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소소한 반란

에세이 김석용

by 화려한명사김석용

일상의 소소한 반란 / 에세이 김석용

오늘 아침, 내 양말이 또 한 짝을 잃어버렸다. 이게 이번 달에만 세 번째다. 나는 진지하게 내 세탁기가 양말을 간식으로 먹는다는 음모론을 믿기 시작했다. 아니면 우리 집에 양말만 훔쳐가는 아주 작고 패셔너블한 도둑이 있는 걸까?

커피를 마시며 창밖을 바라보니 남양주의 아침이 느릿느릿 시작되고 있었다. 출근 준비를 서두르는 사람들,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는 부모님들, 그리고 나처럼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며 인생의 의미를 찾는 척하는 사람들.

일상이란 참 묘하다. 매일 반복되는 루틴은 지루하다고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 속에서 작은 변화를 발견할 때면 마치 보물을 찾은 듯한 기분이 든다. 오늘 아침엔 평소보다 10분 일찍 일어났는데, 그 10분이 마치 내게 선물한 작은 휴가 같았다. 아무도 나에게 요구하지 않은 10분, 온전히 나만의 시간.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았다. SNS의 끝없는 스크롤 대신, 그저 차가운 바닥에 발을 대고 서서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내 폐가 공기로 가득 차는 느낌, 심장이 뛰는 소리, 창문 너머로 들리는 새소리. 이런 것들이 일상의 작은 기적들이 아닐까.

점심시간, 동료와 나눈 대화 중에 우리는 웃음을 터뜨렸다. 별것 아닌 농담이었는데, 그 순간만큼은 모든 걱정이 사라졌다. 웃음이란 참 신기한 마법이다. 잠시나마 모든 것을 잊게 해주는.

퇴근길에 마주친 노을은 마치 하늘이 오늘 하루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선물 같았다. 붉은색과 주황색이 섞인 하늘을 보며 문득 생각했다. 매일 같은 길을 걷지만, 같은 하늘은 두 번 다시 볼 수 없다는 것을.

집에 돌아와 양말 한 짝을 또 발견하지 못했지만, 웃음이 나왔다. 어쩌면 이 양말들은 나보다 더 큰 모험을 찾아 떠난 것일지도 모른다. 그들의 여정을 응원하기로 했다.

일상은 반복되는 것 같지만, 사실은 매일매일이 새로운 페이지다.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와 같지 않고, 내일의 나는 또 다른 사람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변화의 중심에는 지금 이 순간, 내가 숨 쉬고 있다는 단순하고도 경이로운 사실이 있다.

양말 한 짝을 잃어버리는 소소한 불행 속에서도, 우리는 계속해서 숨을 쉬고, 웃고, 살아간다. 그것이 바로 일상의 마법이 아닐까. 그리고 어쩌면, 그것이 바로 인생의 의미일지도 모른다.

아, 그리고 혹시 양말 한 짝만 있는 분이 계시다면, 제 세탁기에게 물어보세요. 아마 답을 알고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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