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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도쿠 Oct 04. 2020

언젠가 기회는 온다는 말

운명론 같은 이야기가 아닌 현실적으로 기회가 오는 상황

조그만 더 기다려. 분명 기회는 올 거야. 우리가 흔히 듣는 말이다. 가끔 TV에서 오랜 무명생활을 청산하고 스타의 인생이 시작된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정말 그렇게 누구에게나 기회는 오는 것일까. 나는 운명을 믿지 않는다. 미래가 어떤 식으로 결정되어 있다고 믿지 않는다. 그런데도 기회가 어느 임계점에 이르면 알아서 사람을 찾아온다는 말을 믿을 수 있겠냐는 말이다.


많은 이들에게 물어보면 99%는 언젠가 기회가 찾아왔다는 말을 한다. 그때 기회를 잡지 못했다는 말도 덧붙인다. 타인에게 찾아온 기회를 나의 기회라고 표현하지 않았을 것이다. 보통 그런 기회들은 내가 붙잡을 만한 지척에 있었음에도 모종의 이유로 잡지 않았던 것들일 것이다. 99%의 사람들의 말을 빌리면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다. 기회는 어느 순간 찾아오고, 내가 붙잡을 만한 위치까지 다가온다는 것이다.


운명론을 믿지 않는 이상, 기회가 그렇게 찾아온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 때가 되었다니 찾아왔다는 말. 사주나 점집에서 하는 얘기가 아닌가. 좀 더 현실적으로 기회가 찾아온다는 을 해석할 여지가 없을까 고민했다.


예를 들어, 중소 반도체 회사에 오랫동안 근무하고 있다. 이미 반도체 시장은 포화된 듯하고, 경쟁사들도 우후죽순 생겨난다. 새로운 먹거리가 필요하지만 당장 특별한 아이템이 떠오르지 않는다. 회사는 지속적으로 손실을 입고 있으며, 언제 망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러나 일단 마땅한 대안이 없어 당장은 버텨보기로 한다. 그러던 와중, 어디선가 스마트폰이 등장한다. 전 세계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스마트폰과 연결된 가전제품을 이용하기를 원한다. 그에 따라 반도체에 대한 수요는 급증한다.


기회가 찾아온다는 것은 이런 느낌이 아닐까. 어느 영역에서 특별한 일이 일어나고 다른 영역과의 연쇄적인 반응을 거쳐 내가 있는 영역까지 찾아온 것이다. 대표적으로 유튜버를 들 수 있다. 그들은 대중에게 통하는 끼를 갖추었지만, 끼를 보여줄 채널이 없었을 뿐이다. 대중에게 통하는 채널은 지상파를 위시한 몇 개의 채널이 독점하고 있었고, 한정된 영역에서 그들이 노출될 기회는 전혀 없었다. 하지만 어느 영역에서 서버와 DB 관련 기술이 점차 진화하고, 이를 끊김 없이 전달하는 네트워크 기술이 덩달아 발달했다. 그것이 기회라는 이름으로 내 앞까지 찾아와 방문을 두드린 것이다. 그것을 잡았을 때 누군가는 자신만의 채널을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기회는 이런 것이다. 먼 지점에 있던 영역이 시간의 흐름과 기술의 발달에 따라 맞닿게 된 것이다. 그것이 하나의 선으로 이어질 때 나는 그 선을 타고 반대 방향에서 인사이트를 끌어올 수 있는 역량을 지니게 된 것이다. 기회를 잡기 위해 준비가 되어야 한다는 말도 당연하다. 모두가 똑같은 기회를 마주해도 기회라고 인식하는 사람만이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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