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나는?

by 석도쿠

그래서 나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어떤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요새 많이 드는 생각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뿐만 아니라 생활 속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때 혼자서 마지막에 되뇌이는 질문이다. 단순히 토론으로 끝내는 게 아니라, 그래서 나는 지금 당장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된다. 항상 행동력은 갑이라는 소리를 들었는데 스스로 저런 생각을 하는 것이 행동 유발 요인인 것 같다.


무언가를 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면 일단 뛰어들고 본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생각을 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습관은 어렸을 적부터 그랬다. 나는 학창시절 농구를 매우 좋아했다. 만약 다른 반과 시합을 해서 지게 되면 너무 분한 나머지 야자가 끝나고 혼자 공원에 가서 3시간 동안 슛 연습하고 오기도 했다. 그 정도로 농구에 대한 열정이 강했다. 농구를 좋아하게 된 이유는 우연히 TV를 통해 본 만화 슬램덩크 때문이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슬램덩크를 보고 너무 가슴이 뛰었다. 코트를 멋지게 누비던 강백호와 서태웅이 한 아이의 가슴에 불을 질러놓았다. 심장이 쿵쾅거리는데 당장 몸이 버티질 못할 것 같았다. 그 자리에서 엄마에게 용돈을 받아 바로 농구공을 사러 갔다. 그리고 그날 밤새도록 연습을 했던 기억이 난다.


이제는 생각이 바로 행동으로 옮겨지기보다는 행동을 망라한 모든 해결책을 모색하는 쪽으로 변화하는 것 같다. 가끔 주변 사람들로부터 로봇 같다는 얘기를 들을 때가 있는데 이런 경우 때문에 그렇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후배가 큰 실수를 하는 바람에 업무에 큰 차질이 빚어졌다. 그럴 경우, 보통 화를 내거나 격한 감정 표현을 하기 마련인데 나는 조용히 생각한다. 이미 벌어진 일은 어쩔 수 없고, 지금 내가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떠올린다. 화를 내봤자 결코 해결될 문제는 아니므로 일단 문제 해결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이다. 그런 나의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신기해 하지만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사실 당연한 행동인 것이다. 오히려 나는 그 상황에서 잘잘못을 따지고 화를 내는 게 더 이상해 보인다.


사실 인간이 감정대로만 행동하는 게 동물 같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라고 표현한 것처럼 인간이라면 고민하고 인내하고 생각하는 과정을 끊임없이 거쳐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완벽하지는 않지만 더 좋은 대답을 내놓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상황을 분석하고 이에 맞는 이성적인 판단은 언제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아무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평소에 단련이 되지 않으면 어렵다. 분명 세월, 부, 역량, 배경에 상관 없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단연코 아니다. 물론 나도 매우 너무 아주 엄청 부족하다.


은근히 별 것 아닌 상황에서 순간 감정이 치솟아 오르는 것을 느낀다. 한 때 그 감정을 참지 못하고 토해낸 적도 있었다. 지금은 차분하다는 소리를 듣지만, 한창 운동을 열심히 했던 10대에는 다혈질 소리를 듣기도 했다. 언제부턴가 달라지려고 했다. 책을 많이 읽게 되고, 강연을 많이 찾게 되고, 사람을 많이 만나 대화를 나누다 보니 감정을 자제하는 것이 사회를 살아가는 처세 중 하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아직도 가끔 감정을 주체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로봇이 아닌 이상, 언제나 이성을 유지하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을가. 그러나 그럴 때 함부로 감정을 토해내고 싶지 않아 말을 줄이고 장소를 피한 뒤, 냉철하게 생각하기 위해 잠시 상황을 잊는다. 글을 쓰거나 산책을 하거나 코인 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한 곡 부르고 오거나 오락실 가서 좀비게임을 하고 온다. 상황을 잊었다가 다시금 생각하는 것은 꽤나 많은 도움이 된다. 처음부터 다시 생각할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맨 처음으로 돌아가서 스스로 하는 그 질문은 나름 이성의 정수를 짜낸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상황을 철저하게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창의성을 발휘해야 할 때는 유용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일반 업무와 생활 속에서는 매우 유용하다. 이렇게 생각하니 감정적인 소모를 덜하게 되고 이로 인해 죄 없는 누군가에게 짜증이나 화를 내는 일이 거의 없다. 이왕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도 보탬이 되고 싶은 만큼, 사람들과의 다양한 주제로 논의 끝에 이 질문을 항상 내게 물을 것이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실마리를 찾든 해결하든 실질적인 변화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래서 나는 지금을 무엇을 해야 하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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