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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쿙그민 Jan 08. 2022

제6화 대치동에 관한 오해와 진실

타인의 시점에서 바라본 그들

대치동

오늘도 그곳을 향해 달린다.

지난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오고 갔지만, 익숙함과 낯선 느낌이 언제나 공존하는 공간이다.

종종 우리가 매체나 사람들을 통해 전해지는 대치동에 관한 이야기에는 실제로 경험하는 것과 일치하는 부분도 있지만 때로는 매우 낯설게 느껴지는 때도 있다. 극단적인 언어로 묘사하는 이곳의 풍경에 공감이 가는 부분도 있지만 그 이면엔 다른 의미들이 숨어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1. 대치동 엄마들은 공부에 미쳐있다.

단어와 문장이 그대로 표현되지 않을지라도 우리는 드라마나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대치동맘 = 교육에 열광하는 맘으로 표현되는 것을 종종 마주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대치동을 바라본다면 어머니들이 아이의 학업성취도에 관심이 높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지역적 특성상 아이의 학업에 관심이 없다면 상상을 초월하는 부동산 시세의 그곳에 버티고 있을 이유가 없을 것이다. 

주변을 살펴보면 직장맘, 전업맘의 차이와 상관없이 자녀의 입시는 바라보는 자세는 다양하다.

“공부는 애가 하는 거지. 엄마가 그걸 어떻게 다 챙기나.” 

“대학 잘 가도 취업 못하는 애들이 저렇게 많은데 대학이 무슨 의미가 있나.” 

“애가 대학을 잘 가면 정말 좋지. 그런데 그 뒷바라지를 엄마가 못해주니... 미안할 뿐이지.”

때로는 이 지옥 같은 입시를 부정하고 싶기도, 회피하고 싶기도, 책임을 누구에겐가 넘기고 싶은 마음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이 자연스러울지 모른다.

하지만 어머니의 직업의 유무와 관계없이 대치동 맘들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것은 대부분 자녀의 입시에 적극적이라는 점이다. 즉, 대학 입시에 관한 부모의 관심과 실질적인 수행력에 있어서 그 편차가 적다는 것이다. 회사 일로 아무리 바빠도 아이의 학원 등록을 위해 회의 시간을 미루고 광클릭으로 아침을 열거나, 주말 아침의 단잠을 포기하고 학원 설명회에 적극적으로 참석하는 부모의 비율이 대한민국 어떤 지역보다 높을 것이다. 


2. 대치동에 들어오면 성적이 오른다.

막상 초등 고학년이 되어 중등을 바라보는 연령이 되어 ‘이제 공부 좀 시작해볼까’ 하는 시기가 되면 이미 대치동 학원에 들어오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 된다. 초등 저학년부터 꾸준히 이어온 선행학습으로 초등 5학년에 이미 고등수학을 끝냈고, 고등 가기 전까지 수 2까지 몇 번은 돌릴 예정이라는 학생도 실제 존재하니, 초등학생이면서 초등과정을 사교육에서 배운다는 학생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당연히 <내 돈 내산> 하겠다고 해도 입테(입학 테스트) 없이 다닐 수 있는 학원은 찾기 어렵고 입테를 통과해도 언제가 될지 모를 대기 과정이 필요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작부터 쉽지 않다. 학원을 옮겨갈 때 "절대, 다음 학원 배정이 완료되기 전까지 이전 학원을 그만둬선 안된다."는 것이 불문율이다.

입테를 잘 마치고 배정을 받아 학원을 다니게 되었다고 해도 안심할 수는 없다. 버티기와 굳히기 단계는 아이 스스로 넘겨야 할 산이기 때문이다. 관리가 된다고 하는 학원들은 매번 테스트가 있고 그 성적은 부모에게 바로 전송된다. 매일매일 이어지는 시험으로 현재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게 된다. 이때 소위 멘탈이 강한 아이들은 버티고 아니면 점점 위축되어가서 스스로 포기하게 되기도 한다. 사실 입테를 보고 레테(레벨 테스트)로 반 배정을 받았기 때문에 그 그룹에서 두각을 나타낼 가능성은 극히 적다. 이러한 현실은 학원가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살벌한 내신 기간에 한 번의 실수로 울고 웃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진정한 고수들은 그 현실을 바라보는 자세에서 차이가 있다. 우리가 주변에서 경험하는 많은 실패와 좌절을 부모가 모두 해결해줄 순 없다. 아이를 대신해서 입테 신청을 하고 학원비를 납부하고 그곳에 태워다 줄 순 있지만, 시험을 대신 봐줄 수도 없고, 그 좌절감을 피할 수 있게 해 줄 수도 없다. 

