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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쿙그민 Oct 20. 2021

제1화 대치동 카페맘 다이어리

‘대치동 학원을 보낼까, 말까’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고 사교육의 필요성을 느낄 즈음에, 아이의 입시가 다가오면서 심화 교육의 필요성을 느낄 즈음에, 아이들 교육에 대해 관심이 많은 어머니들이 흔히 겪게 되는 고민이다. 그동안 내 아이를 살펴보니 뛰어난 면이 많은 아이 같았고 여기서 엄마가 조금만 밀어주면 더 잘 될 것 같은 그 느낌적인 느낌은 대치동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한다.


그렇게 시작한 대치동 라이드 인생, 6년 차에 접어들었다.     

거주 지역이 아닌 곳으로 매일 아이들 학원을 위해 운전하는 것

그것을 호기롭게 시작했다. 




그러나 선배맘들의 조언은 언제나 그렇듯 혹독했다.


“막상 해보면 불가능한 일이다”

“최대 6개월 버티면 잘하는 거다.”

“그냥 동네 학원이 최고다.”

“오며 가며 길바닥에 버리는 시간이 아깝다.”


사실, 많은 어머니들이 라이드를 시작한 지 6개월이 되면 대출을 받아 대치동으로 이사 가거나 동네 학원으로 돌아오는 것이 일반적이니 이러한 조언도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처음 라이드를 시작했을 때 약간의 설렘이 있었다.

아이를 위해 뭔가 큰 일을 한 것 같았고 뿌듯하기도 했다. 더구나 학창 시절의 추억을 방울방울 느끼며 아이들이 학원 간 사이에 혼자 <은마 떡볶이>를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랜드 백화점 시절을 추억하며 롯데백화점 강남점 식품코너를 돌아다니기도 했고, 싱싱한 과일가게가 유난히 많은 길거리 상점에서 장을 보기도 했다. 하지만 한두 달이 지나자 그렇게 특별한 하루하루는 점차 일상이 되어갔고 소모적인 삶이 슬슬 지겨워졌다. 그렇게 선배맘들이 말했던 6개월이 되자 마법처럼 ‘여기서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애들도 힘들고 나도 힘들고... 왜 이렇게 살아야 하지?’라는 의문이 들었다. 


이러한 위기의 시기에 다행히 부부가 교육관이 비슷하고 경제적 사정이 허락한다면 대치동으로 이사는 경우가 많다. 특히 초등 5~6학년이 되면 대치동 일대의 학교들은 전학생들로 과포화 상태가 된다. 하지만 이사를 한다는 것이 라이드를 이어가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경우도 있다. 


그다음 시도해본 것은 정말 말 그대로 <라이드>만 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내려주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가 다시 학원이 끝날 무렵 다시 데리러 가는 것이다. 평소에 20~30분이면 편도로 갈 수 있는 거리가 퇴근 시간이 가까워 오자 1시간 거리가 되어버렸다. 그렇게 왕복을 하던 어느 금요일, 하루 라이드 시간 3시간 30분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왕복 라이드의 막을 내렸다.


조금씩 지쳐가며 6개월을 채우던 그때, 아이러니하게도 아이들은 그곳에 적응해가고 있었다. 오히려 번잡하고 혼잡한 그곳이 좋다고 했다. 이제 대치동을 떠나 다시 돌아올 명분도 잃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대치동 카페맘이었다.

아이들 학원 동선에 따라 주차를 하고 근처 카페에 거점을 두고 두 아이의 시간표에 맞게 걸어서 아이들을 데려다주는 엄마가 되기로 했다.


그렇게 대치동 맘이 아닌 대치동 카페맘 라이프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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