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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도쿠 Jul 20. 2020

그냥 대화에 대한 단상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대화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대화 없이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하면 오해가 생긴다.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별 것 아닌 사소한 행동 하나에도 우리는 수많은 의미를 만들어내고 갖다 붙이는 경우가 많다. 수많은 의미가 생긴다는 것은 사건이 복잡해진다는 것을 뜻한다. 복잡해지는 순간 해결책은 발견되기 어렵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이다. 이미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는 쉽게 풀어낼 수 없다. 그러나 대화는 행동이나 사건을 명료하게 만들어준다. 물론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서 말이다. 많은 대화가 오가다 보면 어느새 복잡한 의미들은 점차 단순해진다. 수많은 의미가 겹겹이 쌓여 발견할 수 없었던 진실들을 대화를 통해 발견할 수 있다.


대화하기 위해서는 일단 서로의 마음이 열려있어야 한다. 상대방이 어떤 대화를 하든 함께 맞장구칠 수 있다면 더욱 좋다. 서로의 관심사가 다르면 흔히 대화가 잘 통하지 않는다고 한다. 내가 흥미 있는 주제로 이야기하지 않으니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지루하고 재미없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러나 상대방이 이야기를 할 때가 사실 상대방을 가장 이해할 수 있을 때이기도 한다.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것을 하고 싶은지 등 모든 정보가 낱낱이 공개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그 생각을 하면 아무리 내가 관심이 없는 주제여도 상대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상대의 관심을 얻고 싶다면 내 이야기보다는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면 된다. 이렇게 쉬운 것을 우리는 사실 잘 못한다. 상대의 관심을 얻고 싶을 때 오히려 나의 이야기를 많이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니 '너는 날 좋아할 수밖에 없을 거야'라는 마음이 담겨 있는 탓일까. 자꾸 본인을 더 많이 알리려는 노력을 한다. 그렇지만 조금만 참고 상대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상대의 마음이 점점 기울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왕이면 대화를 할 때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하면 더욱 좋다. 대화를 한다는 것은 한 사람의 세계를 탐험하는 일과 같다.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한다는 것은 그 세계의 다양한 지역들을 탐험하는 것이다. 지역마다 각각의 기억이나 감정들이 다르고 그것들은 모두 하나하나 다채로운 색을 보유하고 있다. 한눈에 세계의 전체를 보게 되는 순간 그 세계가 다양한 빛을 내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사람이 이룩한 삶의 궤적은 그렇게 빛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상대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 사람이 빛난다는 사실을 알 수가 없다. 일단 알아야 한다. 그리고 알기 위해 대화가 필요하다. 삶의 궤적이 어떻게 내 앞까지 왔을까에 이르는 순간, 우리는 그것을 기적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게 된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매일 하는 것이 대화라지만, 상대를 알고 싶어 하는 마음이 담겨 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는 사실 상대의 평안을 바라는 의미가 담겨 있지만, 대다수는 무의식적으로 언어만 내뱉을 뿐이다. 대화도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소비된다. 그러나 우리가 대화를 나누는 이 순간은 영원할 수 없다. 그 시간, 그 공간 속에서 유일하게 나누는 순간일 뿐이다. 상대는 언제까지나 내 앞에 있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일이 매우 특별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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