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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멀끔 Jul 23. 2024

힘들지. 소주 한잔 같이 하자. (외로움 편)

외롭다고?

어 반갑다.


잘 지냈지?


아 외롭다고 ㅋㅋㅋ


외로움이야 말로 이 세상 모든 인간들에게 베스트 스테디 빌런이 아닌가 싶다.


아 물론 다른 사람들이야 뭐 어떻든 네가 제일 생생하게 너만의 그 외로움을 발가락 끝부터 가슴 저 안에 심장 깊숙한 곳에까지 생생하게 느낄 텐데 그딴 건 위로 같은 게 안 되겠지. 나도 그랬으니까. ㅋㅋ


어쨌든

그렇다고 해서 그냥 그렇게 꾸역꾸역 감정을 다스리려고 하면서 참기만 하기에는 미쳐버릴 것 같잖아.

혼자 멘털로 승리할 거 같았으면 벌써 멀끔해졌겠지.


그게 글케 쉬운 거면 왜 온 세상 사람들이 외롭다고 그 난리들이겠냐. 특히나 우리 같은 오갈 데 없는 마흔 줄 아저씨들은 더 하지.


가뜩이나 온갖 족쇄들은 주렁주렁 매달려 뭘 하지도 꿈꾸지도 못하게 하는데 그 와중에 티도 내지 말고 꾸역꾸역 입도 뻥끗 말고 그냥 알아서 혼자 걸어가라니니 숨이 막히지.


어쩌다 티 좀 내면 무슨 인생 패배자, 기괴한 유리 멘탈이라고, 본인들은 안 그런 척하면서 사방에서 십중포화를 쏘아대기 마련이지 ㅎㅎㅎ


나도 그런 경험이 있지.

내가 또 이리저리 방법을 궁리하면서 이것저것 해봤지.


뭐 지금도 완전히 자유로운 건 아니지만..

그나마 그래서 지금은 그 바닥에서는 아주 조금은 발을 떼고 있는 느낌?이니 한번 참고해 바.


나?

ㅋㅋㅋ 나도 쪽팔려서 너한테도 디테일한 얘기는 못하겠다만 한창때 나도 아주 쌩쇼를 하면서 별 몸부림을 다 쳐봤지. 그 현란한 방황 속에서 몇 개 건진 엑기스만 너한테 말해줄게.


뭐... 너한테 맞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함 들어나봐라.


일단 내가 나중에 하다 하다가 이 징한 외로움이란 놈의 근원은 무엇인지, 어디서 이렇게 화수분처럼 꾸역꾸역 솟아나와 나를 이렇게 짜증 나고 시들게 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봤지.


뭐.. 정서 교류할 사람이 없어서? 자존감이 떨어져서? 물론 순간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다만 아주 더 원초적으로 생각해 보면 말이야...


외로움이란 거 그냥 결국 심심한 거야.


아 물론 니가 아무것도 안해서 심심하다는게 아니라 지금 악착같이 하는게 이 순간은 그걸 열심히 해도 즐겁지 않고 결국 심심하다는거야


어쨋든,

무슨 불 꺼놓은 지하 4층에 혼자 갇혀 있는 그런 고어한 시츄에이션은 아니지 ㅋㅋ


우리가 그냥 가만히 있는 것조차도 힘들 정도로 정점의 외로움을 느끼는 순간이 언제냐.

회사에서 일 때문에 사람들이랑 싸울 때? 가족들이 다 자기들 바쁘다고 누구 하나 따뜻한 말 한마디 안 건네줄 때?


어떻게 보면 약간 그건 외로움이라기보다는 불쾌함의 영역이긴 한데,


어쨌든 그런 것들이 쌓여 우리 외로움씨가 정점을 찍을 때는 어설프게 누워 잠을 청하는데 온갖 생각들이 점점점 머리를 어지럽히고 가슴을 압도하면서 숨 막히게 할 때 아닌가 싶다. 당장 뭘 하고 싶어 근질근질한데 사지를 묶어놓은 것 같은 갑갑함이 들 때.


물론 우리는 짱구가 아니지.

 

그럴 때일수록 누군가에게 기대려 하지 말고 홀로 기꺼이 고독을 즐겨야 완전한 안정을 찾을 수 있고, 그래야 타인들과의 교감도 오롯한 나로서 더 잘할 수 있다는 국룰을 이미 우리는 짬밥의 지성인으로서 알고 있지.


어떤 날은

그러기가 오지게 힘들어서 그렇지


그런 날이면 넌 뭐 하냐?


빡세게 운동을 한다. 그래 좋은 방법이긴 하지.

근데 내가 해보니까 한계가 있더라. 외로움이 극할 때는 운동하면서도 외로워.

그게 생각보다는 멀끔히 해결을 해주지는 않더라.


잠시 마취 정도를 해줄 수 있지만..


공부를 한다. 책을 읽는다. 음.. 다 좋다 이거야.


근데 내가 내린 결론은.

