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Story! Story!

빅데이터와 알고리즘 홍수 속 이야기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

by 지리는 강선생

Square와 알고리즘


2016년, 여고에 근무할 때 실용음악을 지망하는 학생들이 연습곡으로 자주 불렀던 '백예린의 우주를 건너'라는 노래를 들어본 적이 있다. 그때 나에게 백예린은 K-pop 스타 출신 백아연과 헷갈릴 정도로 그렇게 큰 관심이 많은 가수는 아니었다.


2021년 봄, 춘천의 동네 작은 서점에서 음악에 대한 토크 형식으로 음악 감상회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전문적으로 음악을 배운 적은 없지만 평소 음악을 듣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많았고, 그로 인해 일반인 중에서는 그래도 나름대로 다양한 종류의 음악에 대해 알고 있다고 자부했다. 음악을 좋아하고 관심 많은 사람들끼리 만나서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가벼운 마음으로 춘천 시청 근처 '서툰 책방'에서 주최한 음악 감상회에 참석했다.


그리고 나는 그 자리에서 바로 이곡 Square를 처음 만났다.

Square - 백예린 (출처: 유튜브 cyidra)


4분 남짓하는 라이브 영상 속 초록색 원피스를 입고 등장한 백예린은 너무나도 매혹적이었다. 팟! 파밧! 파열되는 드럼 비트에 가볍게 몸을 돌려 등장하는 도입부터 엇박인 듯 정박인 듯 연주되는 피아노 리듬에 맞춰 흥이 나서 춤추며 노래하는 모습은 마치 팝의 전성기에 수줍게 등장한 신인처럼 영어 가사를 자연스럽게 멈블(mumble) 거렸다. 무엇보다 그녀의 노래가 너무도 좋았다. 그렇게 나는 백예린이라는 가수를 재발견했고, 그렇게 나는 Square란 곡에 흠뻑 빠졌다.


그리고 나는 유튜브 뮤직으로 백예린과 Square를 검색해서 들었다. 그리고 구글의 알고리즘은 나에게 그녀의 노래와 그녀와 관련 있는 노래들을 몽땅 추천해주기 시작했다. 유튜브는 백예린의 곡들 뿐 아니라 내가 예전부터 들어왔던 곡들 중에서 비슷한 장르의 곡들, 그리고 백예린의 노래와 비슷한 장르의 곡들을 연달아 나에게 들려줬다. 단지 백예린의 Square란 곡을 검색해 들었을 뿐인데, 그렇게 나의 플레이 리스트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로 바뀐 것이다!



새로운 이야기와 새로운 생각


그런데 어느 날, 평소처럼 음악을 들으며 길을 걷고 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단 하나의 노래가 알고리즘을 통해 플레이 리스트를 바꿔놓은 것처럼,
단 하나의 이야기가 누군가의 생각을 확 바꿔놓을 수 있지는 않을까?

이 너무도 당연하면서도 새로운 생각은 10여 년 전 교육학에서 배웠던 피아제의 동화와 조절 개념도 떠올렸다. 새로운 개념이 머릿속으로 들어오면 기존에 갖고 있던 개념들로 동화시키거나 새로운 것을 조절하면서 평형화라는 안정 상태로 변화된다는 구성주의 인지발달 이론 말이다.


새로운 개념이 기존의 개념과 이질성이 클수록 인지구조가 조절되는 변화의 정도는 더 커질 것이고, 그로 인한 사고의 흐름과 생각의 변화는 너무도 자명할 것이다. 알랭 드 보통이 '여행의 기술'에서 말한 여행 중 차창 밖으로 빠르게 지나는 풍경이 사고의 흐름을 빠르게 한다는 말의 의미도 다시 한번 생각해 봤다. 즉, 사고의 전환이 이루어지는 이유가 단순히 장면의 빠른 전환뿐만이 아니라 시신경에 전달되는 이미지 정보가 평소에 보지 못하던 새로운 풍경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기존의 것들과 더욱 많이 다른 새로운 것이 머릿속으로 들어온다면 그 변화의 폭과 정도는 더 커질 것이고, 그로 인해 사고의 흐름과 생각의 변화는 자명할 것이다. 마치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에서 여행 중 차창 밖으로 빠르게 지나는 풍경이 사고의 흐름을 빠르게 하는 원리도 단순히 빠르기 때문이 아니라 매번 보던 익숙한 풍경이 아니라 새로운 풍경이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차창 밖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낯선 풍경


라떼와 민트초코


교사, 강사, 교수처럼 말하는 것을 주업으로 하는 직업의 경우 이야기는 더욱 중요해진다. 고등학교 교사의 경우 매년 비슷한 교육과정과 교과서로 수업을 하더라도 실제 수업의 환경은 바뀌기 마련이다. 매번 똑같은 내용으로 수업을 준비하더라도 실제 수업의 형태는 교실마다, 학생마다, 심지어는 계절이나 수업하는 시간에 따라서도 다르게 나타난다.


