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운명을 사랑하는가?
니체는 자서전에 해당하는 책의 목차를 왜 이렇게 잡았을까? 그가 잘난 체의 끝판왕이라서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이 목차를 보면 <변론>에 나오는 소크라테스가 생각난다. 입만 열면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소크라테스의 모습과 이 목차가 오버랩된다.
책 제목인 <에케 호모>는 예수가 스스로 고난에 빠지려 할 때 로마 총독 본시오 빌라도가 예수를 지칭한 말이다. 예수는 총독 앞에서 당당하게 맞선다. 그러나. 결국 그는 동족의 율법에 의해 십자가에 매달린다.
니체는 그가 본받고자 한 예수와 소크라테스처럼 자신에 대한 거부감을 갖게 만들어 우리에게 무언가를 얘기하고자 하였다. 아마도 그것은 니체가 자신의 글보다는 자신의 사고에, 니체 자신의 사고보다는 독자 자신의 사고에 주목하게 만드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위대한 학자가 될 수 있다고 믿어주시는 선생님이 계시기에, 고된 일을 하루 종일 하고 나서도 공부할 힘이 생긴다... 난 왜 이렇게 나의 운명을 사랑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