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석도쿠 Aug 01. 2020

돈이 대체 무엇이길래

어딜 가나 부동산 얘기가 들린다. 회사에서도, 친구들을 만나도, 새로운 모임에 가도 꼭 부동산 얘기가 한 번씩은 들리는 것 같다. 가끔 가다 부동산 얘기가 왜 안 들리지 싶으면, 바로 주식 얘기로 넘어간다. 그만큼 요즘 재테크가 핫하다. 돈을 벌고 싶은 욕망이 세상에 넘쳐나는 것이다. 온라인 강의 플랫폼인 클래스 101이나 탈잉을 봐도 돈과 관련된 강의가 가장 인기가 많다. 대체로 문구는 비슷하다. 쉽고 편하게 월 1,000만 원 벌기라던가, 돈에 대한 마인드만 변화시켜도 돈이 따라온다고 말하는 문구들이다.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갖는 것은 아니다. 해당 강의들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수많은 리뷰가 달린 것을 보면 어느 정도 효과는 있지 않나 싶다.


우리나라에서 굶어 죽는 사람은 거의 없다. 특별히 고립되지 않는 이상 우리나라는 옆 사람이 아사하도록 내버려 두는 사회는 아니다. 생존에서 가장 중요한 식(食)과 관련된 위험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럼에도 더 먹고살기 힘들었던 옛날보다 지금이 돈에 대한 광기가 넘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한 생존의 위협 때문은 아닐 것이다. 아무래도 돈을 통해 얻는 효용가치가 지금의 사회에서는 매우 높기 때문일 것이다.


일단 예전보다 훨씬 다채롭게 여행, 맛집 탐방, 운동 등 취미를 즐길 수 있다. 서비스업이 발전하다 보니 확실히 즐길거리가 많아졌다. 갖가지 쾌락을 선사하는 다양한 오락이 삶을 즐겁게 만든다. 또한 주변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소유함으로써 과시할 수도 있다. 과시한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나의 지위와 명예를 드러낸다는 것이다. 오랜 시간과 노력을 통해야만 얻을 수 있는 학위나 기술 같은 노력보다는 돈만 주면 살 수 있는 명품 하나로 나를 드러내는 것이 훨씬 편하고 쉽다. 명품만 갖고 있어도 한 번 흘기고 넘어갈 시선이 여러 차례 도달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돈이 정말 중요하고 필요한 시대라는 것은 안다. 돈 없이 행복하기 쉽지 않다는 것도 안다. 살아가는데 어느 정도의 돈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에도 공감한다. 그러나 아쉬운 마음을 감출 수 없다. 돈이 대체 무엇이길래, 관계와 감정과 시간을 포기하면서까지 그렇게 갈구하는 것일까. 삶의 마지막에 이르렀을 때 아무도 돈이 없다는 것을 후회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보다는 더 사랑하지 못했는지, 더 좋은 관계를 만들지 못했는지를 아쉬워하지 않을까 싶다.


알고 지내는 한 아저씨의 얘기를 들었다. 본인은 이름만 대면 아는 유명한 병원의 원장이고, 자녀들은 의사가 되었다. 아내 분은 오랫동안 공무원으로 재직하셨고 남은 나날들은 별 탈 없이 흘러갈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갑작스레 아내 분이 암에 걸리셨고 2년간 투병하시다 결국 하늘나라로 떠나셨다. 아저씨는 아내를 살릴 수만 있다면 그동안 벌었던 모든 돈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도 좋으니 아내와 함께 하고 싶다고 했다.


돈을 버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결국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기 위해 버는 것 아닐까. 부모, 자녀, 연인, 친구 등과 함께 말이다. 관계를 위해 돈을 벌지만, 관계를 버리고서 돈을 벌게 되는 현실이다. 쉽게 돈을 버는 방법은 없다. 그러나 쉽게 관계를 위한 방법은 있다. 지금 당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고 말을 하는 것이다. 그 말이 쑥스럽다면 함께 저녁이라도 먹는 것은 어떨까. 감히 말할 수 있다. 그것이 삶의 본질이라고.

매거진의 이전글 꿈마저도 마음대로 못 꾸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