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석도쿠 Jan 29. 2021

삶의 난이도를 정할 수 없다는 것

오늘 하루를 잘 보냈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생각보다 인생 별 거 아니잖아. 하루하루 이렇게만 살면 나중에 잘 살았다는 소리 듣겠는걸. 삶에 대한 무한한 자신감, 그리고 환희가 차오른다. 어떻게 보면 삶은 참 쉽다. 하루를 잘 견디고 버티다 보면 생이 다할 때가 온다. 태어나서 살다가 죽는 것, 결국 그게 삶이다.


가끔 힘겨운 날들이 있다. 가까스로 잘 버티고 나면 이런 생각이 든다. 역시 생각만큼 쉽지 않은 게 인생이구나. 그래도 어떻게든 버텼다는 것에 대해 스스로 위안을 얻는다. 힘겨운 시험을 통과한 것만큼 짜릿한 희열도 있다. 게다가 수고한 나 자신에 대한 감사함과 애틋함은 보너스이다. 힘들지만 충분히 살만하다. 다들 그렇게 사는 것이 삶 아니던가.


도저히 못 버틸 것 같은 날이 있다. 그날 하루, 눈을 뜬 순간부터 눈을 감는 순간까지 매사 꼬이기만 한다. 날씨부터 시작해서 인간, 상황, 업무 등 그 무엇도 나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는다. 그때는 이런 생각이 든다. 인생 진짜 이렇게까지 해서 살아야 하는 거야. 어떠한 것으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 날, 내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진 것만 같은 날들이 있다. 앞으로 어떻게 버티지. 나는 이미 최선을 다했지만, 이 이상 무엇을 더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 남들은 그런대로 사는 것 같은데 왜 나만 이렇게 힘들지. 삶이 원래 이런 거야.


삶의 난이도를 상, 중, 하로 나누어 본다. 예전에 오락실에서 게임을 할 때면 난이도 조절이 가능했다. 그러면 해당 판은 끝날 때까지 그 난이도로만 진행해야 했다. 쉬운 난이도는 게임을 쉽게 질리게 만들었고, 어려운 난이도는 게임을 그만둘 만큼 화나게 만들었다. 다행히 삶은 게임과 다르다. 한 가지의 난이도로 쭉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삶의 난이도는 언제나 롤러코스터처럼 위아래로 들썩인다. 삶의 강풍을 정면으로 맞을 때면 정신 못 차릴 때도 있지만, 주변 사람들과 함께 어려움을 통과하면 스릴 만점의 희열도 덤으로 따라온다.


삶의 난이도를 선택할 수 없지만, 한 가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이 얼마나 안심인가. 쉽게 질리지도 않고, 매번 어렵지도 않다. 개인의 인생을 잘 들여다보면 마냥 쉽게만 살아온 사람은 없을 것이고, 평생 어렵게만 산 사람도 없다. 게다가 삶의 경험치만큼 삶의 스킬 또한 쌓이기 마련이라 어려운 난이도에서도 충분히 대처 가능한 사람들도 많다. 어렵게만 보이는 누군가의 삶이 해당 사람에게는 그리 어렵지 않은 이유이다.


삶의 난이도는 계속 움직인다. 힘들면 일단 버티라는 말도 좀 있으면 난이도가 조정될 예정이니 기다리라는 말 아닐까. 그렇게 나는 기다리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가 아까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