더군다나 나처럼 수업을 체계적, 구조적으로 준비하는 편이 아니라 큰 줄기만 있고 중간중간 맥락과 사태에 의해 즉흥적으로 수업을 재구조화하는 경우(쉽게 말해 수업이 애드립으로 이루진다는 뜻이다)에는 이야기가 더욱 중요해진다.


다행히도 나는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주로 스스로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데, 소소한 일상에 대한 이야기에서부터 지나간 연애나 애틋한 사랑이야기, 여행을 하면서 버어졌던 다채로운 에피소드들을 수업 중에 풀어놓는 것을 즐겨한다.


지리 과목 특성상 수업 시간에 수학이나 영어과목에 비해서는 조금 더 다양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긴 하다. "나도 여행 참 좋아하는데, 세계지리나 여행지리를 가르치면서 내 여행 이야기를 하면 학생들이 얼마나 좋아할까요?"라고 부러워하시는 영어 선생님이 계시긴 하는데, 반대로 내가 영어를 가르친다고 해서 딱히 여행 이야기를 안 했을 것 같진 않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말하는 사람만 재밌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듣는 사람이 흥미롭고 재미있으면서 들을만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사실 따분하고 재미없고 나와 전혀 관련 없는 이야기는 누구나 듣기 싫어하기 마련이다. 요즘처럼 조금이라도 수상하거나 의심스러운 것은 아주 작은 노력을 들이면 몇 초만에 팩트를 내 눈으로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시대에는 더더욱 스피커(Speaker)의 권위나 지식보다는 매력과 유니크함이 중요하다.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고 사골처럼 우려내서 쉰내 나고 지겨운 '라떼'는 더 이상 사랑받지 못한다. 오히려 혐오의 대상일 뿐이다.


'민트초코'처럼 톡 쏘면서도 상긋한, 달콤하면서도 트렌디한 이야기가 먹힌다. 사전 속 개념과 지식보다는 스토리텔링과 이를 풀어내는 매력적인 플롯이 중요하다. 민초단의 마음을 한 번에 확 사로잡은 민트초코의 맛과 향은 마치 혀에 짜릿한 자극을 줘서 새로운 자극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기제와 같다.

민초단은 아니지만 민트 초코가 어떤 맛인지는 안다 (출처: 배스킨라빈스 민초 봉봉)



도대체 무슨 이야기?!


자, 그렇다면 '새로운 이야기가 새로운 생각을 만들어 낸다'라는 전제가 맞다고 치자. 그럼 도대체 어떤 이야기를 하란 말인가? 또 어떤 이야기가 라떼같지 않고 민트초코 같은 이야기란 말인가? 더 나아가서 과연 너가 말하고 있다는 그 이야기들이 정녕 민트초코의 맛과 로얄젤리의 영양을 듬뿍 담고 있는 그런 이야기라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단 말인가?


사실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나 역시 확실하게 대답을 하지는 못 한다. 공교육에 발을 담그고 있는 입장에서 사교육 시장의 1타 강사처럼 수치상으로 보이는 객관적 자료가 있는 것도 아니고, 학년말 교원평가에서 학생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다고 해도 이를 스스로의 우월성을 증명하는 표식이라기보다는 그저 크리스마스 선물같은 소소한 기쁨으로 여길뿐이다.


다만 적어도 내 수업에 있어서 만큼은 이야기가 있는 수업이 그렇지 않은 수업에 비해 학생들의 평가 혹은 주관적 후기가 좋은 것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다시 말해 개념과 사례의 나열, 그리고 정리와 문제풀이를 하는 나의 수업보다 서사와 스토리텔링, 그리고 질문과 답변으로 재구성되는 또 다른 나의 수업이 탁월하다고 믿는다. 그렇다면 수업 도중 어떤 이야기를 어떠한 상황에서 꺼내 놓는 것이 적절할까?


이런 스토리텔링 형식의 수업을 5년 정도 진행하고 나니까 수업 상황에 적절한 이야기들이 쌓이기 시작했다. 기존의 추억들을 수업 중에 풀어놓기도 했고, 지난 방학에 떠났던 여행 이야기를 털어놓기도 했다. 또한 이런 수업은 도중에 새롭게 탄생하거나 재구성되는 이야기도 함께 쌓여갔다.


