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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쿙그민 Nov 27. 2021

제4화 대치동에서 마주친 비뚤어진 마음씨

지난 6년간의 대치동 카페맘 생활 중에서 가장 힘들었던 2년을 보내고 있다. 그동안 그럭저럭 버텨갔다면 코로나로 인한 지난 2년은 최악의 경험을 선사했다. 학교교육, 사교육 가릴 것 없이 모든 사람이 공통적으로 느낀 공포의 시간이었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공간에 아이들과 머물러야 하는 상황에서는 특히 두려움이 컸다. 

감정적인 부분을 넘어 물리적으로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의 제약도 컸다. 아이의 학원이 10시에 끝나는 날이지만 카페 영업은 9시에 종료하게 되는 경우에는 한 아이와 다른 아이를 차에 앉아 기다려야 했고, 카페 업무 시간이라도 카페에 허용되는 좌석이 줄어들면서 머무를 수 있는 장소를 잡는 것부터 힘든 시간들이 이어져갔다. 

이런 이유 때문이었을까...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부정적인 감정이 어느 날 툭 하고 쏟아져 나왔다.

비뚤어진 마음이 질주를 시작했다.




대치동에서는 일상에서 흔치 않은 것들을 마주하게 된다.


1. 접근하기 어려운 비싼 집들 

부동산 전문가는 아니지만 대치동 부동산 시세는 범접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생각된다. 매매는 물론이고 전세도 구하기 어렵고 전세를 운 좋게 구한다고 해도 이사를 자주 하는 것은 어느 정도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다. 그렇기때문에 초등생 자녀를 둔 경우, 아이가 6년 동안 계속 한 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전학을 시켜야 할 수도 있다. 이사한 후에도 멀리서라도 통학시키며 전학 시키지 않고 싶은 마음은 허용되지 않는다. 대치동 인근에 거주지를 마련하고 싶다면 이전에 사는 집 면적의 절반 수준 또는 자가에서 전세로, 전세에서 월세로 변화된 환경에서 생활해야 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대치동으로 이주하는 것에 대해 가족 구성원의 동의를 얻기 어려울 수 있고 사교육을 위해 이사까지 가야 하는지에 대한 확신을 가지기 어려울 수 있다. 현실적인 조건은 충분히 이해하는 부분이었지만 비뚤어진 마음씨는 이미 활기를 띠고 있었다. 주차도 카페 자리도 없는 날이면 원마일 웨어, 가벼운 차림으로 아이를 데려다주는 리얼 대치맘들이 부러웠다. 그 부러움은 어느 날은 자괴감으로, 어느 날은 우울함으로 돌아왔다.


2. 유난히 많은 수입차

대치동 학원가를 지나다 보면 약간 과장된 면이 있을지라도 90% 정도는 수입차로 가득 차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마주하는 B사 자동차가 아닌 자동차 잡지에 나올법한 슈퍼카, 문이 수평이 아닌 수직으로 열려 올라가는 차, 외관의 색이 부분별로 다르게 도색된 최고급 자동차도 종종 발견된다. 솔직히 살면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자동차들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신기하기도 하고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과 만나는 기분이었다. ‘정말 돈 많은 사람들이 저렇게 많은 것일까? 아니면 경제 수준 대비 큰 비용을 자동차에 소비하는 것일까?’ 이런 잡다한 생각들은 종종 내가 알고 있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었음을 깨닫게 했다.


3. 우월한 유전자를 가진 부모들

강남구에 큰 병원들이 있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대치동 일대에는 의사 부모님들이 참 많으시다. 부모님 모두 의사인 경우도 많고 부모님 중 한 분만 의치한 의사 중 한 가지의 직업을 가진 부모님은 매우 흔한 정도이다. 아이들의 교육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모인 지역인 만큼 아이들의 학업 성취도는 이곳의 가장 큰 관심사이다. 학업 성취도에 있어서 아이들의 공부 습관, 태도가 매우 중요하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지능지수이다. 최근에는 다중 지능의 중요성이 강조되기는 하지만, 수학 성적이 중요한 현 입시 상황에서 논리수학 지능의 월등함은 노력만으로는 따라잡기 어려운 유전적 한계를 마주하게 한다. 이러한 현실은 둘 다 문과 출신인 부모로서 표현하기 어려운 미안함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마음을 알아차린다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정이다. 

더구나 무의식 속에 단단하게 굳어있는 콤플렉스(complex)와 마주한다는 것은 그랬다. 분석 심리학자 칼 구스타프 융은 이러한 무의식을 의식화하고 개성화하는 것이 심리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이라 하였고 개인심리학자 아들러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열등감을 극복하고 우월감을 추구하는 것이 삶의 목적이라고도 하였다. 

자극되는 현실을 마주하게 되면 폭발력을 가지는 무의식 속의 시한폭탄과 같은 그 마음을 바라보아야 했다. 이러한 폭탄이 아이들에게 표현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은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 엄마의 삐딱한 마음은 사춘기 아이들에게 폭발의 불씨가 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했다. 더구나 학원가에서 자주 마주하는 입테(입학 테스트), 레테(레벨 테스트) 성적과 함께 융합되어 핵폭탄이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했다. 

내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가?

내 마음이 무엇 때문에 자극되고 있는가?

그저 바라보는 과정에서 시작할 수 있었다.


성공과 실패가 반복되어 종종 조금은 삐딱해지지만, 오늘도 운전대를 잡고 직진해본다.      


사진출처: www.pexel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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