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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맷돌 Jan 08. 2023

금연 계기

담배의 영향력

  어릴 적 담배에 대한 효능은 구충제였다. 어느 여름날 내 귀에서 소리가 났다. 귓속에 신경이 온통 쏠렸다. 벌레가 잘못 들어왔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에 가족들이 자는 게 예사였다. 도움을 청하려니 다들 자고 있었다. 나는 귀를 막았다.   새우처럼 안으로 오그린 채 엄마, 귀에 벌레가 들어갔나 봐! 하고 웅얼거렸다.


  엄마는 잠결에 내쪽을  보고 앉으셨다. 나는 어떻게? 를 잡고 울상을 지어 보였다. 그때 버지는 반쯤 일으킨 상채로 머리 위쪽에서 담배를 꺼내 태우시더니 내 귀에 대고 입김을 부셨다. 조금 있 괜찮아질 거라며 아버지가 말했다.

연기를 먹은 벌레는 질식했는지 내 귓속 다시 편안해졌다.  벌레는 어디로 갔을까? 궁금했다. 어느새 나는 편히 잠들었다. 이런 기억은 담배는 가끔 쓸모가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하였다. 화초에 벌레를 퇴치할 때도 담배가 효과가 있다는 생활정보는 담배꽁초를 재활용하게 했다.


  남자들의 전유물인 담배는 군대에서 대부분 배우기 시작한다. 쉬는 시간 배급된 담배 막간을 이용해 잡담을 할 수 있는 시간이 허락된다. 직장에서도 쉬고 싶을 때 담배 한 까치만 피우고 합시다라고 하면 그 말이 먹히는 조직문화를 볼 수 있다. 흔히 타인끼리 말을 섞을 때 담배 있어요? 하고 운을 떼면, 남자들은 담배를 손바닥에 대고 탁 때려 한 까치의 담배가 톡 빠지게 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담배 라이터랑 세트로 남자들 주머니에 필수품이 되었다.  TV에서 방영하는 코미디시리즈에 담배 유머가 유행했다. 불 좀 빌립시다. 담배만 있는데요. 불만 있어요?


   남자를 연상시키는 냄새, 담배냄새다. 아버지의 향수를 느끼게 하는 것도 담배향이다. 니코틴에 쩐 냄새 입냄새에 덧 입혀져서 남자의 체취로 자리매김됐다. 담배를 한 모금 빨고 휴, 내뱉는 모습은 매력적인 남자의 모습이 되었다. 톱모델이 끽연하는 모습은 드라마에 나오고 잡지 광고에 실렸다. 담배는 정부가 주관하는 담배 인삼공사에서 만들어진다. 담배에 매긴 세금주택공사가 서민의 집을 짓는데 쓰인다. 그런 연유로 건강에 나쁜 담배지만 좋은 일에 일조한다는  자부심을 준다. 로또가 사행성 게임이라기보다 그 수익금이 좋은 일에 쓰인다는 이유와 비슷하다. 담배는 오랜 역사와 함께 남자의 애호품으로 자리 잡았다.


  늘 몸에 지니고 다니는 필수품인 담배와 라이터는 화재의 원인이다. 가정에서 일어나서 이불 위에 잿 떨이를 놓고 담배를 태우고 잘 때도 머리맡에 담뱃재를 잿 떨이에 끄고 잘 정도로 하루가 담배 없이는 살지 못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불에 난 불똥이 떨어져 구멍 난 자국을 흔히 볼 수 있었다. 담배는 중독성이 있어서 한 개비로 시작한 습관이 한 갑, 두 갑을 하루에 피는 골초를 만들었다.


  담배연기에 고뇌하는 남자,  사색에 젖어 우수에 찬 눈빛, 멋있게 뻗은 가느다란 남자 손가락 사이에 버금 거리는 담뱃불. 남자들은 그렇게 불장난을 멋으로 시작해서 없으면 불안해지는 금단증세를 보였다. 나는 어릴 적  집안에 있던 담배가 궁금해서 불을 붙여봤다. 담배는 마치 몸에 문신을 한 사람처럼 검게 타들어갔다. 이걸 왜, 피지? 이해하기 힘든 독한 연기가 눈을 쓰라리게 했다. 기침이 나고 눈물까지 났다. 그런데 이렇게 몸을 힘들게 하는 걸 여자애들은 되바라지고 난폭한 사람처럼 강한 인상을 주고 싶을 때 피기도 했다. 나 이런 사람이야. 까불지 마! 하는 반항심을 느끼게 했다. 남자들은 어른이 되고 싶을 때 담배를 폈고 성인 대접을 받는 것 같은 기분 때문에 담배를 폈다.


