 측정을 해봤는데 35% 정도였으니 지금은 대략 30% 후반대일 것이다. 이렇게 대략적으로나마 현재 상태에 대해 직면을 했다. 이 직면이란 게 별거 아닌 것 같으면서도 실제 하려고 하면 꽤나 어렵고 두려운 일이다. 자기 자신을 직면하는 것. 폭식한 후에 체중계 위에 올라가는 것, 시험을 망친 후에 성적표를 확인하는 것, 폭락장 뒤에 주식 계좌 잔고를 확인하는 것 등 평소에도 현실을 직면하는데 많은 두려움이 존재한다. 하지만 현실을 직면하는 것을 먼저 하지 않으면 그다음은 없다. 딱 여기서부터가 시작이다.


일부러 처음부터 다이어트의 목표는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너무 목표가 구체적이면 그 세세한 계획들을 모두 달성하려고 스스로 너무 스트레스를 받는 나 자신을 알기 때문이었다. 물론 합격과 불합격이 갈린 시험은 당연히 합격이 목표가 되어야 하지만, 다이어트 같은 경우에는 시작하기도 전부터 무리하게 혹은 가볍게 목표를 정하면 실천에 옮기면서 탄력을 받기 어려워지는 것 같다. 초반 작심삼일, 3일의 유혹과 어려움을 이겨낸 후, 약 14일 동안 몸에 습관을 들이다 보면 몸에 변화도 생기고 자신감도 붙으면서 점점 구체적인 목표가 생기게 된다. 그때부터 진짜 구체적으로 목표를 정하면서 몸을 극한까지 몰아세우면 되는 것이다.


나는 소아비만이었다. 5학년 때 첫사랑에 실패한 후 분노의 다이어트로 -20kg을 감량하기 전까지 학교에서 내 별명은 항상 ㅇㅇ돼지였고, 그 이후에도 조금만 방심하면 10kg 찌는 것은 우스운 말 그대로 물만 먹으면 살찌는 그런 체질이다. 아마도 어릴 때 생긴 비만 세포가 나를 살이 매우 잘 찌는 체질로 바꿔놓은 듯하다. 여기서 쉽게 생각하면 안 되는 것은 쉽게 찐다고 절대 쉽게 빠지진 않는다는 것이다. 가끔씩 내가 살을 감량하면 지나가는 말로 쉽게 '고무줄 몸무게'라면서 평가 절하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자신이 직접 겪지 않은 일에 대해서 쉽게 말하는 것만큼 자신의 무식함을 드러내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너무 빠르게 감량을 하면 요요가 올 가능성이 높고, 그렇다고 너무 천천히 느긋하게 장기간에 걸쳐서 다이어트를 하면 성취감이 없어서 나 스스로 만족하지 못할 것이다. 그 빠름과 느림 그 중간의 적절한 페이스를 정하면 된다.


요새 유행하는 바디 프로필을 찍거나 PT를 받아보는 것은 한 번도 생각을 안 해봤다. 우선 바프의 경우는 몇 달간 모든 것을 포기하면서 그 한 장의 사진을 위해서 노력하는 것은 좀 매력적이긴 한데, 사실 요새 너무 유행이어서 괜히 마음에 안 들기도 했다. 또 본격적으로 바프를 준비한다면 '본 투 비 관종'인 나는 체중 감량이나 건강과 같은 본질보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에만 집착하게 될 게 뻔했다. 나는 지속 가능한 다이어트를 하고 싶은데, 바프를 찍게 되면 내가 정말 사랑하는 술을 못 먹게 되고, 이는 적절한 노력에는 적절한 보상을 주어져야 한다는 나의 지론에도 어긋나는 일이었다. 또한 나는 누군가의 말을 듣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완전 남의 의견을 무시하고 외골수라기보다는 최선을 다하는 일들의 최종적인 선택은 나 스스로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나에게 정말 중요한 운동과 다이어트를 온전히 누군가에게 맡기는 PT가 체질적으로 맞지 않는다. 무엇보다 2022년 1월 초 시점에는 백신 미접종자인 나는 헬스장을 갈 수 조차 없었다. 그래서 집에서 하는 홈트레이닝 와드(Workout of the Day)를 짰다. 와드라고 말하기에는 초라할 정도로 정말 단출하게!