대치동 학원을 다닌다고 해도 모든 아이들의 성적이 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매일 반복되는 압박과 스트레스 속에서 그 감정을 다루고 조절하며, ‘눈 딱 감고 버티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에너지가 채워질 수도 있다!’라는 자신만의 회복탄력성을 가르쳐줄 수 있다면 평생 경험할 어떠한 가르침보다 더 큰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과정을 대신해주는 것이 아니라 격려와 사랑으로 함께 기댜려주는 부모가 진정한 고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3. 대치동 엄마들은 학원 뺑뺑이를 돌린다.

대학 입시 때문에 아이들은 거의 학대에 가깝게 학원을 돌린다는 예로 종종  대치동 학원가가 배경이 되기도 한다. 대치동 아이들의 학습량은 타 지역 대비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대치동이라는 이 작은 지역에서도 고수맘과 비 고수맘의 차이는 극명하다. 

만일 초 5 아이가 수상, 수하, 수 1까지 선행을 마쳤다고 한다면 이 아이는 과연 영재일까? 대치동 하수 맘들은 아이가 미교(미국 교과서) 몇 수준을 몇 살에 도달하는지, 선행 진도를 어디까지 뺐는지가 가장 중요한 과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정한 고수맘은 아이의 발달과정을 고려한다. 

심리학 분야에서 결정적 시기라는 개념이 있다. 인간이 성장하면서 어떠한 요소를 획득해야 하는 시기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이 개념은 비가역적이라 그 시기가 지나면 획득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즉, 아이의 성장에 있어서 습득해야 하는 요소가 연령에 따른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10세 아이에게 중요한 것은 영재원 입학을 위해 어려운 경시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닐지 모른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논리성, 추상적 사고가 가능한 시기는 피아제의 인지발달이론에 따르면 마지막 단계인 형식적 조작기(12세~)는 되어야 한다. 12세, 13세가 되면 당연히 이해할 수 있는 문제를 ‘내 아이는 특별하고 앞서간다.’는 생각으로 10세부터 강요하지는 않는다. 

대치동 학원을 다니는 아이라면 한 번쯤은 다닌다는 모 학원에서는 입테로 지능검사를 실시한다. 좌뇌형, 우뇌형을 기준으로 세분화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학습을 진행한다는 것이 학원 수업의 취지이다. 물론 종합 지능지수도 제공한다. 같은 검사를 두고 지능지수의 숫자만으로 아이를 속단하여 영재 혹은 평범한 아이로 낙인찍어 바라본다면 그저 쇼핑하듯 학원을 고르고 바꾸는 부모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내 아이의 특성, 기질, 성향을 바탕으로 장점과 단점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아이의 강점이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접근 방식이 이곳 대치동에서도 앞서가는 부모에게 필요한 부분이 될 것이다.      



대학 입시는 지옥이라는 말과 어울린다는 생각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변함없고 미래에도 지속될 것 같다. 2022 교육과정개정안으로 개편되는 많은 제도들, 고교학점제뿐만 다양한 요소들이 입시의 무게를 덜어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학부모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세상을 내 입에 맞게 조리 해먹을 수 없듯, 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살길이라는 보편적 진리를 대치동 아이들은 누구보다도 먼저 알아차리는 듯하다. 

자동차 뒷좌석에 앉아, <엄마 때> 노래를 함께 사랑하고 즐기며 목청껏 따라 부르는 저 아이들은 그 삶의 무게를 배워가고 있을까...

“시간이 약이야, 다 순간이야!” 

이별을 대하는 자세뿐 아니라 덜컥 넘어지는 순간에도 충분히 아파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강한 에너지를 가질 수 있기를 바라며 대치동에서의 일과를 마무리한다.    


사진출처: www.pexel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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