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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도쿠 Feb 25. 2021

내 인생은 쉽게 운을 허용하지 않아

오늘 시험 결과가 나왔다. 나름 붙을 것이라 자신했었는데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하필 또 시험 보기 하루 전, 내가 가르쳐주었던 친구는 붙고 나만 떨어지니 속이 쓰리다. 엄청 어려운 시험도 아니었다. 솔직히 말하면 고작 한 문제 차이로 떨어지고 말았다. 더 노력하지 않은 탓도 있지만 한 문제 정도는 운으로 맞았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내 인생은 쉽게 운을 허용하지 않는다. 운이 없다는 사실이 익숙하다. 그래서 무언가에 도전할 때도 운을 배제한다. 가끔 운이 필요한 순간들은 있다. 작게는 친구들과의 가위바위보 내기가 있을 것이다. 가위바위보를 하면 거의 항상 걸리는 쪽이다. 친구들은 내가 걸리는 것을 매우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어김없이 내가 걸리면 친구들은 웃음을 터트린다. 매번 같은 패턴으로 내는 것도 아닌데 유독 잘 걸린다. 나 또한 한턱내겠다는 생각으로 가위바위보에 임하기 때문에 걸린다고 한들 그리 기분 나쁘지는 않다.


다만 지금과 같은 시험 때는 운이 나쁜 것이 가끔 원망스럽다. 예를 들어, 한 문제에 5개의 보기가 있다. 3개는 확실히 맞는데 2개가 아리송할 때가 있다. 2개 중 1개를 찍으면 거의 틀리는 편이다. 모두가 그런 것일까. 이것도 어쩌면 일종의 편향일지도 모르겠다. 실패만 두드러지게 기억하여 운이 없다고 여기는 것일지도. 그러나 그동안 쭉 되돌아보면 운이 있는 타입은 확실히 아니었다.


물론 운이 없다고 해서 내 인생이 불행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풍족하지 않지만 지금만큼 누리는 것도 충분히 행운이라고 생각하면서 매사에 감사하는 태도로 살고 있다. 다만 무언가를 시도할 때 약간의 운이 따르지 않는 것이 조금 슬프게 다가올 뿐이다.


수치적으로 봤을 때 운이 0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되는 것과 되지 않는 것의 일반적인 상황이 5 대 5라면, 나는 3 대 7 정도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목표를 정했을 때 내 노력만으로 달성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안 되면 확실히 안 되는 것이고, 운이 좋아서 될 것이란 기대는 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확실한 목표 달성을 위해 조금 더 노력하는 수밖에 없었다.


무엇을 하든 항상 안 좋은 상황에서 시작하고 남들보다 불리한 위치에서 출발했다. 거기서 무언가를 해보려면 남들보다 악착같이 힘쓰고 더 발버둥 치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사실 일이 잘 안 풀리는 것은 매우 익숙하다. 다행히 꼬인 실타래를 푸는 능력은 날로 발전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이것도 운인가.


운이 없어서 애매하게 걸리고, 아슬아슬하게 탈락하고, 아쉽게 불합격해도 사실 괜찮다. 불행이 아니라 약간의 운이 따라주지 않는 정도이니 말이다. 애석하기는 해도 잠시 좌절했다가 일어서는 것은 내 전문이다. 인생 근력을 키우기 위한 스쿼트라고나 할까. 그래도 내가 누리지 못한 약간의 운은 질량 보존의 법칙에 따라 다른 사람에게 갈 것이다.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운을 기부하고 있으니 나의 존재 자체가 타인의 기쁨에 기여하는 셈이다. 보람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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