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김석용
글 / 김석용
지하철에서 할머니께 자리를 양보하는 젊은이의 모습을 봅니다. 할머니는 고개를 깊숙이 숙여 인사하고, 젊은이는 살짝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 짧은 순간, 두 사람 사이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따뜻함이 흐릅니다. 이런 장면들이 우리 일상 곳곳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위로라는 단어가 때로는 거창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진짜 위로는 아주 작은 몸짓에서 시작됩니다. 비 오는 날 우산을 함께 쓰자며 다가오는 낯선 사람, 무거운 짐을 들고 계단을 오르는 이에게 건네는 손길, 힘든 하루를 보낸 가족에게 따뜻한 차 한 잔을 내미는 마음. 이 모든 것들이 희미하지만 분명한 위로가 됩니다.
중장년의 우리에게 이런 작은 위로들은 더욱 소중합니다. 인생의 무게를 어깨에 지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누군가의 따뜻한 시선 하나, 진심 어린 말 한마디가 하루를 버틸 힘이 되어줍니다.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 없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타인의 존재를 통해 자신을 확인하고, 상대방의 아픔을 통해 내 상처를 들여다봅니다. 친구의 고민을 들어주며 나 자신의 마음도 정리하게 되고, 누군가를 격려하는 과정에서 내게도 용기가 생겨납니다.
카페에서 마주친 낯선 이와 나누는 잠깐의 미소, 엘리베이터에서 먼저 인사하는 이웃의 밝은 얼굴, 마트에서 떨어뜨린 물건을 주워주는 따뜻한 손길. 이런 순간들이 쌓여 우리는 서로에게 희미한 위로가 됩니다.
우리가 건네는 위로가 희미한 이유는 그것이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거창한 선언이나 큰 행동이 아니라, 그저 존재 자체로 상대방에게 안정감을 주는 것.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위로의 모습입니다.
아이가 넘어졌을 때 달려가는 어머니의 마음, 지친 아버지를 위해 어깨를 주무르는 가족의 손길, 오랜 친구와 나누는 무던한 대화. 이 모든 것들이 희미하지만 확실한 위로가 되어 우리 마음 깊숙한 곳을 어루만집니다.
위로받은 마음은 다시 누군가를 위로하게 됩니다. 힘든 시간을 보낸 이가 더 깊은 공감을 할 수 있듯이, 작은 친절을 받은 이는 다른 누군가에게 그 온기를 전하게 됩니다. 이렇게 희미한 위로들이 연결되어 우리 사회 전체에 따뜻한 바람을 불러일으킵니다.
중년의 우리가 가진 삶의 경험과 지혜는 젊은 세대에게 희미한 위로가 됩니다. 동시에 젊은이들의 새로운 에너지와 희망은 우리에게 다시 살아갈 힘을 줍니다. 이처럼 세대를 넘나드는 위로의 순환이 계속되며 우리는 함께 성장해 나갑니다.
희미한 위로의 아름다움은 그것이 강요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진심, 계산되지 않은 순수한 마음이 상대방의 가슴에 조용히 스며듭니다. 이런 위로야말로 가장 강력하고 지속적인 힘을 가집니다.
우리는 누구나 누군가에게 희미한 위로가 될 수 있습니다. 특별한 능력이나 재능이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그저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노력, 함께 있어주려는 마음만 있으면 됩니다. 이것이 우리가 서로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선물입니다.
인생의 후반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런 깨달음은 더욱 값집니다. 남은 시간들을 서로에게 희미하지만 확실한 위로가 되며 살아간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삶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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