   러나 비흡자에게 니코틴의  얼마나 독한지 애연가 근처에 있는 건 엄두가 나지 않았다. 기침이 나는 것뿐만 아니라 흡연자가 내뿜는 연기는 폐깊숙한 곳에서 토하고 있어서 공기 중에 퍼져 다시 나에 호흡기로 들어갔다. 배를 피우지도 않는데 똑같이 피해를 보는 건 짜증 나는 일이다.  뿐만 아니라 흡연자보다 간접흡연자에게 더 해롭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니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거리에서 이불에서 식탁에서 놀이터에서 버스에서 사무실에서 식당에서 터미널에서 화장실에서  뒷골목에서 늘 남자의 향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그러다 길에 침이나 담배, 쓰레기를 버리는 것에 범칙금이 부과되면서 담배는 집게와 검지 사이에 구부러져 주머니에 숨게 됐다. 주머니 역시 필터와 담배 부스러기를 남기며 구멍이 났다. 자연을 보호하고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일환으로

교육현장에서는 담배를 나쁜 물건 취급을 했고 불량학생은 담배가 있을 것이라고 편견을 갖게 되었다.


  아버지가 담배를 끊은 것은 내가 집에 없을 때였다. 너무 자연스러워서 금연에 대한 언급을 들은 적이 없다. 늘 담배는 아이들이 있을 때나 어른들이 있어도 남자들의 전유물이자 특권으로 아무렇지 않게 입에 물고 있었다. 그런데 아버지는 갈수록 깨끗해졌다. 면도를 한 턱은 맨질 거리나 손으로 훑었고 때가 되면 깔끔하게 만들었다.


"엄마, 어떻게 된 거야? 아버지가  담배를 끊으신 거야? 어떻게? 왜?"


내 물음에 엄마는 하나도 이상할 게 없다는 듯 히마리 없는 침착한 얼굴로 말했다.


 "내가 결핵에 걸렸는데 담배 피우는 가족이 있으면 더 심해진다고 병원에서 말했어. 그때부터  아버지가 담배를 피우지 않더라. "


  아버지는 이럴 때 결심한 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건 잘했다. 군대 10년에 얻은 것은 아버지는 해야 된다면 하고 안 해야 된다면 안 하는 실행력으로 보였다. 엄마는 평상시 아버지에게 담배 좀 그만 펴요.라고 한 적이 없다. 기존 질서에 대항하지 않고 스며드는 어머니의 유순함은 남자의 당연한 권리처럼 받아들이는 듯했다. 다만, 나에게 아버지가 담배를 피우면 기침이 난다고 말했을 뿐이다. 작은 불편함을 호소하는 건 역시 집이 외딴집이고 넓은 농장에서 할 일을 맡아 각자 바쁘게 일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속으로 아버지가 엄마를 위해서 하는 게 있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몇 해전 주위에 여성흡연자들이 많이 늘었다. 담배는 이제 남자뿐만 아니라 여성들에게도 취향에 어울리는 담배를 출시하고 있다. 가늘고 긴 담배가 다시 적당한 크기로 줄어들었다. 흡연은 남녀유별을 떠나서 일상화되고 있다. 이제 것 당골이던 남성들은 금연하는 추세고 여성흡연자들은 새로운 고객들이 되어가고 있다. 여성이 남자보다 흡연이 해로운 이유를 의사들은 말핬다. 몸무게가 남자보다 적고 담배가 남자보다 여자에게 니코틴에 피해가 크다고 한다. 남성전유물이던 기호품인 담배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한번 길들이면 중독을 피해 갈 수 없다. 나는 흡연자가 아니다. 그리고 그 맛에 길들여지고 싶지도 않다. 돈 들고 건강 잃는 손해 나는 짓은 바보짓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20대 직장동료가 하는 행동을 보니 안타까웠고 담배의 위험을 알겠더라. 치과에 다녀온 그녀는 끽연을 하면 안 되었다. 치아교정기를 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치과에서는

치아가 누렇게 변하니 끽연을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알면서도 그녀는 손에 일이 잡히지 않자 담배에 손을 댔다. 자신을 제어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일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고 손님들이 넣은 주문에 대해 제대로 제품을 만들 수 없었다.


