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대한 정의는 참 많다. 굳이 저명한 인사가 내놓은 그럴듯한 정의가 아니더라도 각자가 사랑에 대한 정의 하나씩은 갖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사랑이 무엇인가는 그리 낯선 질문이 아니다. 수많은 노랫말뿐 아니라 수천 년에 걸친 예술과 문학에서도 우리는 사랑을 노래했다. 사랑을 무엇이라 단언하지 않아도 모두가 사랑을 떠올리면 어렴풋이 생각나는 것들이 있기 마련이다. '사랑'이라 했을 때 떠오르는 그것, 우리는 그것을 위해 꼭 사랑을 해야만 하는 걸까. 사랑을 왜 해야 할까.
요즘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행동해야 그 어느 것도 손해보지 않고 살 수 있다. 굳이 손해를 감수하는 사람은 조금 바보 같아 보이기도 한다. 게다가 쓸데없이 과도한 감성은 감성충으로 폄하하기도 하는 세상인데 우리가 굳이 사랑을 이야기할 필요가 있나 싶다. 효율이 강조되는 지금의 세상에서 사랑만큼 어울리지 않는 것이 또 있을까. 사랑은 최대 자원을 가장 비효율적으로 사용해서 최소 효과를 이끌어낸다. 삶의 한 순간을 가장 빛나게 만들다가도 금방 바닥으로 푹 꺼지게 만든다.
언제나 사랑의 처음은 황홀하고 설렌다. 그러나 처음이 아닌, 몇 번의 사랑을 거치다 보면 사랑이 꼭 기쁨과 즐거움만 있지 않다는 것을 안다. 사랑이 마냥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새드엔딩이 더 많아 보인다. 그럼에도 신기하게 많은 이들이 또다시 사랑에 도전한다. 아플 것을 알면서도 그 아픔에 자발적으로 뛰어드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역설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사랑을 해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공감이니까, 누군가의 아픔을 이해하기 위해 사랑이 요구된다. 사랑이라는 것 자체가 필연적으로 아픔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을 통해 아픔을 겪고 나면 다른 사람의 아픔을 잘 느끼게 되지 않을까.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듯이, 아파본 사람이 아픔을 잘 이해할 것이다. 그래서 왜 사랑을 해야 하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하겠다.
우리 사회에는 누군가의 아픔을 함께 나누는 공감이 필요하니까, 그것을 가장 잘 알려주는 것이 사랑이므로 우리는 사랑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