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어렵사리 주차를 마치면 이제 카페맘 라이프를 누릴 차례!
하지만 주차만큼이나 예측하기 쉽지 않은 일이었다.
내 마음에 맞는 장소를 골라 주차를 할 수 없는 것처럼, 아이가 수업을 받는 동안 밖에서 기다릴 장소 역시 마음껏 고를 수 없었다.
주중에는 그래도 6시 이후가 되면 카페 자리가 여유 있는 편이었는데 최근에는 자리가 없는 경우가 잦았고 어제는 결국 아이와 한 블록을 걸어가 간신히 카페에 자리는 잡았다.
주말에는 더욱이 온종일 자리 잡기가 어려워 자칫하면 아이들과 함께 앉아 있을 곳이 없는 상황까지 발생할 수도 있었다. 주말 대치동 카페의 골든 타임은 오전 9시 전후이다. 특히 최근에는 테이블 수가 줄어들면서 자리를 맡는 것이 더욱 어려워졌다. 이미 스벅은 9시가 지나면 자리가 없고 다른 카페들도 오전 9시 10분경에는 소위 말해 명당자리(의자 아래 콘센트가 있는 자리)는 모두 차고 10시가 되면 카페 대부분은 만석을 이룬다.
결국은 내가 머무를 최적의 카페를 찾기 위해 아이의 학원 동선과 주차 장소, 그리고 카페 분위기를 고려하며 재빨리 움직여야 한다. 아무리 돌아다녀도 자리가 없던 어느 날 할 수 없이 크리스피 oo 도넛에 가서 토요일 내내 시간을 보내야 했고, 흘러나오는 달콤한 냄새를 견디지 못하고 박스 채 구매한 도넛을 흡입하고 더부룩한 속으로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종일 옷과 머리카락에 깊숙하게 스며들어 뿜어 나오는 기름 냄새도 함께...
비교적 오랜 시간을 머물러야 하므로 카페맘에게 매장의 크기와 와이파이 상태는 매우 중요했다. 또한 아이들이 중간에 들러 배고프다고 할 수 있으므로 사이드 메뉴로 가볍게 먹을 수 있는 베이커리 메뉴들도 풍성하면 더욱 좋다.
예측할 수 없는 카페 상황은 종종 불안감을 일으켰다. 부정적인 정서는 증폭되어 갔다.
'여기서 이게 모두 무슨 고생이지? '
'엄마 욕심에 누가 시키지도 않은 고생을 모두 함께 하고 있는 건 아닌가?'
카페의 상황은 분명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생각이 불안감까지 없앨 순 없었다.
유일할게 할 수 있는 것은 대응할 수 있는 많은 선택지를 마련하는 것
그렇게 그동안 방문했던 카페들을 바탕으로 카페맘 지도를 일단 완성했다.
자리가 없으면 그다음 카페로 이동하는 것. 그것이 불안을 다루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1. 스벅 대치한티점: 신축 건물 1,2층에 위치하여 매우 쾌적한 매장이다. 1층 천정이 매우 높아 소음이 많은 날에는 좀 크게 울리는 단점이 있기는 하다. 2층 가운데 스벅의 상징인 커다란 나무 테이블이 있다. 주말에 아이와 부모가 함께와 숙제를 하는 모습을 쉽게 만날 수 있다.
2. 공차 한티역점: 카페를 찾아다니다가 자리가 유난히 없는 날 갔던 곳. 밖에서 자리가 보이면 일단 들어가 앉을 수 있도록 내부 모습이 한눈에 보이는 작은 매장이다. 오랜 시간 머무르기는 어렵지만 2시간 내외로 잠깐 있기에는 괜찮은 카페이다.
3. 바나프레소 한티역점: 복층 구조로 비교적 자리를 잡기 어렵지 않아 종종 방문하는 매장이다. 바나프레소의 저렴하고 다양한 메뉴는 아이들이 매우 좋아해서 출출할 때 샌드위치 종류나 마카롱 할인을 하면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적립으로 무료 음료 혜택을 역시 받을 수 있다.
4. 커피빈 한티역디마크빌딩점: 주말 오랜 시간을 보내기에 좋은 장소이다. 매장 크기가 매우 커서 일단 10시 정도까지는 자리를 잡을 수 있다. 원형 테이블과 함께 사각형의 조금 더 큰 테이블이 있는 자리도 함께 배치되어 있고 편안한 소파 자리도 다양하게 있다. 샌드위치류부터 케이크도 다양하고 맛도 만족스러워서 자주 가는 장소이다. 종종 할인된 가격에 기프트카드를 인터넷에서 구매할 수 있고 앱을 통해서 충전금을 사용하면 4만 원 이상 충전 시 무료 음료 쿠폰도 받을 수 있고 퍼플 카드 적립으로 무료 음료 혜택도 받을 수 있다.
5. 스벅 한티역점: 사실 이곳은 주말 9시 이전에 와도 항상 만석인 곳이다. 가끔 운 좋게 일어서는 사람이 있을 때 자리를 잡은 적은 있지만 오랜 시간 머무르기에는 다소 분주한 매장이다.
6. 바나프레소 대치은마점: 다른 지점과 같이 다양한 메뉴가 강점인 매장. 주변에 학원이 유난히 많아 학원 전 후로 한꺼번에 아이들이 몰려 언제나 시끌벅적한 곳이다. 그에 비해 자리 상황은 여유롭지 않은 편이다. 아이들이 항상 많아서 와이파이 끊김이 심해서 인터넷 강의를 듣거나 하는 날에는 방문하기가 좀 어려운 매장이다.
