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화려한명사김석용 Jul 19. 2024

기억의 속삭임

제 1장: 새로운 시작


제 1장: 새로운 시작 


김 할아버지는 한신 아파트에서 평생을 살아왔다. 그는 아내와 함께 이곳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그들과 함께 웃고 울며 인생의 대부분을 보냈다. 그러나 이제는 그의 아내도, 아이들도 더 이상 그와 함께 있지 않았다. 기억이 희미해져 가는 지금, 그는 낯선 곳으로 옮겨가야 했다. 성곽 요양원은 그에게 새로운 시작이자, 동시에 가장 큰 도전이었다. 


아침 햇살이 아파트 창문을 통해 들어올 때, 김 할아버지는 침대에서 일어나기 위해 힘겹게 몸을 움직였다. 그의 마음은 무겁고 불안했다. 요양원으로 옮겨가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손에는 오랜 세월 동안 함께 해온 작은 짐가방이 들려 있었다. 짐 속에는 몇 가지 옷과 사진 몇 장, 그리고 평생 동안 간직해온 몇 가지 소중한 물건들이 담겨 있었다. 


“할아버지, 준비되셨어요?” 한신 아파트 관리인이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차가 곧 도착할 거예요.” 


김 할아버지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었다. 그의 눈에는 여전히 걱정과 불안이 가득했다. 그는 관리인의 도움을 받아 짐을 챙기고 아파트를 나섰다. 아파트 밖에는 요양원으로 향하는 작은 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는 작고 낡았지만, 성곽 요양원으로 가는 길을 안내해 줄 유일한 수단이었다. 


버스에 오르자마자 김 할아버지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익숙한 거리와 건물들이 서서히 멀어져 갔다. 그의 마음 속에는 수많은 기억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아내와의 행복했던 순간들, 아이들과의 추억들이 모두 그리웠다. 그러나 이제는 모든 것이 달라졌다. 그는 기억을 잃어가고 있었고, 이곳을 떠나야만 했다. 


버스가 성곽 요양원에 도착했을 때, 김 할아버지는 새로운 환경에 대한 불안과 기대감이 뒤섞인 감정을 느꼈다. 요양원의 대문은 크고 웅장했으며, 그 너머로는 넓은 정원과 고풍스러운 건물이 보였다. 그는 천천히 버스에서 내려 요양원으로 향했다. 요양보호사들이 그를 맞이하기 위해 나와 있었다. 


“김 할아버지, 어서 오세요. 여기가 앞으로 지내실 성곽 요양원입니다.” 한 요양보호사가 밝게 인사하며 말했다. 그녀의 이름은 정미영이었다. 미영은 따뜻한 미소와 함께 할아버지의 손을 잡았다. 그녀는 할아버지에게 친절하게 요양원의 여러 시설과 방들을 안내했다. 


김 할아버지는 요양원의 각 방과 복도를 지나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애썼다. 그의 마음 속에는 여전히 불안감이 가득했지만, 요양보호사들의 따뜻한 환대가 조금씩 그의 마음을 안정시켰다. 요양원의 방들은 깨끗하고 아늑했으며, 곳곳에는 밝은 색상의 그림과 꽃들이 장식되어 있었다. 


“여기가 할아버지의 방이에요.” 미영은 할아버지를 작은 방으로 안내하며 말했다. 방에는 푹신한 침대와 작은 책상, 그리고 창문이 있었다. 창문 너머로는 정원이 보였고, 그곳에는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 있었다. 김 할아버지는 천천히 방 안을 둘러보았다. 그의 마음 속에는 여전히 혼란스러움이 있었지만, 이곳에서 새로운 시작을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필요한 게 있으시면 언제든지 말씀하세요.” 미영은 할아버지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희는 언제나 할아버지를 돕기 위해 여기 있습니다." 


김 할아버지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미영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작은 가방을 풀고, 가지고 온 몇 가지 물건들을 방 안에 정리하기 시작했다. 사진들은 작은 책상 위에 올려놓았고, 몇 가지 소중한 물건들은 침대 옆 서랍에 넣었다. 그의 손에는 아내와 함께 찍은 사진이 있었다. 그는 그 사진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날 저녁, 요양원 식당에서는 저녁 식사가 준비되었다. 김 할아버지는 천천히 식당으로 걸어갔다. 식당 안에는 다른 거주자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 중 몇몇은 김 할아버지에게 친절하게 인사를 건넸다. 그는 처음 보는 얼굴들이었지만, 그들의 따뜻한 환영에 조금씩 마음이 풀렸다. 


“안녕하세요, 김 할아버지. 저는 박 할머니에요. 여기 오신 걸 환영해요.” 한 할머니가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김 할아버지의 손을 잡았다. 김 할아버지는 그녀의 손을 꼭 잡으며, 처음으로 요양원에서의 생활에 조금씩 적응해 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날 밤, 김 할아버지는 침대에 누워 요양원의 창문 너머로 보이는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는 새로운 시작에 대한 불안감과 동시에 희미한 희망을 느꼈다. 이곳에서의 삶은 분명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새로운 친구들과 함께, 그리고 요양보호사들의 따뜻한 보살핌 속에서 다시 한 번 살아갈 용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었다. 


요양원에서의 첫날이 지나가고 있었다. 김 할아버지는 잠들기 전, 아내의 사진을 한 번 더 바라보며 속삭였다. “잘 지내고 있어, 나도 여기서 잘 해볼게.” 그의 목소리는 낮고 떨렸지만, 그 속에는 새로운 시작에 대한 결심이 담겨 있었다. 성곽 요양원에서의 삶이 이제 막 시작되고 있었다. 

작가의 이전글 기억의 속삭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