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중년남의 오징어 탈출 공략집 1 (프롤로그)
이 답 없는 드러운 기분에서 탈출하기 위한 아재 몸부림기
내 나이 46세.
제목은 40대 중년 남이라고는 했지만 사실 나는 40대 중년이라고 표현한 것조차 약간 미안해지는 50에 가까운 빼박 중년 오브 중년, 고길동의 고향 쌍문동에 사는 아저씨 회사원이다.
이 나이쯤 되면 사람들은 우리 즈음의 아저씨들을 거의 드라이한 사회생활 달관의 마스터, 혹은 시니컬하고 덤덤하게 세상을 바라보며 더 이상 샤방샤방한 뭘 바라지도 기대하지도 않는 늙수그레한 한 풀 바람 빠진 너구리 맨 정도로 바라보지 않을까 싶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나는 적극 공감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최근 이전까지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당혹스러울 만큼의 감정적인 압도를 당하곤 했다.
평소에는 그냥저냥 지내다가 어느 날 쑴풍하고 다가오는 당혹스러울 만큼 가공할 폭풍 같은 외로움, 폭풍 같은 고독, 폭풍 같은 공허감.
원래 제2의 사춘기라는 게 있는지도 몰랐었지만 (호르몬적으로 진짜 그런 게 있다고는 한다. 하지만 호르몬이라고 하기에는 좀 더 복합적인 원인들이 있는 듯하다.)
문득 지금 나는 그 폭풍 같은 제2의 사춘기를 겪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는 아무리 깊은 심연 속에서도 더 나은 미래가 올 것이라는 끄떡 심의 희망을 비장의 카드로 꽉 움켜쥔 채로, 대바라진 자신감 속에서 기꺼이 고개를 빳빳이 쳐들었다면,
지금의 나는 여태껏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차원이 다른 육중한 무게의 거대한 무언가에 눌려있는데 사방에 그 출구는 보이지가 않는 망연자실 함을 느낀다고나 할까..?
그런 날들 속에 조금씩 조금씩 잠식되어 가는 걸 느끼자, 나는 퍼뜩 정신을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다시 바닥의 초심자로 돌아가 무슨 짓을 하든 이 더러운 기분을 탈출하기로 결심했다.
이 망연자실한 아련한 상실감에서 오는 이 드러운 기분을,
이제는 굳은 각오를 하고 타파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기로 했다.
그것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더 이상 그건 중요한 게 아닌 것 같다.
남은 삶을 이런 찝찝한 기분으로 똑같이 그렇게 채운체 그저 그렇게 매가리 없이 끝낼 순 없다.
오늘부터 나는 스스로를 위한 잔다르크가 되어 되든 안되든 더 나은 나의 행복감을 위해 끝까지 질척대면서 투쟁하기로 했다.
지금부터 나의 일상 속 액티비티 시도들과 도전들, 그리고 그 안에서의 좌절과 희망의 느낌들을 실시간으로 기록해볼까 한다.
그전에 한 가지 독자님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다.
우리가 책이나 다른 사람의 글을 읽는 것은 지식의 습득, 정서적 위안, 조언의 바람, 자기 계발 등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누군가가 우리가 책을 읽으면서 가장 궁극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영감'이라고 한 말이 기억난다.
솔직히 나는 나의 분투기가 님들에게 그런 영감까지 줄 수 있을지 어떨지는 자신이 없다.
나조차도 이게 어떤 결말로 될지 모르기 때문에 조언이라고 해주기도 뭐 하고 성공담이나 위로를 해주기도 애매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염치없지만.. 독자분들로부터 내가 영감을 좀 얻었으면 한다.
같은 40대 아저씨 친구로서, 아니면 고군분투하는 아버지를 바라보는 마음으로서, 혹은 나보다도 인생의 선배로서 님들이 해주고 싶은 말들을 내게 좀 해주었으면 한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m(_ _)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