  예전에 콜럼버스는 아리카에 원주민들에게 담배를 주고 일을 시켰다는 얘기가 있다. 담배 없이는 살 수 없게 된 원주민들은 담배를 얻어 피는 재미로 노예가 되었다. 현대인도 담배의 노예가 돼 가고 있다. 가부장사회에서 담배는 곰방대에 넣고 피우는 몇 안 되는 부자들의 전유물이었다. 부의 상징, 권위의 상징, 친밀도의 촉매제로 상술에 쓰였다. 그러나 시장이 개방되면서 담배도 순한 담배와 독한 담배로 나뉘고 외제가 들어왔다. 애국이라는 명분으로 국내산 담배가 보호받던 시대를 지났지만 군대를 전역한 아저씨의 전유물이었다. 군대를 다녀와서 담배를 피우지 않는 남자는 극히 드물었기에 어찌 보면 군대는 담배를 알게 되는 코스처럼 제도화된 곳처럼 느껴졌다. 이제 전자담배맛까지 더 달고 중독성이 강해졌다. 담배값을 절약해서 저축을 하면 얼마인 줄 아냐고 하던 시절이 있었다. 4,500원짜리 한 갑이 커피 같은 기호품값이 오르면서 아까운 줄 모르고 공기 중에 재가 되고 있다.

  

   남편은 끽연자이자 담배애호가의 아들이다. 시아버지를 뵈면 잿떨이에 담배가 수북해있었다. 그래도 건강상 하등에 문제가 없는 듯 보였다. 타고난 체질은 담배가 맞는 체질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긴 키에 마른 몸의 시아버지는 남편보다 힘쓰는 일을 잘했다. 신문을 구독하는 건 아들인데 시부는 싸아놓은 신문지를 묶어 어깨에 질머지고 동사무소에서 롤화장지랑 바꿔오셨다. 큰상을 옷장 위에 번쩍 올려놓을 정도로 강단도 있어 보였다. 그래서 나도 담배가 선천적으로 체질에 맞는 사람도 있겠다 싶었다.


  어느 날부턴가 나는 남편이 담배를 피우면 밉기 시작했다. 그런 마음반대편에선 이해를 해보려고 했고 한동안 포기도 했다. 담배를 피우는 심리는 유아기 때 이유기를 충분히 보내지 못해서 일 수 있다고 했다. 또한 발기부전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의학보고를 들었다. 나는 담배냄새가 싫고 기침 나는 내 몸을 보면 폐결핵이 올 것 같은 건강염려증이 생겼다. 남들이 어떻건 간에 다 아무 의미가 없다. 솔직히 내게 가해지는 위협이 없다면 신경쓸이가 많기 때문이다. 남편 때문에 내 건강을 갈군다고 생각되니 얄밉고 배려가 없는 남편이라고 여겨졌다. 그래서 통계에서도 흡연자가 이혼율이 높은 거라고 보고할 때마다 나도 맞다고 여겨졌다.


  남편은 고혈압을 방치한 결과 마비가 왔다. 선천적으로 대물림되는 고혈압이었다. 운동만 하면 괜찮겠지 하는 안일함이 병을 키웠다. 흡연, 음주, 늦게 자는 습관, 짜게 먹는 습성등 여러 가지가 같이 있었다. 혈압 260까지 올라가고 비틀비틀 중심을 잃고 술 취한 사람처럼 걸었다. 저녁때 직장에서 바로 병원에 간다는 전화는 받았지만 그지경일 줄은 몰랐다. 담당의사가 없어서 몇 시간 기다려야 한다고 집으로 버스를 타고 돌아온 것이다. 그리곤 고집을 부리며 하루를 버티고 자고 일어나면 회복될 거라 했다. 다음날 조금 차도는 있어 보였지만 온전하게 돌아올 것 같지는 안았다. 119를 부르고 나도 동승했다.


   그러나 남편은 코로나시국에 병실에 갇혀서 삼일동안 있으려니 답답했는지 퇴원을 했다. 후유증으로 목뒤에는 앞으로 수그러지고 경직되었다. 다행히 운동신경만 다쳐서 회복을 했다. 고혈압약만 꾸준히 먹었어도 예방할 수 있었는데 왜, 그러셨어요? 하는 책망을 들은 후 남편은 금연을 했다. 담배만 보면 이제는 화를 내기 때문에 부탁받아도 담배는 집에 두지 않는다. 피고 싶지만 건강 때문일 수도 있고, 피해를 본 게 담배 탓인 듯해서 일 수 도 있겠다. 뒤늦은 후회지만 그렇게 비흡연자로 흡연자를 미워하고 헤어지고 싶을 정도로 괴롭혔던 담배는 우리 집에서 사라졌다. 이렇게 쉽게 해결되다니 중독도 목숨 앞에서는 끊을 수 있는 일이구나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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