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설거지

by MANA

달그락 달그락 부딪히는 그릇 소리들에

지나갔던 하루의 일과들이 놀아난다.


출근하랴, 애들 밥 챙기랴, 나 씻으랴, 머리 묶이랴,

사무실에서는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이리 와라 저리 가라.

퇴근쯤에 걸려오는 공주님 왕자님의 엄마 앓이.

바쁘다고 알겠다고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자고 다독이며,

어찌어찌 집으로 돌아와 잦아든 나의 하루.


등 뒤로 들리는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나의 생각을 붙잡는다.

뭐가 그리 재밌고 신이 나는지

웃음소리인지, 숨 넘어가는 소리인지 슬쩍 뒤돌아보면

아빠를 놀잇감 삼아 흥이 잔뜩 올라와 있다.

콧김까지 내뿜으며 약을 올리는 모습이 참 못생겼다.


물방울들이 그릇을 타고 몽글몽글한 거품을 흘러내려 보내 듯

하루 동안 나의 긴장감도 아이들의 행복에 흘러내려 무장 해제된다.

녹록했던 하루에 녹아들어 매일을 지나오는 나의 하루는

그날의 설거지로 하여금 말끔히 내일을 준비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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