그 와중에서도 아득바득 우리는 뭔가 건설적인 목표를 세우고, 더 나은 고상한 나를 위해 의미 있는 시간을 쟁취해 내기 위해 또 다른 채찍질로 수양을 하면서 이 날뛰는 외로움을 찍어 누르려고 한다는 거야.


근데 솔직히 그럴 때일수록 아무 죄책감 없이 그냥 그때 그때 하고 싶은 거 하는 게 최고더라.


아 물론 건설적인 루틴 좋지. 중장기적으로는 정말 왔다지.


근데 이건 지금 사람이 다 죽어나가게 생겼는데 거기다 또 억지로 뭔가를 꾸역꾸역 얹으려고 하면 결국 텐션만 다를 뿐 또 다른 외로움만 오더라.    

 

그냥 오늘 하루는, 아니 내 이 기분이 풀릴 때까지는 내가 하고 싶은 거 홀가분하게 하면서, 먹고 싶은 거 먹으면서 보내는 게 나는 최고의 치유제였지.


지금 이런 게 내 인생의 무슨 의미냐 이런 거 생각하지 말고 아무리 짜치고 하찮은 거라도 홀가분하게 내 본능이 자유롭게 하고 싶은 거 하고 대충 살아보는 거야. ㅋㅋㅋ


충실한 하루는 빡세서 보람찬 한가지 모습만 가지고 있는게 아니야. 그렇게 홀홀 맘대로 시간을 음미하는 것도 겁나 충만하고 훌륭한 알찬 하루라는 걸 느낄거다.


뭐 한 며칠 운동 안 가고, 뭘 숙제처럼 하려고 붙잡고 있지말고 대충 그때그때 맘대로 홀홀홀 그렇게 지내다가 밥 먹고 싶은 시간에 먹고 싶은 거 먹고 하루를 그렇게 보내도 돼.


인생 망가까 봐 너무 조바심 안내도 돼. 아니, 좀 편하게 대충 보냈다고 인생 망가지지도 않고 이럴 때일수록 필연적으로 그저 루틴만 악착 같이 챙겨서는 안 돼.


진심으로 아무렇게나 쓸데없는 거라도 니가 보내고 싶은 대로 홀가분하게 자유로이 니 본능이 해달라는 것도 좀 충족을 시켜줘야 루틴도 유지할 수 있는 거지.        


아 술? ㅋㅋㅋ 아 술은 그런 때일수록 반드시 몇 곱절로 더 한 고통의 빠따로 돌아오는 건 우리 이미 숱한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으니 패스하자. 그럴 때일수록 술은 강려크한 카운터 펀치를 먹이기 때문에 혹 떼려다가 혹 더 붙이는 꼴이라 그게 무서워서라도 그쪽으로 가면 절대 안 돼. 딴 건 몰겠지만 이거 하나만 거르자.


내 말은..

아 그냥 다 됐으니까 던져버리고,

홀가분하게 시간을 자유로이 즐겁게 유유자적 거닐어 보라는 거야. 마음 가는 대로. 꼭 거창하고 의미 있지 않아도 되니까.


그게 뭐든 내가 진심으로 그 순간 편한 마음으로 시간에 둥둥 떠다니며 유유자적 할 수 있는 걸 자유롭게 하는 거야.


그게 뭔지 모르겠다면.. 그냥 그나마 그 순간에 딱 눈에 보이는 걸 툭 한번 해바. 망해도, 짜쳐도, 이게 내 인생에 무슨 의미가 있냐 하는 것도 좋으니까 작은 거라도 지금 당장 별 부담 없이 작게라도 내 맘이 땡기는 것.


이 세상이 사람들 사이 한구석에 너도 박혀 있는 풍경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그냥 모든걸 홀가분하게 내려놓고 그 풍경 속에서 니가 걷고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해 바 ㅋㅋㅋ  


마지막으로 이도 저도 당장 안 되면 특효약이 있다.


딴 거 다 생각하지 말고,

오늘부터 나의 인생 목표는


3끼 다 챙겨 먹고,

금주하고,

7시간 푹 잔다.


일단 이것만 해 ㅋㅋ.

딴 건 시부레 난 모르겠고, 그냥 난 이것만 한다. 일케 생각하고 해바


생각보다 어려울 껄 ㅋㅋ

근데 효과는 확실히 있다.


일단 삶의 기본부터 해놓면 나머지는 의외로 다 해결 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니까 의식주가 삶의 디폴트 아니냐.   


그려,

암튼 너무 복잡하게 고어하게 생각할 거 없어.


외로움은 뭐다? 그냥 심심한 거야.

잘먹고 잘자는거, 살면서 이런 기본적인 거부터 충실히 하고, 그냥 추가로 그 심심함만 좀 생각해서 때우면 되는 거야.


어차피 답도 없는 노무 거 거창한 솔루션 생각하지 말고, 일단은 내가 말한 것만 해바.


직빵으로 탈출한다.


그려, 오늘도 잘 먹었다.


오늘은 내가 솔루션을 줬으니 니가 내라.


오오케이 바이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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