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교수가 된 지 어느덧 17년째, 동료 교수들과 돌아가며 졸업작품을 맡는다. 이맘때면 반복되는 생각이 있다. 늘 그해가 최악이다. 그해의 친구들이 가장 지도하기 어렵다. 카운트 다운이 시작되면 하루에 한 건씩 사고가 터지는데 해마다 위험 수위가 올라간다. 전시를 제대로 오픈할 수 있을지, 도록은 날짜에 맞춰 나올 수 있을지, 걱정과 우려에 잠을 설친다. 올해도 예외가 아니다. 그런데 막상 전시를 오픈하고 나면 선배들이 해 왔거나 기대했던 수준에 얼추 도달해 있다. 참 신기하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한다.
비결이 뭘까? 선후배, 친구, 동료들과 주고받은 영감 덕분일 것이다. 공통된 문제로 고민하고 갈등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생긴 노하우, 경쟁하고 도우며 쌓인 실력 등이 드러나는 거다. 그 외에도 학교, 학과, 전공의 긍정적이고 활기찬 분위기, 친밀감, 결속력, 신뢰감 등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던 무형의 가치들이 힘을 발휘하는 거라고 믿는다.
디자인대학 수업은 이론수업을 듣고 시험을 쳐서 성적을 받는 과목이나 전공과는 다르다. 처음부터 끝까지 공개적으로 진행된다. 머릿속 아이디어는 스케치가 됐던 모형이 됐든 CG가 됐든 모두의 앞에서 가시화된다. 그래야 지도교수와 대화할 수 있고 동료들과 토론할 수 있다. 펼쳐놓고 비교되기도 하면서 실기실에 뒤섞여 몇 년을 동거 동락하다 보면 함께 성장한다는 것을 제대로 경험한다. 디자인대학 수업의 큰 장점이다.
올해는 그래서 진짜 걱정이다. 영감을 주고받던 선후배 간의 만남이나 함께 해결하고 공유했던 시간들이 사라졌다. 코로나 19로 2년을 서먹하게 보낸 친구들은 아직도 서로 간에 어색한 존칭을 쓴다. 전시 오픈이 다가오자 여기저기서 좌충우돌한다. 오해와 불만은 쌓이기만 할 뿐, 술 한잔 하면서 털거나 풀어버리기도 어렵다.
지도교수로서 한계를 느낀다. 어디에서 얽혔는지, 왜 그런지는 보이는데 간섭하지 않으면서 해결에 도움을 주기가 쉽지 않다. 조금만 다가가면 집착하게 되고 한 걸음 떨어져 보면 속이 부글거린다.
이제 전시 오픈이 코앞이다. 오픈하는 날 알게 될 거다. 결과가 예년에 비해 부족하다면 원인은 분명하다. 사실 교수 입장에서 디자인대학 수업은 코로나 초기를 제외하고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마스크를 벗고 40명이 우글거리는 강의실에서 수업을 할 때나, 코로나 이후 소그룹으로 분산해서 수업을 할 때나 학생 개인과 교수의 만남은 1:1 대면 만남으로 진행됐다. 즉, 지도교수, 학교 시스템, 1:1 수업 방식은 변한 게 없었다.
변한 것은 코로나 19로 사라진 학생들 간의 밀접성이다. 수평적 관계 속 배움이다. 그게 얼마나 중요했는지, 소중했는지, 그동안 어떤 역할을 했는지 올해 졸업전시회가 보여줄 것이다. With 코로나 시대에 학교와 내가 해야 할 노력이 무엇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