그렇게 수업을 하다 보니 내가 적재적소에 맞춰서 이야기를 꺼내놓는 능력을 갖추었다고 착각한 적도 있다. 다만 나는 이야기를 풀어놓고, 그 이야기가 적힌 벽에 하얀 분필로 둥글게 여러 개의 원을 그려 마치 과녁 한가운데 나의 이야기가 절묘하게 들어간 것처럼 꾸며낼 뿐이다. 중요한 것은 과거와 현재 이야기들의 모든 순간에 소소하지만 나름대로의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을 소중하게 기억했다가 풀어내는 것이다.


지금까지 해왔던 이야기들을 떠올려보면 세 가지 정도로 정리해 볼 수 있다.


1. 평소 궁금했던 이야기

2. 당시 관심 있어하는 이야기

3. 인상 깊었던(Critical) 이야기


우선 평소 궁금했던 이야기는 말하는 내가 관심이 있는 주제인데, 이 경우는 청자들이 관심 없어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자의 이야기에 대한 관심이 중요한 이유는 말하는 사람이 관심이 있는 이야기여야지 그만큼 에너지와 열정을 갖고 이야기할 수 있고 그 에너지는 온전히 청자에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말하는 사람의 이야기에 대한 관심은 메시지와 감정 전달의 필수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청자들이 관심 있어하는 이야기, 예를 들어 오징어 게임 BTS와 같은 가장 핫한 최근의 이슈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런 주제로 이야기를 하면 이야기 초반의 make-up 과정을 생략하거나 간소화해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별다른 노력 없이도 주목을 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청자가 관심 있는 이야기보다 내가 관심 있는 이야기 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물론 이 두 가지가 겹치는 주제라면 더 좋겠지만.


듣는 사람들의 성별이나 나이, 직군에 따라 '어떤 소재의 이야기를 할까?'정도의 고민이 여기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만약 비교적 젊은 남초 집단에서 이야기를 한다면 '테슬라 다음 차도 너로 정했다'와 같은 자동차에 대한 이야기나, 'Memoirs Of A Gay'와 같은 조금은 자극적인 주제를 선정할 것이다. 만약 여고나 여대에서 강의를 한다면 'Love story in Italy''꼬부기를 처음 만난 날'과 같은 로코 스타일의 이야기를 선정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살면서 정말 인상 깊어서 잊을 수 없었던 사건이나 인생의 방향을 틀 정도의 결정적인 이야기가 있다. 이는 말하는 사람의 인생 그 자체이기 때문에 스스로가 관심이 없을 수가 없고, 그래서 말을 하면서 화자의 열정과 에너지가 묻어날 수밖에 없다. 또한 살아가면서 겪는 입시, 직업, 연애, 결혼과 같은 결정적인 선택들은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내용들이기에 청자들의 관심도 웬만해서도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 대표적인 이야기는 브런치 글 '할 수 있을 텐데가 아니라 지금 당장!'이나 유튜브 채널에 게시된 '내가 교사가 된 이유'와 같은 사례를 들 수 있다.



공중에 떠다니는 말과 손에 잡히는 글


교사처럼 평소 말을 많이 할 수밖에 없는 직업 군이 아니라면 굳이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설령 교사의 경우도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는 뭔가 아쉬움이 남을 수 있다. 바로 이런 질문이 뒤따라온다.


그렇게 썰 풀어서 뭐 어쩌겠다고?

어쨌든 스스로 관심 있어하는 이야기와 학생들이 관심 있어할 만한 이야기, 그리고 결정적이면서도 흥미로운 이야기를 10년 정도 해왔다. 생각해보면 교사가 되기 전에도 술자리에서, 여행을 하면서, 그곳에서 낯선 사람들과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해온 것은 그보다 훨씬 더 이전부터인 것 같다. 그렇게 이야기를 무수히 많이 늘어놓다 보니 듣는 사람들의 반응과 호응에 의해서 이야기의 조각들은 적절하게 부가되거나 소거되었고, 그럴수록 이야기는 내가 되었고 나는 이야기가 되었다.


