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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도쿠 Aug 25. 2020

움직여야 하는 사람

무료한 일요일, 꼼작도 않고 집에만 있었다. 집에서도 특별히 무언가를 한 것은 아니다. 일어나서 밥을 먹고 바로 소파에 누워 웹툰을 보다가 TV를 켜서 무료 영화를 보았다. 영화가 끝나고 잠시 잠을 청했다. 일어나니 저녁을 먹을 시간이 되었다. 맛있게 저녁을 먹고 또 바로 소파에 누웠다. 그리고 뜬금없이 배가 아프기 시작했다. 배를 부여잡고 있는데 갑자기 머리도 함께 아프기 시작했다. 속이 울렁거려 몇 번을 토했다. 쓰러져가는 나의 모습을 화장실 거울로 보니 얼굴이 새하얘져 있었다. 몸이 축 처진 상태로 침대에 누웠다. 진통제를 두 알 삼키니 그런대로 괜찮아졌다.


다음 날 일어나서 곰곰이 생각했다. 항상 바쁘게 살던 내가 아무것도 안 하고 쉬기만 했는데 왜 몸이 아팠던 것일까. 이유야 당연히 먹자마자 바로 누워서 소화불량이었겠지만, 좀 더 다르게 생각하기로 했다. 언제나 활동적으로 움직이던 내가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으니 아팠던 것으로 결론지었다. 평소라면 산책을 하든지, 가족과 대화를 나누든지, 무엇을 하든 적어도 몸을 수직으로 세우고 있었을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나태함이 결국 몸을 아프게 만든 참사를 일으킨 것은 아닐까.


나는 가만히 쉬는 것이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다. 끊임없이 움직여야 하는 사람, 그렇게 나를 정의하기로 했다. 바쁘게 무언가를 할 때 가장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다. 그럴 때일수록 가만히 쉬고 싶다는 생각도 간절하지만, 막상 아무 일도 없으면 몸이 근질근질하다. 스스로가 느긋함을 참지 못하는 것이다. 지금껏 살면서 한두 번 아파본 것은 아니지만, 이번 아픔을 특별히 남달랐다. 잘 먹고 잘 쉬는데 아프니 얼마나 억울한가. 억울하니 파헤치고 또 고민하다 보니 결국은 답이 나온 것이다.


쓸수록 닳는 물건들이 있지만, 움직이지 않으면 녹이 스는 물건들이 있다. 나는 후자에 속하는 사람인 것이다. 부지런히 움직이자. 머리든, 몸이든, 마음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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