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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도쿠 Jul 16. 2020

내려놓음이란

내려놓는다는 것은 언제나 어렵다. 이미 많은 것을 내려놓았다고 생각했지만, 아직도 내려놓은 것이 잔뜩 남았다. '내려놓음'이란 말은 여기저기서 참 많이 들었다. 그런 제목을 가진 책도 수두룩하게 보았다. 그러나 잘 와 닿지도 않을뿐더러 내려놓는다고 하더라고 결국 아무것도 내려놓지 못한 나 자신을 발견한다.


진정 내려놓는 일은 나 하나로 그치지 않는다. 나와 관계된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하는 법이다. 내 마음속 자리 잡은 욕심뿐만 아니라 나를 향한 기대와 우려 그 모든 것에서 벗어나는 경지에 이르러야 비로소 내려놓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내려놓는 순간, 나는 나로서 또 다른 자유를 얻을 것이다. 자유롭게 세계를 유랑하고 탐험할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시기가 아니다. 내려놓는 일에 시간의 잣대를 갖다대는 행위는 아직 내려놓을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것을 뜻한다. 내려놓았을 때 자유할 것을 알면서도 두려움이 앞선다. 외부로부터 당장 찾아오는 두려움이 아닌, 마음속 은밀하게 잡은 두려움이다. 두려움의 정체를 알고 있다. 그것은 불안이다. 관계를 통해 안정을 느끼는 사회적 동물로서의 인간은 언제나 사랑 받음으로써 공동체 안에서의 위치를 확인하고자 한다.


사랑받는 존재는 오래 생존할 것이라는 속성이 유전자에 내포되어 있는 것일까.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사랑받기를 포기하지 않으니 함부로 내려놓을 수 없다. 내려놓는다는 것은 연약한 나를 온전히 드러내는 것이다. 연약한 나는 금방이라도 휘청거릴 것처럼 위태하지만 오히려 휘청일 때 그 어떤 강풍에도 부러지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문장이 문장을 부른다. 무엇을 내려놓아야 할지, 어떻게 내려놓지 못했는지, 내려놓는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도 모르지만 흘러가는 대로 글이 써지도록 마음을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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