어느 순간부터 그렇게 체화된 이야기를 공중에 떠다니는 말이 아닌 손에 잡히는 책의 형태로 구체화시키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는 단순히 결과물을 만들어보고자 하는 욕구일 수도 있고,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마음일 수도 있다. 즉, 주변 사람들, 학생들, 친구들 뿐만이 아니라 조금 더 다양한 사람들에게 내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전혀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도 감화시킬 수 있는지, 한 마디로 나의 이야기가 먹히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이야기를 글로 옮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월간 '새교육'에 '세계로 떠난 지리교사'라는 주제로 틈틈이 그동안의 여행기를 연재했다. 이는 나의 말을 공식적으로 글로 옮길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좋은 기회였다. 내가 쓴 글과 사진이 손에 잡히는 잡지의 형태로 출판되고, 인터넷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매우 신기했다. 하지만 교사를 대상으로 하다 보니 독자층이 한정돼있고, 인터넷을 겸하긴 하였지만 잡지의 구독자 수가 매우 적었다. 또한 어쨌든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잡지의 특성상 표현과 내용은 수위가 어느 정도 있기 마련이었다.


그래서 아예 20대 초반부터 현재까지 해왔던 여행에 대한 기억을 시간순으로 정리하고 이를 장편의 글로 써보기로 했다. 처음부터 보여주기 위한 글이었기 때문에 아예 초고를 블로그에 공개로 썼고, 어느 정도 틀이 잡힌 이후에는 작가 플랫폼 '브런치'에 작가 신청을 한 후, 글을 올리고 30여 편의 에피소드가 쌓인 이후에는 브런치 북으로 엮었다. 책의 이름은 '여행이 부르는 노래'



브런치북 '여행이 부르는 노래' 소개

여행을 하면서 보고, 만나고, 느꼈던 순간들을 떠올려보면 그 속에 항상 음악이 있었고, 노래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목을 '여행이 부르는 노래'로 정했습니다. '여행이 부르는 노래'에는 각각의 여행마다 어울리는 노래가 있습니다. 노래를 들으면서 글을 읽다보면 여행, 그 순간의 분위기를 온전하게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여행이 부르는 노래'에는 여행의 정보나 지식보다는 이야기가 있고, 음악이 있고, 순간순간 느꼈던 생각들, 그리고 로맨스가 있습니다. Let`s play the journey!



평소 해왔던 이야기들이 하얀 모니터에 검은 활자를 채워가며 하나의 글로 완성되어가는 과정이 매우 흥미로웠다. 또한 가끔씩 누군가 글을 읽고 딱 내가 의도했던 대로 공감하는 반응을 볼 때는 전율을 느끼기도 했다. '아 이 맛에 작가 하는구나!' 싶었다. 이렇게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나의 이야기들을 공개된 플랫폼에 정리된 형태로 남기다 보니까 어떤 글은 포털 메인 페이지에 떠서 조회수가 몇 만을 넘기기도 했고, 또 어떤 글은 콘텐츠 제작 의뢰를 받기도 했다. 그리고 이 덕분에 대학교 강의 요청을 받기도 했다.



나만의 Brand로 Blending


그렇게 나의 이야기가 꽤 많은 사람들이 보고 생각보다 많은 관심을 받으며 글을 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이후에는 이것을 조금 더 발전시켜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e북의 형태인 브런치북으로 정리되었기 때문에 오프라인 책으로 출판하고 싶은 욕구는 어느 정도 사라졌다. (그래도 틈틈이 출판사에 제안을 해보고 있긴 하다. 아무래도 자신의 이름이 적힌 손에 잡히는 책을 싫어할 사람은 없으니까.)


이제 글로는 정리를 해봤으니 나의 이야기를 글이 아닌 다른 형태로 나만의 Brand를 달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흥미롭게 전달해주고 싶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지리는 강선생'이다.

금손 나리쌤이 탄생시켜주신 지리는 강선생!


우선 '지리는 강선생' 브랜드를 활용하여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를 새롭게 개편했다. 기존의 여행기뿐만 아니라 다양한 주제로 글을 썼다. 장소성에 대한 주제로 'Memories on the map' 매거진을 만들어봤고, 일상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음악, 여행, 지리에 대한 이야기도 '일상의 지리학'이라는 주제로 엮어봤다.


사실 글과 그림의 시대는 이미 지나간지 오래다. 지금은 영상의 시대. 이제 궁금하면 네이버가 아니라 유튜브에서 검색하는 것이 점점 익숙해져가고 있고, 동네 비디오 가게에서 시작한 ott기업 '넷플릭스'의 주가는 달을 향해 쏘고 있다. 이야기에서 시작되어 글로 정리된 나의 콘텐츠도 이제 유튜브에 업로드하기 시작했다. 물론 '지리는 강선생'이라는 브랜드는 채널 이름이다.


