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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도쿠 Jul 21. 2020

꿈마저도 마음대로 못 꾸나

우리는 꼭 거대한 꿈만 꾸어야 하는 것일까. 꿈마저도 남들이 보기에 그럴듯해야 하냔 말이다. 아직 이루지도 못했으면서, 어쩌면 평생 가도 이루지 못할 수도 있는데 그런 꿈이라도 내뱉어야 위신이 사는 것인가. 물질의 시대에서 경험의 시대가 왔다. 명품과 차, 집을 자랑하던 시대에서 맛집, 여행, 취미를 자랑하는 시대가 되었다. SNS의 발달과 함께 과시의 대상이 옮겨간 것이다. 왜냐하면 무형적인 것이어도 한 순간 기록만 할 수 있다면, 누구나 자랑할 수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사랑받고 싶은 것은 인간의 당연한 심리이다. 내가 갖고 있는 것을 과시하여 남의 관심을 이끌어 내는 행위 또한 당연하다. 사랑받고자 하는 행위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꿈마저도 자유롭게 꿀 수 없는 걸까. 사람들이 꾸는 꿈마저도 요새는 단편일률적으로 변해버렸다. 대체로 비슷한 꿈을 꾸면서 비슷한 노력을 한다. 가끔 독특한 꿈도 있긴 하지만 큰 범주를 넘어서지 않는다. 어쩌면 꿈마저도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변질되었을지도 모른다. 미래의 자신을 현재로 데려와 남에게 과시하는 것이다. 나는 이런 사람은 아니지만 이런 사람이 될 것이라고.


나답게 산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나이가 들수록 주변 환경에 동화될 수밖에 없다. 처음에는 동화되지 않기 위해 부딪치고 도망쳐보기도 하지만, 언제부턴가 붙잡혀와 길들여지기 시작한다. 한없이 놓인 시간과 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마냥 없는 것은 아니다. 생각보다 단순하다. 잠시 현실을 잊으면 된다. 현실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 상상의 세계로 진입하는 것이다. 그곳이야말로 시간과 공간의 제약에서 자유로운 제3의 시공간이다. 상상하자. 건물주가 되어서 매일 맛집만 다니고 여행만 다니는 상상 말고 내가 살아오면서 무엇이 가장 재미있었는지, 어떤 순간에 가장 행복했는지 상상해보자.


신기한 것은 그런 것들은 대체로 돈과 관련된 영역이 아니라는 것이다. 보통 사랑, 감사, 감동과 같은 감정적 영역이거나 부모님, 친구, 연인 등 관계가 내포된 경험적 영역이다. 돈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모두가 알지만, 돈이 있어야만 이룰 수 있는 영역이라고 착각하기도 한다. 심지어 돈을 벌기 위해 감정과 관계를 포기하기도 한다. 목적과 수단이 뒤바뀐 대표적인 경우이다.


우리는 다시 한번 꿈을 꾸어볼 필요가 있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으면서 그 어떤 사람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않아도 되는 오직 나만의 꿈을 말이다. 물론, 꿈을 꾸지 않고 사는 것도 꿈이라면 그것도 인정한다. 꿈마저도 과시의 대상이 되지 않기를, 타인과 관계 없는 오직 나만의 것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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