7. 스벅 대치은마사거리점: 자리를 잡기 위해 한 번씩 들어가 보긴 하지만 한반도 착석을 하지 못했던 유일한 매장이다. 매장 크기가 작은 이유도 있지만, 주변 환경 때문인지, 혼자에 와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유난히 많은 매장이다.
8. 투썸플레이스 대치사거리점: 주차가 정말 어려운 날 이면도로에 주차가 가능한 날 방문하게 되는 매장이다. 카페 주문 시 2시간 발레파킹을 3천 원에 이용할 수 있다. 샌드위치 메뉴가 가격에 비해 풍성하지는 않지만 페어링 메뉴 이벤트를 하는 날이면 종종 커피와 조각 케이크를 저렴하게 먹을 수 있어 만족스럽기도 하다.
9. 커피빈 대치사거리점: 대치동 어떤 카페보다도 공부하거나 문서 작업할 때 훌륭한 매장이다. 2층은 올라가는 순간 스터디 카페 분위기로 오히려 대화하는 모임은 부담스러울 수 있는 분위기이다. 2층 볕이 좋은 날 창가 자리에 앉으면 대치동에서도 충분히 힐링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논문 작업을 가장 많이 했던 매장이라 조금 더 특별했던 곳인지도 모르겠다.
10. 스타벅스 대치사거리점: 비교적 작은 규모의 매장이다. 가운데 나무 테이블이 있기는 하지만 좌석이 많지는 않다. 화장실은 매장 밖 건물 공용 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 다른 매장보다는 그래도 종종 자리를 잡을 수 있는 감사한 매장이다.
11. 스벅 대치점: 매장 크기가 매우 큰 건 아니지만 가운데 커다란 나무 테이블이 있어 종종 자리를 잡을 수 있다. 아이들 학원과 거리가 가까워 애용하는 장소이지만 코로나 이후 자리 잡기가 특히 힘들어서 아쉬운 매장이다. 스벅 최대 장점인 화장실 위치 때문에 오랜 시간 머무르기도 좋은 곳이다. 주변 학원에서 모의고사를 시행하는 날에는 입구부터 진입이 불가하거나 학교 내신 기간이 되면 너무 한산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빼놓지 않고 한 번씩 들러 자리가 있는지 확인하게 되는 곳이다.
12. 아티제 대치은마점: 베이커리 카페의 장점으로 무척 자주 방문하는 곳이다. 충전금을 사용하여 주문하는 경우 사이즈업, 샷 추가 등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적립 스탬프 대신 베이커리 구매 금액까지 적립금이 쌓을 수 있고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으며 적립금 금액을 기준으로 회원 등급을 산정한다. 아티지엔 단계에는 생일 축하 쿠폰으로 홀케이크를 보내준다는 점에 매우 감동스러운 곳이다. 건물이 노후하다 보니 화장실 이용이 불편한 점이 있다. 매장에서 냅킨을 준비해 가는 것이 좋고 화장지는 비치되어 있지 않지만 오전 시간에는 위생 상태가 좋은 편이다. 오랜 시간 머무르는 경우 나무 의자의 등받이가 불편하여 경쟁이 치열하긴 하지만 벽 쪽 소파 테이블에 앉는 것이 좋다. 소파 테이블에 앉아 종종 창밖으로 지켜보는 학원가 풍경이 꽤 흥미롭다.
13. 스벅 디지털플라자점: 음료를 주문하면 주차장을 2시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최고의 장점인 매장이다. 디지털플라자 옆쪽에 위치한 매장이라 소음이 많은 편이지만 큰 테이블이 두 군데 비치되어 있어 노트북을 놓고 책을 펼쳐놓은 상태에서 작업하기에 좋은 자리들을 많은 편이다. 하지만 최근 몇 번 방문할 때마다 자리를 잡지 못해서 무척 아쉽다.
14. 자연드림 강남대치점: 자연드림 식품 매장 한편에 있는 카페이다. 자연드림 회원가입이 해당 구 거주민만 가능하여 비회원으로 카페 매장 위주로 이용했던 곳이다. 카페 음료를 마시면 30분은 무료로 앞쪽 주차장을 사용할 수 있다. 학원 마치고 치킨을 저녁 대신 먹고 싶다고 할 때 자연드림 매장 내에서 주문해놓고 찾을 수 있어 편리하고 집에 떨어진 물품을 급히 사기에 편리하다. 카페 음료가 저렴한 편이고 매장 내에서 베이커리류로 출출한 엄마의 배를 채울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15. 스벅 학여울점: 대치동 학원가에서 거리가 있어서 자주 가지는 않지만 최악의 날에는 방문하기도 하는 곳.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많아 학생들이 와서 공부하는 경우가 많고 어머니들 모임도 많은 편. 2층 구조이고 깔끔한 곳이다.
아무리 카페 지도를 머리에 그리고 있어도 그 상황은 알 수가 없다.
미래를 예측할 수 없듯이.
그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알아보겠다고 기울였던 노력들은 매번 성과 없는 결과로 돌아왔었다.
지난 6년간 대치동에서 얻은 것은 입시정보 학원정보가 아니었다.
아이들 없이 혼자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신다는 것은 온전히 나를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취향대로 주문을 할 수 있는 여유 속에서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 처음으로 생각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