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글이 막 쓰고 싶을 때가 있다. 무언가를 하는 상황에서 그때의 기억과 감정을 오롯이 글로써 보존하고 싶은 감정이다. 그런데 그때 기록해 놓지 않으면 나중에 다시 떠올려 봐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무엇을 쓰려고 했더라. 한 순간 떠올랐던 것들은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으면 대체로 조용히 가라앉는다. 그런 것들이 아쉬워 한 문장이나 단어로 정리한 적도 있었다. 나중에 이것을 바탕으로 그때의 기억이 다시 떠오르겠지 싶어서 말이다.
분명 떠오르긴 떠오른다. 아, 이걸 쓰려고 했었구나. 그런데 의욕이 없다. 어떤 짜임새로 쓰려고 계획했지만 막상 노트북을 켜고 나면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그냥 한 단어, 한 문장만 뇌리에 남을 뿐이었다. 글이란 것은 쓰기 참 어렵다. 막상 쓰려면 그 앞에서 한없이 게을러진다. 진짜 평생의 걸작을 만들 것도 아니면서 왜 그리 시작을 못하겠는지. 어쩌면 게으름은 하나의 핑계일지도 모른다.
괜한 부담감. 잘 써야 한다는 무의식적인 부담감이 나를 짓누르는 게 아닐까. 시작하기가 두려운 것이다. 일단 시작하면 잘해야 할 것 같으니 말이다. 그런 생각은 어렸을 적부터 학습된 의식일까. 못해도 그것은 그것대로 참 괜찮은 일이라고 말해준 이가 없어서일까. 꼭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글만은 아니므로 좀 더 자유롭게 써도 될 텐데 시작하기가 참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