3. 운동


운동 초반에는 1 분할 근력 운동만 했다. 운동을 쉰 지 너무 오래돼서 아직 몸이 활성화되지 않았고, 무엇보다 근육량에 비해 몸무게가 너무 많이 나갔다. 이때 욕심내서 무리하게 운동하다 부상이라도 당하면 다이어트고 뭐고 그대로 끝이다. 오히려 더 체중이 증가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래서 운동 시작 전 스트레칭을 최소한 10분 정도는 꼭 넣어주었다. 정말 근육을 풀어주면서 부상을 방지하는 효과도 있고, 또한 그 10분 동안 스트레칭을 하면서 '자 이제 곧 있으면 운동 시작한다'라고 몸에게 미리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그렇게 스트레칭이 끝나면 몸과 마음은 운동하기 위한 준비가 된다. 가끔 너무 피곤한 상태로 퇴근해도 집에 도착하자마자 운동복을 집고 소파에 쓰러지듯 잠시 누워있다가 스트레칭을 한다. 그러면 5분도 지나지 않아서 어찌 됐든 운동을 할 마음이 생긴다.


와드의 첫 번째 운동은 하체, 맨몸 스쿼트를 했다. 하체에는 신체의 50% 정도의 근육이 있기 때문에 적은 횟수와 시간에도 많은 칼로리 소모가 있어서 가성비가 좋다. 또한 초반에 전신운동이기도 한 스쿼트를 충분히 해주면 온몸에 열이 나면서 땀으로 흠뻑 젖는다. 그러면 이 스쿼트가 전체 운동의 스트레칭 운동이 되기도 하다. 그렇게 스쿼트를 세트 당 최대 횟수(초반에는 15~20개 정도)를 5세트 해주고 다음 운동 푸시업으로 넘어간다. 스쿼트도 마찬가지지만 푸시업은 자신의 몸무게를 드는 운동이기 때문에 몸무게가 많이 나갈수록 힘들 수밖에 없다. 그런 이유로 초반에는 1세트에 10개 남짓 최대 횟수를 역시 5세트를 해줬다. 4~5세트 되면서 자세가 무너지고 팔이 떨리면 무릎을 땅에 대고라도 5세트를 반드시 채우려고 노력했다.


그러고 나서 덤벨 로우로 등 운동을 했다. 아직 턱걸이를 하기에는 나의 근력이 너무도 부족하고 체중은 너무도 많이 나갔다. 그래서 우선은 아령으로 광배근 운동을 했다. 이것도 최대 횟수 x 5세트를 하고 나서 어깨 운동으로 넘어간다. 어깨 운동은 숄더 프레스 최대 횟수 x 5세트를 했다. 등과 어깨 모두 초반에는 대략적으로 15~20개 정도 할 수 있는 무게로 운동했다. 이렇게 약 한 달간은 내 몸을 본격적으로 운동할 수 있는 몸으로 만들어갔다.


중요한 것은 매일매일 그날 한 운동 와드를 모두 적었다. 기본적으로 매일 1시간 이상 근력운동은 아파서 죽을 것 같이 않으면 반드시 하는 것으로 정했다. 이렇게 기록하면 장점은 나의 무형의 노력이 (물론 몸의 근육 세포에는 저장되지만) 눈에 보이는 스크린에 기록으로 남겨진다는 것에 성취감을 얻을 수 있다. 또한 어제 어떤 운동을 얼마큼 했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어제에 비해 오늘의 컨디션에 대해서 점검할 수 있고, 내 몸이 점점 발전해 나가는 구체적인 정도를 알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아무튼 이렇게 매일매일의 와드를 적었고, 어제의 나와 비교하고 현재의 나와 싸우면서 운동했다. 그렇게 2주, 한 달, 두 달이 넘으니까 스쿼트는 20번 5세트에서 45번 5세트로, 푸시업은 10번 5세트에서 35번 5세트로 발전했다. 어깨 운동과 등 운동은 A와 B세트로 분할해서 하루는 풀업과 친업을 10~12번 5세트로, 다른 하루는 사이드 레이즈 레터럴 75번 5세트, 숄더 프레스 25번 5세트로 수행했다. 이 기본 홈트 세트에서 약 2~3주가 지나면서 수행이 쉬워지면 횟수와 무게를 휴식시간을 줄여가며 운동 강도를 높였다.