본격적으로 업로드한 콘텐츠는 그동안 말과 글 속에서만 존재하고 있던 도보여행 영상이다. 2012년 여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무작정 떠났던 '춘천→여수 도보여행'의 다이내믹한 스토리가 영상으로 남아있지 않은 것이 썰을 풀 때마다 매번 아쉬웠다. 도보여행을 마친 후에 고성에서 부산까지 가기로 했던 약속도 9년째 못 지키기도 있다는 사실도 항상 아쉬웠다. 약속도 지키고 콘텐츠도 촬영할 겸, 여름방학 당일 고성으로 떠났다. 이번에는 기필코 이 모든 과정을 영상으로 남겨야겠다는 굳은 의지의 표현인 고프로를 들고!


그렇게 폭염을 뚫고 17일 동안 걸어서 고성에서 부산까지 700km를 완주했다. 너무도 행복했던 뜨거운 여름날의 순간들을 조금이나마 효과적이면서도 재미있게 보여주고 싶어서 며칠밤을 새워가며 영상을 편집했다.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한 영상편집 스킬을 얻은 것은 덤이다.


걸으면서 새로운 콘텐츠가 탄생하기도 했다. 그나마 잘하고 좋아하는 '걷기'와 직업적 정체성인 '교사', 그리고 대학 캠퍼스뿐만 아니라 대학교가 있는 도시와 주변에 대해 궁금해할 것 같은 예비 대학생들을 위한 콘텐츠 '걸어서 대학가자' 그 외에도 전기차 콘텐츠 'TESLIFE'에는 테슬라와 아이오닉 5를 몰면서 경험했던 전기차에 대한 소소한 내용을 담고 있다.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서 콘텐츠를 기획하고,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해서 업로드하는 과정은 이야기를 하고 글 쓰는 것과는 또 다른 창조의 느낌이었다. 또한 이러한 일련의 과정 자체가 새로운 이야기가 되었고, 영상을 본 오프라인 및 온라인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펼치는 장이 형성되었다.


결국 '지리는 강선생'이라는 브랜드(Brand) 통해 지금까지의 이야기와 글들을 브랜딩(Blending)해서 새롭게 탄생시켰고, 이를 통해 또 다른 창작물들을 기획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영상 편집, 캘리그래피, 드로임과 같은 새로운 영역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고, 집요하게 몰입할 수 있게 되는 계기도 되었다.



다시, 이야기


이야기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작고 소소한 이야기들은 누군가의 일상을 보여주고, 발랄하고 이색적인 이야기는 또 누군가의 평범한 일상에 활력소를 불어넣어 준다. 가벼운 농담 같은 아이스 브레이킹은 낯선 분위기 가운데 등장하여 그 무게감을 해소시켜준다.


무엇보다 이야기는 사람의 생각을 변화시키는 가능성이 있다. 뇌리 속에 파고든 하나의 새로운 이야기는 마치 잔잔한 유튜브 알고리즘에 영향을 주는 하나의 검색어처럼 한 사람의 생각을 산뜻하게 바꿀 수 있고, 이 작은 변화는 또 다른 획기적인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1998년 초, IMF 위기 극복을 우선 과제로 부여받은 김대중 대통령이 세계 각국의 경제 전문가들을 청와대로 초청했다. 그 자리에서 대통령은 소프트뱅크 창업자 손정의에게 지금 시점에서 대한민국에 가장 필요한 세 가지가 무엇인지 물었고, 재일교포 손정의는 이렇게 답했다.


"Broadband! Broadband! Broadband!"


20세기가 저물고 21세기가 시작되는 거대한 하드웨어의 시대에서 말랑말랑한 소프트웨어의 시대로의 전환되는 시점에 Broadband(초고속 인터넷)의 중요성을 세 번이나 반복해서 말한 그의 혜안이 놀랍기도 하고, 이를 그대로 정책에 옮겨 현재 IT강국 대한민국의 초석을 마련했던 대통령의 추진력이 감탄스럽기도 하다.


그렇다면 다포스 포럼, 4차 산업혁명, AI, 빅데이터와 같은 낯설지만 익숙한 단어들이 마구 쏟아지는 지금 바로 이 시점에 우리 사회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음, 사회란 말이 너무 거창하다면 이러한 대변혁 속 학교 현장에서 수업을 하는 교사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은 무엇일까? 새롭지만 무섭고 그래서 약간은 에일리언 같기도 한 저것들에게 인간이 대체되지 않으려면 과연 어떠한 것들을 갖추어야 한단 말인가?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Story! Story!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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