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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동 Aug 10. 2021

재활용 쓰레기를 처리하다 말고……

재활용을 내다 버리려면, 페트병 비닐 포장을 일일이 다 떼는 게 큰일이다. 병 모양이 매끈하고 밋밋한 건 그나마 다행인데, 올록볼록한 모양에 좁은 홈까지 파인 페트병의 포장을 벗길 땐 정말 난감하다. 그런 모형은 쉽게 떼라고 만들어놓은 뜯는 선에 손톱조차 집어넣기 힘들다. 손톱을 세워 몇 번을 시도하다 말고 포기하고 가위집을 내보려고 애써 보지만 홈에 착 달라붙은 비닐은 이마저도 버겁다. 그럴 때면 나도 모르게 도대체 어느 기업에서 이딴 식으로 만들었나 살펴보게 된다. 이땐 이미 짜증이 확 밀려 나온 터라 고운 마음일 리 없다. 그 때문에 그때 내 눈에 걸리는 기업은 환경이나 소비자를 생각하는 마음이 부족하다고 내 멋대로 단정 지어 버린다     




다양한 모양과 크기의 페트병을 정리하다 보니 지난날의 기억이 또 떠오른다.

2L 용량의 병도 별로 커 보이지 않는 요즘이지만, 500ml 콜라병이 처음 나왔을 때의 그 놀라움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어쩜 이렇게 클 수가 있지!’ 그걸 잡을 때면 양팔로 감싸 안아 조심조심 들어야 했다.


할머니, 언니 오빠와 함께 도시로 나와 자취 생활을 할 때, 작은 오빠는 우리의 돈줄(?)이었다. 오빠는 동사무소에 다니면서 아침저녁으로 신문을 떼다가 여러 병원을 돌아다니면서 팔았다. 

밥때가 되어 집에 잠깐씩 들를 때면 작은 오빠는 주머니 가득한 동전을 방바닥에 쏟아냈다. 오빠가 밥을 먹는 동안 나는 동전별로 분류하고 천원 단위로 쌓았다. 오빠는 밥을 먹으면서 차곡차곡 나란하게 쌓인 동전을 눈으로 흘낏 보면서 계산을 끝낸 다음, 얼마의 자투리 돈을 내게 집어 주면서 먹을거리를 사 오게 했다. 이 맛에 난 동전 정리를 도맡아 했다.

돈을 냉큼 집어 들고 집 근처 슈퍼로 바람같이 달려갔다. 그때 꼭 빼먹지 않고 반드시 사야 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500ml 병 콜라였다. 오빠는 콜라를 무척 좋아했다. 난 콜라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콜라를 살 때면 기분이 참 좋아했다. 왜냐면 500ml 빈 병을 슈퍼에 갖다 주면 50원을 줬다. 그 당시 빈 병 중엔 젤로 값나가는 거였다. 그것은 오롯이 내 몫이 되었다. 난 콜라 빈 병이 모이는 걸 볼 때마다 마음이 흐뭇했다.

한번은 이른 아침에 병을 가져갔다가 슈퍼 아저씨한테 된통 한소리를 듣고 말았다. 마수걸이도 하지 않은 이른 아침부터 병을 가져갔기 때문이었다. 그 후로부터는 병을 가져가는 일이 매우 조심스러워졌다.      




내 쌈짓돈을 만들어 줬던 그 500ml 콜라 유리병이 요즘은 잘 보이지 않는다. 빈 병을 내다 팔기보다는 재활용 수거함으로 들어가는 시대에 살면서도 빈 병들을 보면 그때가 떠올라 미소짓게 된다.


콜라는 즐겨 마시지 않으면서 언젠가 한 번 맛본 탄산수가 얄궂게 자꾸 당겨서 즐겨 마신다. 그런 탓에 마트에 갈 때면 커다란 묶음째로 사는 경우가 많다.

어느 날 보니, 같은 제품인데 낱개로 파는 것과 달리 묶음으로 파는 페트병엔 별도의 비닐 포장이 씌어 있지 않고, 위쪽 묶음 덮개에만 제품 표시가 나도록 포장되어 있었다. 단번에 그 제품을 구입하면서 ‘이 얼마나 합리적이냐며 찬사를 보냈다. 

판매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도 포장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여서 좋고, 소비자의 입장에서도 그걸 일일이 떼느라 고생할 필요도 없고, 지구 환경을 위해서도 재활용도 어려운 비닐 쓰레기가 나오는 것을 막으니…… 이게 소위 win-win 아니겠는가? 묶음뿐만 아니라 개별 판매도 이런 식으로 나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환경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리 친환경적인 삶을 살고 있지는 못하지만, 내가 불편해지고 귀찮아지니까 제품을 고르는 기준까지 달라졌다. 비록 환경을 위해 먼저 앞서가지는 못하지만, 환경을 위한 이런 다양한 제도가 발 빠르게 만들어지면 전력을 다해 열심히 뒤따르고 싶다. 

환경을 생각하지 않은 기업도, 개인도 점점 설 자리가 없어져야 우리와 다음 세대가 이 지구에서 무사히 살아갈 수 있다고. 이대로 계속 간다면 얼마 버티기 어렵다는 지구 환경 얘기를 들을 때마다 섬뜩해진다!     



(대문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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