2월 중순부터는 근력운동을 1시간 30분 정도 한 이후에 바로 밖으로 나가서 1시간 30분 정도 걸었다. 속도는 약간 숨이 찰 정도로 빠르게 걷기. 이렇게 한 시간 반 정도 걸으면서 그날 집에 가서 해야 되는 일들을 미리 머릿속으로 그리기도 하고, 글감이 있으면 글을 머릿속으로 구상해보기도 했다. 텝스 시험을 준비할 때는 영어 듣기 평가를 들으며 걷기도 했고, 중요한 일을 결정하거나 마음의 안정이 필요할 때는 음악을 들으며 생각을 정리하기도 했다. 그렇게 약 10km 정도를 빠르게 걷고 나서 집에 도착하면 식사를 했다. 이렇게 매일 조금씩 강도와 횟수를 높여가며 했던 근력운동과 유산소 운동을 모두 '밀리 그램'이라는 앱에 기록했다.



4. 식단


다이어트에서 식단과 운동의 비율은 50대 50이라는 사람도 있고, 80대 20으로 식단이 훨씬 중요하다는 사람도 있다. 식단을 그대로 하고 운동만 열심히 하면 '건강한 돼지'가 된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 사실 안 하던 운동을 새롭게 시작하는 것도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그보다도 아침 점심 저녁 이렇게 세끼를 꼬박 지켜먹던 사람이 끼니 수를 확 줄여버리거나, 아니면 매일 밤 야식과 술을 즐기던 사람이 갑자기 이 행복한 시간을 포기한다는 것이 오히려 더 어려운 도전일 수 있다. 나 역시 그랬다. 나는 삼시 세끼 챙겨 먹는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점심은 종종 폭식했고, 저녁에는 거의 매일 술과 함께 야식을 즐겼다. 그러다 보니 너무도 사랑하는 피자와 치킨, 삼겹살과 소주를 포기하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이것들을 아예 끊어버린다면 내 인생의 즐거움이 사라져 버리기 때문에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그 대신 즉흥적으로 만들던 술자리를 계획적으로 만들기로 했다. 한 주에 5~6에 달하던 음주 횟수를 1~2번으로 제한했다. 그리고 술을 마시기로 계획된 전날과 음주 다음날 칼로리를 평소보다 제한하고 운동 강도와 횟수를 늘렸다. 다행히도 이 기간 동안 나는 pcr검사나 자가진단 체크 음성 확인서가 없이는 술집이나 식당에 들어갈 수 없었던 백신 미접종자였기 때문에 오히려 이렇게 음주 횟수를 줄이는 것이 수월했다. 그렇게 음주를 줄이니까 자연스럽게 고칼로리 야식 섭취가 제한되고, 그 시간에 운동과 학습과 같은 생산적인 활동을 하면서 시간의 여유는 덤으로 왔다.


기본적으로 식단은 아침은 스킵, 점심은 급식이나 한식과 같은 일반식, 저녁은 퇴근 후 바로 운동 3시간 후에 닭가슴살, 방울토마토, 바나나를 먹었다. 그리고 이 모든 식단 역시 '밀리 그램'이라는 앱에 기록했다. 전날 너무 많은 음식과 술을 마셔도 최대한 기록했다. 그렇게 기록해 놓으면 약간의 죄책감이 들면서도 하루하루 줄어가는 몸무게와 그러다가 가끔씩 튀어 오르는 몸무게 그래프의 정확한 원인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즉, 내 몸무게가 왜 늘었고 왜 감소했는지가 운동과 식단의 기록으로 가시적인 근거가 생기는 것이다. 이는 몸무게는 섭취한 열량보다 소비한 열량이 더 많으면 감소한다는 당연한 진리를 보여주는 것이다.


전날 너무 많은 음식을 소비했거나, 과음을 했다면 너무 자주는 아니더라도 24시간 혹은 18시간 동안 간헐적 단식을 했다. 극단적인 식이 제한은 정상적인 생활을 어렵게 하고 건강에 좋지 않을 수도 있지만, 가끔씩의 단식은 건강과 특히 노화방지에 매우 좋다는 여러 연구 결과가 있다. 특히, 배고프면 배에서 나는 꼬르륵 소리는 노화를 방지하고 젊은 세포를 되살아나게 하는 소리라고 한다. 갑자기 하는 단식은 몸이 적응을 못해서 신경과민이 오거나 몸에 힘이 없어져버려서 일상생활이 어려울 수 있지만, 지속적으로 일주일에 한두 번의 간헐적 단식은 정신을 맑게 하고, 노화도 방지되고, 다이어트에도 도움을 주는 1석 3조이니까 꼭 한 번쯤은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5. 결과


