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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도쿠 Feb 22. 2020

그대는 별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떠들썩한 자리였다. 그곳에서 이질적인 웃음소리가 들렸다. 갑자기 들리는 우렁찬 웃음소리. 내 시선은 자연스레 그쪽으로 기울었다. 이렇게 크게 웃는 사람이 누구일까. 시선의 끝에는 누구보다 입을 크게 벌리고 웃는 그녀가 있었다.


우리가 흔히 쓰는 표현 중에 '찔려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사람'이 있다. 그러나 그녀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마치 '찔려도 웃음이 터져 나올 것 같은 사람'이었다. 정말 웃음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녀 앞이라면 누구든 개그맨이 될 수 있었고, 말이 없던 사람도 만담꾼으로 변모할 수 있었다. 별 것 아닌 농담에도 그녀는 까르르 웃었다. 말하고픈 본능을 이끌어내는 마성의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빛과 소리 중 무엇이 빠르냐고 묻는다면 모두들 당연히 빛이라고 할 것이다. 물리학적으로 빛보다 빠른 것이 없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니까. 그러나 내 마음에 빠르게 닿은 것은 소리였다. 그녀의 웃음소리는 빛보다 빨랐다. 처음 그 자리에서 웃음소리를 듣고 시선이 기울었을 때 이미 내 마음도 같이 기울어졌을지도 모른다. 그녀가 좋았다. 함께 있는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사람이었다.


그녀를 보고 처음 별을 떠올렸다. 옛사람들은 왜 사람이 죽으면 별이 된다고 했을까. 사랑을 하면 그 답을 알게 된다. 그녀는 무엇보다 빛나고 있었다. 이런 사람은 '정말 별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함께 있는 시간이 좋았다. 웃음 가득한 그 시간이 좋았다. 그러나 별이 생성과 소멸의 과정을 거치듯이, 사랑도 만남과 이별의 과정이 있다. 다만 별은 생성과 소멸의 시간이 수 억년이 걸린다면, 우리의 시간은 1년이 걸렸을 뿐이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마치 자연의 순리처럼, 남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이유로 이별했다. 다만, 그때의 경험으로 빛보다 빠른 소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물리학이 지배하는 세상이 은유로 가득할 수도 있다는 경험을 했다. 다시 한번 말하건대 그 시절 그녀를 보고 처음 별을 떠올렸다. 내게 있어, 그대는 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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