다이어트를 시작하고 나서 달라진 점 중 하나는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기다려진다는 것이다. 우선 어제 하루 동안 식단 관리하고 저녁에 한 운동의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빨리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어서 일 것이다. 1월 7일부터 매일 아침부터 공복 체중을 측정했다. 전날 과식, 과음하거나 운동은 스킵한 날(거의 없긴 하다)은 체중계 위에 오르는 것이 꺼려지긴 했지만, 그래도 그 기록도 일부이기 때문에 하루하루를 기록했다. 90% 이상 약속했던 식단을 지켰고, 99% 이상 매일 운동 3시간을 하다 보니까 거의 대부분의 아침 전날보다 200~500g 정도의 감량이 눈으로 보였다. 그렇게 일주일이면 1kg, 한 달이면 4~5kg의 감량이 너무 과하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이루어졌고, 앱에 기록되는 나의 체중 그래프는 마치 2020년 3월, 코로나 펜데믹 선언 이후 급락했던 전 세계 주식 그래프와 같이 폭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매일 운동을 하니까 몸이 가벼워지고 근육량이 증가하고 과식을 안 하니까 속이 편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정신이 맑아졌다. 운동을 3시간씩 하니까 시간이 부족할 것 같지만 오히려 나머지 시간에 집중력이 좋아지면서 추진력이 생겼고, 그 추진력을 성과로 나타나서 성취감으로 이어졌다. 자연스럽게 하루를 길게 또 효율적으로 살 수 있게 되었다. 1월 7일 이후에 내가 했던 계획과 성취들을 나열해보자면, 우선 텝스 공부 및 합격, 겨울방학 세계지리 보충수업 및 영상 촬영, 여행 지리 시간 '지리는 썰 풀기' 영상 촬영 및 편집, '2021 도보여행' 영상 편집, '여행이 부르는 노래' 출판 원고 퇴고 작업, '프로젝트 앨범 39' 기획과 섭외 시작, 유튜브 인스타 틱톡 영상 기획 및 촬영, 공동 교육과정 '세계 문제와 미래사회' 수업 준비, 영상 촬영 및 편집, 학교 보충수업 6시간/주 수업, 그리고 학교 수업 17 시수와 학교 업무를 하는 것이다.


몇 개 빠진 것 같기도 한데, 이렇게 쭉 나열해보니까 정말 바쁘게 살았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과연 내가 운동을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저 많은 일들을 모두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보통 사람들이 정말 바쁠 때는 '정신없이 바쁘다'라는 말을 자주 쓴다. 그런데 최근 3개월 간의 나는 정말 많이 바쁜 것 같기는 한데, 정신이 없지는 않다. 하는 일이 정말 많고, 아무리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해도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해서 잠을 3시간 정도만 자야 하는 날이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내가 무엇을 해야 하고 조금 이따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서는 무엇을 하고, 집중력이 좋은 새벽시간에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머릿속으로 그려가면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까 하루가 밀도 있게 꽉 차있는 느낌이다.


2012년 직장에 학습법 컨설팅 사업을 하던 시절, 회사에서 일본 도쿄로 워크숍을 간 적이 있다. 그때 잠깐 개인 자유시간이 생겨서 이이다바시 역 스타벅스에서 오전 시간을 보냈다. 그때 문득 커피를 마시면서 이런 생각을 했었다. '지금 여기 카페에 있는 나는 분명히 여행을 하고 있는데,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 - 카페 직원, 카페 손님, 카페 유리창 밖으로 바쁘게 걸어 다니는 사람들은 모두 나와 같은 공간, 아니면 유리창 사이로만 떨어져 있는 곳에 있는데 이 사람들은 여행이 아니라 일상을 살고 있구나!'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행동을 하는데 나는 여행객이고 이 사람들은 일상을 살고 있다면, 과연 그 차이는 무엇일까? 아마도 지금 이 순간에 대한 마음가짐, 태도가 아닐까?', '만약 평범한 하루하루의 일상을 여행처럼 살 수만 있다면, 그래서 매 순간이 여행처럼 설레고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너무도 기다려지는 그런 순간이 된다면, 그 하루하루가 모여서 이루어지는 삶도 여행 그 자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10년 전의 설레던 그 생각과 느낌이 온전히 전달되고 있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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